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일(화) 낮 2시, 서울대에서 '대학생, 대선후보 안희정에게 묻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주최해 우리신문사를 포함한 총 21개 대학신문사가 참여했다.

 

Q.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다른 후보와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시대에 따라 사명은 다양하지만, 현재 우리의 사명은 대한민국의 낡은 통치 시스템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즉 적폐 청산을 시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마 이유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낡은 체계를 혁파하기 위해서다.

타 후보와의 차이점에 대해 논하자면, 나는 가장 종합적이며 체계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자신이 있다. 대통령 후보자는 단순한 다짐을 넘어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대안은 대한민국 헌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1인이 모든 것을 통치하려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의회와 대통령의 새로운 협치 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중앙집권적 정치 제도를 지방자치 분권제로 바꿀 것인데, 이에 가장 준비돼 있는 후보가 나다. 가장 혁신적인 민주주의와 국가 운영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Q. 협치도 중요하지만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적폐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A.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의회정치와 협치를 강조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사법처리와 수사를 회피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대통령이든 재벌이든, 그 누구라도 범법행위의 처벌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 역시 집권세력일 당시에 가장 먼저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가 있지 않은가. (웃음) 협치를 강조하는 것과 우리나라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사법처리와 정치는 당연히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

 

Q. 현재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인데, 얼어붙은 청년 취업시장에서 청년취업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궁금하다.

A. 현재 정부에서 청년취업을 위한 취업지원제도, 고용지원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응급처방 식의 정책보다는 좀 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절대적인 일자리의 개수 자체도 부족하지만 가고 싶은, 질 좋은 일자리의 수가 적은 것이 더 큰 문제다. 가고 싶은 일자리가 서울권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스펙 경쟁이 과열되고 소위 ‘흙수저’ 청년들의 절규를 듣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서울 위주 패권질서를 깨야 한다. 서울 위주 패권질서를 해소한다면 서울권에 집중된 일자리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기업의 수요독점이 널리 퍼져 있다. 대기업의 수요독점 하에서 중소기업은 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적정한 이윤을 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공평한 구조를 깨기 위해 대기업과 재벌을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결과로 중소기업의 임금지급능력이 높아지면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질 것이고, ‘가고 싶은 일자리’도 많아질 것이다. 일자리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나오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혁신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의 R&D가 중소기업에 집중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Q. 일자리 정책들이 너무 장기적이지 않나? 문재인 후보 같은 경우 공공부문에서 단기적인 일자리 증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단기적 정책은 없나?

A. 문재인 후보가 주장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와 같은 정책은 나도 시행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청년 실업 문제의 응급처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청년실업과 관련해 추진한 정책이 많지만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많지 않다. 단기적인 취업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단기적 해결책이 일자리 양극화 현상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단기적 일자리 정책들을 챙기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변화도 꾀할 것이다.

 

Q. 서울 위주의 패권질서를 해소하겠다고 했는데, 수도권 일자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으며, 기존 정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정치행정의 수도로 세종시를 완성하고 마무리할 것이다. 청와대와 의회만 내려가면 세종시가 완성될 것이다. 이 같은 균형발전은 수도권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 얼마 전 남경필 경기지사와 세종시 완성을 공동 공약한 바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에서도 공감할 정도로 현재의 수도권 과밀화를 시정하지 않고서는 결코 수도권의 질 높은 발전을 꾀할 수 없는 것이다.

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의 가장 큰 축으로서 지방의 국공립대학을 육성할 것이다. 9개의 지방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55개의 국·공립대학 전체의 발전을 꾀할 것이다.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방 인재를 국가가 좀 더 책임지고 육성할 것이다. 지금 전국에 총 10개의 혁신도시를 육성중인데, 이 10개의 혁신도시를 일종의 종잣돈 삼아 지역발전의 시작으로 삼아 지역 발전을 꾀하고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지금의 ‘서울 블랙홀’ 현상을 극복할 것이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6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서울 중심의 사회를 이제는 변화시킬 때다.

 

Q. 그렇다면 지방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A. 이 내용은 사실 내일(8일) 발표하기로 했는데, 지금 처음 발표하는 것이다. (웃음) 카이스트처럼 전국의 국·공립대학에 국가가 시설·학비 지원을 해서 국가의 책임수준을 높이도록 할 것이다. 55개 국·공립대학 전체 학비면제 비용이 8천300억여 원이며,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의 학비만 면제할 때 3천300억여 원이 든다. 학비 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방대학이 그 지역의 가장 중요한 대학으로서의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전체적으로 그 대학을 책임지고 지원하겠다.

 

Q.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동유연화 정책은 되돌릴 수 없다고 발언했는데, 현재 노동시장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또한 노동유연화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지금까지 진보진영 측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반대해 온 이유는 이 정책이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에 대한 임금 착취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임금착취와 노동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장구조의 보완장치를 필요로 한다. 내가 노동유연화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 것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의 유연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은 유연화 정책이 임금 착취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고, 실업급여나 4대 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안전망이 더 강화돼야 한다. 또한 유연화된 노동시장에서는 실업이 쉬워지는 만큼 재취업을 하기도 쉬워야 한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이루면서도 임금착취를 막아내는 조치가 필요하다.

