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로운 공직 사회가 시작되어야 한다

박신영 (국문·15)

2015년 5급 이상 공무원 자발적 퇴직이 1128명에 달했다. 2005년 수치와 비교하면 2배를 웃도는 실정이다.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들이 왜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까? 그 주된 원인은 바로 세월호 이후 가열된 ‘관피아’ 논란과 세종시에 있는 듯 보인다.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사기가 꺾이고 퇴직 후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이 상당히 제한되면서 조기퇴직을 선택하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세종시와 서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원거리 업무출장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도 무시못할 것이다.
어딘가 삐꺽거리는 공직사회의 문제와 그 해결책이 제시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개혁안이 제시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에 5급 공무원 공개채용인 행정고시를 없애고 7급 공채시험과 합친다는 안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 ‘행정고시 폐지’와 ‘5급과 7급 공채시험의 통합’이 삐걱거리는 공직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순풍이 될 수 있을까?
2010년에 생겨난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은 사실 1950년 ‘고등고시 행정과’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태어난지도 어언 60년이 되는 인사 제도이다. 시험의 탄생이유는 밀실에서 이루어지던 공정하지 못한 인사 제도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피하기 위해 공개경쟁 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이루어지는 듯 했다. 능력주의를 외치며 태어난 행정고시, 하지만 이제는 그 필요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5급 행정고시 폐지 주장의 근거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능력과는 상관없이 5급과 7/9급 공무원 간의 차별이 임용된 직급에 따라 서열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인사와 업무에서 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이 같은 고시 출신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해외 연수 등에서 있어서도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고시 출신은 해외연수의 기회가 고시 출신보다 현저히 작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고시 그 자체도 업적주의의 성격을 잃고 학벌주의가 침투하기 시작했다. 2016년 행정고시 합격자 중 1,2,3위는 소위 SKY대학이 차지하고 있고, 세 대학 출신의 비율은 전체 278명 중 139명 즉 절반에 다다를 정도이다. 또한 서울 소재 대학 출신으로 분류하면 92.1%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치이다. 지방인재채용 목표제가 적용됨에도 지방소재 대학 출신은 10%를 넘지 못한 것이다. 언제부터 ‘개천’은 ‘인-서울’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진정한 업적주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전통적 행정국가의 모습에 반하여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자는 ‘신공공관리론’과 정부의 권력을 시장과 시민에게 분담하자는 ‘거버넌스론’이 행정학에 대두된지 오래되었다. 더 이상 연공서열과 획일화된 관리능력으로는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5급 행정고시 폐지 이후 이어질, 7급 공무원 인원 확충과 민간 채용확대는 그 흐름에 부합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시대를 읽는 흐름과 협력적인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인데, 오히려 행정고시는 더 우수한 인재를 가려낸다는 명목 하에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만 발전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의 논리구성 능력과 기획 능력을 평가하지 못하는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7급 공무원으로부터의 근무시작은 공무원 승급의 병목현상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능력을 쌓은 인재를 길러내게 되는 것이다. 민간 채용이 늘어나 외부 근로자가 관료체계로 편입되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일하며 얻으려는 것이 지위와 영향력이 아닌 정책역량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면, 공정한 평가시스템만 마련된다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된다.
물론 이번 행정고시 폐지 제시가 ‘특채’를 위하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더욱 공정한 길이 아닌 더욱 불공정한 대한민국이 펼쳐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껏 공직 사회가 쌓아왔던 과거의 허물에서 탈피하고,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에 발 맞춰 변화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될 개혁은 ‘건강한’ 행정고시 폐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