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를 만나다

지난 2016년, 28대 총여학생회장 마태영(신학·14)씨가 우리대학교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 소속임을 밝히며 커밍아웃을 했다. 이에 ‘컴투게더’는 대자보를 통해 마씨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겨 많은 사람의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 임원진을 만나봤다.

▶▶ 성소수자 커밍아웃을 한 28대 총여학생회장 마태영(신학·14)씨를 지지하기 위해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에서 게시한 플래카드


Q. ‘컴투게더’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Q. ‘컴투게더’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회장: ‘컴투게더’는 1959년에 한국대학 최초로 만들어진 성소수자 동아리다. 동성애자 동아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모든 성소수자를 위한 동아리로 확대됐다. 현재 140명 정도의 재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여성대표: ‘컴투게더’의 설립 기조는 ‘피난처 형식의 친교모임 유지’이다. 우리대학교 내 성소수자 학생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친교활동을 중심으로 인권활동 및 퀴어와 페미니즘 공부도 하고 있다. 다른 여느 동아리와 마찬가지로 엠티나 신입생 환영회 등의 행사들도 진행하며, 1년에 한 번 『2GETHER』 라는 회지를 발간하고 발간 기념회를 열기도 한다.
부회장: 지난 학기의 경우, 「ㅅㅅ할래?」라는 제목의 회지를 발간했다. 섹스에 대한 은유뿐만 아니라 자음 놀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아 제목을 정하고 제작했다. 이후 ‘ㅅㅅ파티’라는 이름으로 발간 기념회를 진행하였다. 

Q. 우리대학교 내에 성소수자와 관련된 동아리나 단체들이 있는데, 이 단체들과의 연대활동도 진행되고 있는가? 또한, 학교의 담장을 넘어 다른 대학 단체들과의 교류는 어떠한가?

부회장: 우리 동아리가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동아리라면, 성소수자 인권 행동을 목적으로 하는 ‘큐아’(Queer We Are, QWA)라는 동아리가 있다. 우리 동아리와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단체는 아니다. 누군가는 우리 동아리에서 소속된 동시에 ‘큐아’에 소속되기도 하고, 서로 거쳐 가는 동아리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에는 ‘큐아’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와 함께 ‘공동체 상영회’를 개최했다. ‘공동체 상영회’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사랑과 그들이 겪는 법적 분쟁을 다룬 영화 『로렐』을 사람들과 함께 보고, 인권 변호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지난 2월 24일~26일에 우리대학교에서 개최된 ‘성소수자 인권 포럼’에서 우리대학교 장애 인권 동아리 ‘게르니카’와 함께 연대해 학내 배리어프리 공간 지도를 제공받기도 했다. 

우리대학교 밖에서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와 연대하고 있다. 여러 학교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학내의 혐오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함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모임과 교류 행사도 갖고 있다.
 
Q.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은? 

회장: 우리가 게시한 대자보가 훼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람에 의한 것인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익명게시판을 통해 마씨를 지지하는 대자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대학교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에서도 교수가 직접 대자보를 훼손하거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자보를 찢어 놓은 사례들도 있었다. 

또한, 동아리 특성상 동아리 회원들이 ‘아웃팅*’이 되지 않도록 회원들을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장소 대관을 하거나 현수막을 설치할 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년 회지 발간을 준비할 때, 회지의 내용이 불법적이라는 이유에서 한 인쇄업체에서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Q. 지난 2016년, 마씨가 총여 후보로 나서며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했다.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회장: 커밍아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커밍아웃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모든 인간관계에 위험을 가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자기가 온전히 스스로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 세상에 자신을 선언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부회장: 그래서 마씨의 커밍아웃은 더 의미가 깊다. 신학과에 소속된 마씨는 자기의 소속집단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용기를 냈고, 나아가서 종교와 성소수자가 화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과 같다.

Q. 최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성대표: 확실히 SNS상에서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성소수자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 동아리 가입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부회장: 지난 2016년 6월에 개최된 퀴어퍼레이드 참가자 수가 사상 최대인 5만 명에 달했다. 성소수자와 연대하려는 여러 페미니즘 단체들도 늘어가고 있고, 성소수자들이 사회를 바뀌어 나가는 주체로서 인식되어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주류 언론에서는 퀴어퍼레이드에서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벌이는 반대시위를 두 이익집단 간의 단순한 충돌로 묘사하고 있다.

총무: 시선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성소수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지는 않다.

회장: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걸크러쉬’나 ‘브로맨스’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함으로써 성소수자를 대상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Q. 대선후보들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회장: 작년에는 성소수자 혐오 공약을 내세운 어느 정당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원내 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가 하나의 정당으로 자리 잡는 것에 대해 우려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금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회피하고 있는데 한 시민집단의 온전한 권리들이 너무나 쉽게 ‘표’와 ‘돈’으로 치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Q. 올해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부회장: 올해는 동아리 역사상 최초로 동아리박람회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마씨의 커밍아웃에 용기를 얻어, 학교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리고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또한, 소수자 내부의 소수자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동아리 내 교육 및 학술 연구에도 신경 쓸 예정이다. 더불어 회지 『2GETHER』 3호의 성공적 발간 및 발간 기념회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컴투게더’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총무: 우리 동아리의 기조인 ‘성소수자의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다. 

부회장: 최근 ‘연세대학교 안타깝숲’에서 무성애자는 ‘컴투게더’에 가입할 수 있냐는 글을 봤다. 우리 동아리는 단순히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모든 성소수자를 위한 동아리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입하면 좋겠다.  

회장: 소수자 속의 소수자와의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컴투게더’의 최종목표는 ‘우리 동아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을 하곤 한다. 기존에 해왔던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자긍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권행동을 통해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진정으로 평등해져 우리 동아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 아웃팅: 커밍아웃과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 경향이 드러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전예현 기자  
john_yeah@yonsei.ac.kr
 자료사진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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