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영 (정경경영·11)

#1 새 해가 밝은 뒤 굳은 결심을 하고 찾아간 헬스장에서 ‘한 달만에 몇 킬로나 감량할 수 있겠냐’는 내 질문에, 트레이너는 ‘20년 동안 찐 살이 한 달만에 빠질 줄 아셨어요?’라고 답했다. 트레이너의 그 대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답을 자극제로 삼아 한동안 열심히 운동했으나 한 달만에 목표하던 체중까지 감량하기란 쉽지 않았다.

#1-1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박영수 특검의 연장 신청이 끝끝내 통과되지 못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종종 트레이너의 그 말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동안 켜켜이 쌓여온 병폐를 단기간에 모두 도려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2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한지 여러 달이 지나고 어느 정도 감량에 성공하자, 나는 어느새 이것저것 핑계를 만들며 헬스장에 가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식단관리는 사라지고 외식과 술 약속이 잦아졌다. 슬프게도 몸무게는 곧 원래대로 돌아갔다.

#2-1 광화문에 촛불이 켜진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이 차지하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어느새 일상적인 가십거리로 채워졌고, 대선후보들이 속속 출마하며 사람들의 관심사는 분산되고 있다. 한겨울에도 뜨겁게 타오르던 촛불의 온도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 같다.

#3 한번 고삐가 풀어지고 난 후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은, 처음 시도할 때보다 몇 배 더 고통스럽다. 아무리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더라도 한번 해이해지고 나면 다시 풀어지기 쉽다.

#3-1 사회의 병폐를 개선해나가는 것도 똑같다고 본다. 곪은 상처가 터진 것과 같은 지금의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개선’ ‘어느 정도의 부정부패 척결’에서 그친다면, 다시 쌓인 병폐를 해결해 나가는데 두배의 사회적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 생각한다.

#4‘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한다’는 말처럼, 사회 곳곳에 쌓인 부정부패를 없애는 일도 끊임이 없어야 한다. ‘오늘은 한번 쉬지’, ‘한번 눈 감고 말지’라는 생각이 쌓여 지금의 현실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 관리를 멈추지 않을때, 주변의 부정부패에 둔감해지지 않을때에 비로소 건강한 몸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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