‘대학생 사회운동가’ 고은산 씨를 만나다

▲ 우리대학교 고은산(원주의학·11)씨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고은산(원주의학‧11)씨는 시민단체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지속적으로 강렬한 대자보를 작성하는 대학생이다.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사태를 담은 고씨의 대자보는 「경향신문」 등 각종 언론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국이 혼란스러운 지금, 고씨는 ‘우리가 기다리던 것은 우리다’라는 대자보로 다시금 화제가 됐다. 사회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활동하는 대학생 사회운동가 고씨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현재 우리대학교 원주캠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11학번 고은산이다.

 

Q.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A. 어렸을 때부터 시사 잡지를 구독해 읽는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에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힘이 센 친구들이 조용하고 왜소한 친구를 약자로 구분하고, 괴롭히는 것을 보고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중에 약자의 편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학창시절의 경험들이 대학교에 입학한 후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했다.

 

Q.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활동을 참여해왔는가?

A. 단순히 대자보를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철도 민영화, 세월호, 민중총궐기 등 여러 집회에 직접 참여했다. 다른 활동으로는 국회 환경미화원 비정규직 문제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결촉구 운동을 했고, ktx 여성승무원 정규직 채용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Q. 최근 활동 행보는?

A. 최근에는 학업에 집중하고 있어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간간히 노동당 여성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고, 원주 지역에서 진행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집회에 매주 참여한다. 또 이와 같은 사회활동을 SNS에 공유하거나 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 많은 대학생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Q. 여성인권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글을 쓰고 바뀐 점은 무엇인가?

A. 여성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강남역 살인사건 때다. 당시의 사건이 내 주변의 일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성인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실제로 동기가 병원 내 실습과정에서 받았던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됐다. 내가 여성인권의 실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후 페미니즘 관련 글을 쓰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바뀐 점이라면, 여성인권 관련 글을 기고한 뒤에 SNS나 주변 여성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덕분에 여성인권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됐다. 이외에도 내가 쓴 글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글을 쓰는 만큼 행동도 조심하게 됐다.

 

Q. 작성하는 대자보마다 화제가 되었는데, 처음 대자보를 작성하게 된 이유는?

A.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 평일에는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등에 제약이 많다. 대자보가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사회참여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대자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회운동가와 만날 수 있었다. 대자보 덕분에 ‘대학생 사회운동가’로서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진 것 같아 앞으로도 대자보를 계속 쓸 계획이다.

 

Q. 최근에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자보를 작성하여 화제가 됐다. 제목을 왜 ‘우리가 기다리던 것은 우리다’라고 지었는지 궁금하다.

A. 사회에는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선거는 국민을 대신해 싸울 대리인을 뽑는 것일 뿐이다. 선거만이 사회구성원들의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당 가입, 후원, 시위 참여, 대자보 게시와 같은 다양한 투쟁들도 힘을 갖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바꿀 수 있게 한다. 투쟁에 참여하고 말고는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선거뿐만 아니라 여러 투쟁을 참여하는 ‘우리’들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어 제목으로 선정했다.

 

Q. ‘평화시위만이 해법인가?’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던져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A. 평화적인 시위와 집회는 대통령에게 두려움을 주는 목적이 아니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론과 야당의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다. ‘평화시위만이 해법인가’ 라는 물음에 공감한다. 이번 정부규탄 시위는 시민들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위가 꼭 평화적이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위는 법적으로 허락된 마지막 저항의 길이다. 좋고 나쁜 시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위는 그냥 존재할 뿐이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좋은 시위와 평화적인 시위 때문에 앞으로 있을 거칠고 폭력적인 시위들이 ‘나쁜 시위’로 비추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Q.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학생은 많이 보지 못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어려운 점이 있었는가?

A. 돈과 시간의 문제가 가장 크다. 집회에 한 번 참여한다고 가정해도 오고 가는 비용이 든다. 학생이다 보니 정기적 수입원이 없어 부모님께 손을 벌리게 되는 것 같아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또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워 자주 활동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오히려 대학생이라 소신 있는 발언을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 다른 부분에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Q. 마지막으로 우리대학교 학생들, 나아가 모든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가 자신과 가까운 문제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자면, 사회적 문제에 저항하는 것을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일이라도 공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운동가를 대단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집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참여하지 않아서 ‘아쉬웠다’라는 생각이 언젠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활동에 한 번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예외가 고씨다. 고씨는 여러 번 대자보를 써왔고, 수많은 집회에 참여해 왔다. 고씨는 계속해서 국가재난현장 집회에서 자신의 전공을 활용해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앞으로도 앞장서서 활동하는 고씨의 행보와 그로 인해 조금씩 바뀌어 나갈 우리들의 사회를 기대해 본다.

 

*콜트콜텍: Cort Cortek, 국내 기타제조회사
 

 

글, 사진 모재성 수습기자
장호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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