 

Q. 군 처우개선과 복무기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사병의 급여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정책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군 복무기간에 대해서는 아직은 약속드릴 수가 없다. 현재 군은 육군 보병 중심의 체제여서 이미 짜여진 국방개혁안을 실행하려면 복무기간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계획을 바꾸지 않은 상태로 기간을 줄인다고 말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무책임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병역문화, 선발의 공정성, 사병 급여 인상에 집중할 것이다.

 

Q. 사병 급여 인상에 대한 수치를 구체적으로 알려 줄 수 있는가?

A. 이는 재정계획을 다시 짜 봐야 확답을 할 수 있다. 지금 대선주자들의 약속을 보면 나중에 다 지키지 못할 것들이 많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재정혁신위원회를 설치해 현재 재정계획상에서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약속하겠다. 다른 후보처럼 군복무 기간을 10개월로 줄이겠다는 발언은 하지 못하겠다. 정부의 최고 지휘자로서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방향성이다.

 

Q.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며 어떤 교육정책을 펼 예정인가?

A. 현재는 정부의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다양한 재정사업을 진행하는데 예산이 총 4조여 원 가량 된다. 또한 이 사업들의 심사 절차도 전혀 정교하지 못하다. 2, 3개월 만에 서류심사를 하고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통해서 어떻게 대학 미래의 경쟁력을 볼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대학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좀 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R&D에서의 대학 역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현재 다양한 부처에서 관할하는 대학 지원 사업을 통폐합해서 운영하겠다.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국가의 대학정책이 얼마나 균형을 이뤄야 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교육부의 개입보다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대학 평가와 지원을 당근삼아 구조조정을 이끌어 왔는데, 이런 식의 정부 주도형 정책은 효과가 없다. 대신 대학 당국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실시하겠다.

 

Q. 요즘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화두에 올랐는데, 향후 여성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궁금하다.

A. 나는 민주주의자, 민주화 세대로서 평등 점수가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재작년부터 여성주의 공부를 하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공부를 하고 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휴머니즘과 민주주의도 남성 중심적 사고였다.

충청남도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지난해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곳이다. 양성평등을 위해 작년 충청남도의 모든 예산을 ‘젠더’라는 기준을 가지고 필터링을 다시 해 봤다. 지금 ‘양성’이라고 하는 구분법에서 ‘젠더’라는 관점으로 한 번 더 전진하고 있는 과정이다. 젠더의 관점에서 우리의 국가정책과 재정이 얼마나 충실한지에 대해 필터링해 볼 계획이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육아휴직의 성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나 역시 살아오며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시기는 출산·육아기였다. 그 기간에 여성은 경력단절을 겪고 사회적으로 단절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육아휴직 시의 급여를 현실화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육아휴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Q. 그런데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자의 인식과는 모순된다고 생각한다.

A. 차별금지법의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이를 제도화하는 데에는 우리 사회의 찬반논쟁이 남아 있다. 앞으로 이것을 민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Q. 일각에서는 ‘후보의 철학과 비전은 선명하나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대선까지 중점적으로 구체화할 정책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사실 대통령 후보 혼자 모든 정책을 다 일일이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그 대신 대통령으로서의 철학과 소신은 밝혀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랬듯 뚜렷한 철학과 소신 없이 뚜렷한 수치만 밝힌다고 해서 복지국가를 만든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어르신들에게 매달 20만원씩 드리겠다고 했는데 이 공약이 복지국가를 만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 충청남도가 도정 만족도, 도정 수행률에서 압도적인 1등이다. 즉 충남도지사로서 도정 살림을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 어떤 분야든 간에 자세히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한정된 상황 내에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약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현 시국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후보는 그런 대통령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A.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 위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한미 군사동맹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한다. 어떤 후보는 주권국가로서 한미 동맹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화끈하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후보는 입장을 유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매우 현실적인 기초 위에 전략과 전술을 세우고자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좋은 민주주의를 이끄는 국가 지도자가 필요하다. 오늘의 이 현실은 민주주의가 작동이 안 돼 생긴 문제 아닌가. 민주공화국을 가장 잘 운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우리가 말하는 정의관은 약자에게 힘을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법치가 늘 강자에게 힘을 주어 왔는데, 이제는 강자는 규율하고 약자에게 힘을 줘야 한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법치다.

 

Q. 마지막으로, 중도나 보수 진영의 유권자가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해서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A. 사실상 이런 상황을 두고 ‘역선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를 두고 이뤄지는 논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도층까지 포함하려 지지층을 높이려는 것은 오히려 모든 정당의 의무가 아닌가. 내 지지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간다. 나는 당의 외연 확장의 관건이 되는 사람이다. 현재 내가 ‘우클릭’이라며 양 쪽 진영에서 모두 공격받고 있는데, 개척자와 도전자에게는 항상 시련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나는 정치적 신념과 원칙이 있고 민주당에서 충성과 의리를 다해 왔다. 대선 결과에 따라 내 이념과 원칙을 버리겠는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내가 걷는 길이 진보의 새로운 영역이다. 진보의 고유한 가치인 연대, 협력, 휴머니즘, 평등 하에서 기존의 낡은 진보 진영을 뛰어넘어야 한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이 아니라 정당 정치에 의해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국가과제를 놓고 정당을 다시 한 번 구축해 보자는 의미다.

청년 여러분, 도전합시다!

 

글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신동훈 기자

bodohuni@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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