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다가오면 대학가는 ‘방 구하기 전쟁’이 시작된다. 하지만 방 구하기 전쟁이 끝났다고 안심할 순 없다. 내가 어렵게 구한 방이 불법건축물이라면 어떨까. 실제로 대학가에선 ‘방 쪼개기’와 ‘무단 용도변경’과 같은 불법주거가 횡행하고 있다.

6세대만 살아야 할 집에
22세대가 살고 있다? 

방 쪼개기란 건물주가 불법개조로 방을 늘려 건축물대장상 신고된 방의 개수보다 더 많은 방을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방 쪼개기는 대학가 불법건축물의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청 건축기획과가 제공한 ‘서울시 불법 방 쪼개기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의 불법 방 쪼개기 적발 건수는 492건이다.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88건을 기록한 성북구의 적발 건수가 가장 높았다. 그 외에 대학 밀집지역인 성동구, 동대문구, 관악구도 각각 57건, 42건, 40건으로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은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 
우리대학교가 위치한 서대문구의 적발 건수는 87건으로 성북구의 뒤를 이었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 방문예약이 차 있다는 신촌의 한 다세대 주택의 건축물대장을 열람한 결과, 2층부터 4층까지 총 6세대가 거주하는 주택으로 신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22개의 방이 있었다. 기자가 해당 주택을 직접 찾아가 공실을 보여 달라고 하자 임대업자는 401-3호 방을 추천했다. 401호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시 빽빽하게 붙어있는 세 개의 방문이 보였다. 사용승인 시에는 401호였던 방을 불법개조로 벽을 세워 401-1,2,3호로 방을 쪼개 운영하는 것이다. 

신고할 땐 고시원, 임대할 땐 원룸

무단 용도변경 역시 대학가 불법건축물의 대표적인 사례다. 무단 용도변경이란 합법적인 절차 없이 건축물을 인허가 시의 용도와 다르게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월 서울시의회 전철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서울시 불법 용도변경 적발 건수는 7천907건에 이른다. 지역구 별로 살펴보면 용산구가 3천115건으로 가장 높은 적발 건수를 보였고, 서대문구와 동대문구가 각각 584건, 493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 의원은 “대학이 밀집한 지역구는 특히 주거시설 관련 무단 용도변경이 많았다”며 “고시원으로 사용승인을 받아놓고 원룸으로 임대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고시원과 원룸은 용도가 다른 건축물이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시원이 속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은 ‘생활하는 데 유용한 시설’이다. 반면 원룸이 속한 공동주택은 ‘거주하기 위한 시설’이다. 또한 고시원은 주거용 시설이 아니므로 개인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고시원으로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은 뒤 개인취사시설을 설치해 원룸처럼 운영하는 임대업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고시원의 상호를 달리해 원룸처럼 임대할 경우, 세입자가 불법건축물임을 인지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고시텔, 원룸텔, 리빙텔 등은 기존 고시원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임대업자 사이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따라서 법적으로 고시원과 같은 시설이기 때문에 개인취사시설 설치가 금지된다. 그런데 일부 임대업자들은 고시원의 다양한 상호를 무단 용도변경에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관악구에 위치한 한 원룸텔은 건축물대장상 고시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방마다 개인취사시설이 갖춰져 있는 ‘풀옵션 원룸’이라 광고하고 있다.
기자가 해당 원룸텔에 갔을 때, 좁은 복도 하나에 여러 개의 방이 붙어 있는 것이 여느 고시원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싱크대와 인덕션이 눈에 띄었다. 공동취사시설을 이용하는 일반 고시원과 달리 방마다 싱크대와 인덕션을 설치해 원룸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임대업자에게 해당 건축물이 고시원이냐고 묻자 “개인취사시설이 있기 때문에 일반 고시원과는 다르다”는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 원룸처럼 운영되고 있는 관악구의 한 원룸텔

대학생 위협하는 불법건축물

대학가에서는 세입자들이 불법건축물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학가의 공인중개사 이모(48)씨는 “학생들은 다른 세입자들에 비해 임대계약 경험이 적고 부동산 관련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를 악용하는 일부 임대업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생이 혼자 방을 구할 때,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는 경우는 드물다. 신촌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남태영(GLD국제통상·15)씨는 “방을 알아보며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떼어 볼 생각을 못 했다”라며 “방값이 부담돼 주로 방의 가격대비 시설에만 집중해서 따져본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건축물은 추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세입자의 법적 구제가 보장되지 않는다. 가령 건축물대장에는 501호로 등록돼 있지만 불법개조로 501-1,2,3호로 방이 쪼개진 경우, 501-2호는 등기부등본상 없는 호수다. 이때, 임대차계약 기간 중 해당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다세대주택의 호수를 누락한 상태로 전입신고를 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법건축물은 세입자의 안전 역시 보장하지 못한다. 대다수의 불법 방 쪼개기 건물은 소방법이 규정한 환기시설과 대피로 마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환기시설과 대피로를 갖춘 기존 준공도면과 다르게 방을 무리하게 개조한 결과다. 지난 2015년 13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방 쪼개기’가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불법개조 시 사용되는 내부 벽 마감재도 문제다. 우리대학교 건축공학과 임홍철 교수는 “불법개조 과정은 별도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벽에 어떤 마감재를 얼마큼 쓰는지 알 수 없다”며 “건축비용을 아끼기 위해 내화가 되지 않는 마감재를 사용하면 화재 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단으로 개인취사시설을 설치한 고시원도 화재 위험에 노출된 것은 마찬가지다. 공인중개사 박모(54)씨는 “고시원은 원룸보다 방의 간격이 좁고, 대피로도 협소하다”며 “따라서 개인취사시설을 설치하면 화재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화재 시 피해가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부실하게 마감된 벽은 소음문제에도 취약하다. 신촌 일대의 방 쪼개기 건축물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방을 계약하기 전, 방의 간격이 좁다고 느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소음은 A씨의 예상보다 심각했다. A씨는 “옆방 거주자의 작은 말소리나 휴대전화 진동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전혀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불법건축물 운영 부추기는 허술한 규제

불법건축물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 서울시의 각 구청에서는 주로 민원이 접수돼야만 현장검사가 이뤄진다. 마포구청 건축과 관계자 B씨는 “불법건축물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기적 현장검사를 하기에는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각 구청은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검사 후 「건축법」 제80조에 따라 해당 건축물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현행제도는 아직 완벽한 규제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평균 이행강제금은 약 168만 원이었다. 서울시 원룸 매매가격 시세와 비교해봤을 때, 불법행위를 규제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공인중개사 박씨는 “실제로 이행강제금보다 수익이 커 ‘버티기 식’ 불법건축물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임대업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서울시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65.58%에 그쳤다. 특히 불법건축물 적발 사례 중에서도 불법용도변경으로 인한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48.1%로 매우 저조하다. B씨에 따르면 “사실 구청에서는 처벌 자체보다 시정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이행강제금의 강제성 강화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불법건축물에 대한 단속은 이행강제금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허술한 규제 속에서 건물주와 임대업자는 불법주거 운영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법망을 피해 적발되지 않는다면 높은 수익뿐만 아니라 편리한 건축운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원룸은 「소방시설법」 제3장 제8조에 따라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춰야 하는 반면 고시원은 소방시설 건축 기준이 낮아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임 교수는 “방 쪼개기를 하는 임대업자들은 단순히 임대수익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주택법을 피하고자 불법운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건축물로  대학생 내모는 주거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1.53%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숙사 거주를 원하는 학생은 늘고 있지만, 많은 학교가 기숙사 추가설립에 소극적이다. 복수의 대학 관계자에게 기숙사 추가 설립 계획에 대해 묻자 “기숙사 추가설립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학교 재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협조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학교 주변 자취촌으로 눈을 돌리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지난 2016년 부동산 앱 ‘다방’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가 자취방의 평균 가격은 보증금 1450만 원에 월세 49만원이다. 2016년 최저시급인 6천30원으로 계산해봤을 때, 하루 6시간씩 주 3회 일해야 겨우 월세를 낼 수 있다. 기타 생활비 지출까지 고려해 봤을 때, 서울 지역 자취방의 월세는 대다수 학생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에 불법건축물의 방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하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 관악구의 한 불법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C씨는 “계약 전부터 불법개조 건물이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시세보다 저렴해 계약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공행진하는 대학가 월세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기 위한 학생들의 종착역이 불법건축물이 되어선 안 된다. 불법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과 함께 대학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합법적인 보금자리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글사진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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