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술이다. 술은 행복이다. 일상은 행복이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할 때 하고 놀 때 놀라고. 대학생 신분 기자에게 할 것은 공부고 놀 것은 술 마시기다. 그러나 기자는 공부할 때도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기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가게, 술을 마시며 공부할 수 있는 가게, ‘로실링’의 김우현(영문/정보산업·11휴학)씨를 만나봤다.

Q. 로실링을 소개해 달라.

A. 지난 2016년 10월 26일에 개업했다. 로실링의 모토는 ‘일상에 허락된 술 한 잔’이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힘들다. 그러나 내가 복수전공을 시작하면서 술 마실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이렇게 사니까 죽겠더라. 바쁠 때에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 생각에서 로실링이 생겼고 로실링의 모토가 만들어졌다.

 

Q. 가게 이름에 담긴 의미는?

A. 로실링에서 로(low)는 낮은, 실링(ceiling)은 천장이자 높은 곳, 닿고 싶은 곳이다. 나는 여기서 천장을 행복이라 생각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는 뜻을 담고 싶었다. 사실 이 의미는 이름이 지어지고 나중에 붙였다. (웃음) 가게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천장에 가벽이 있어서 천장이 낮았었다. 그래서 로실링이라 지었다. 꿈보다 해몽이랄까.

 

Q. 로실링이 추구하는 분위기는?

A.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로실링에 쓸데없는 소품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느낌을 추구한다. 콘센트와 전기선은 각각 방우형 콘센트*와 CD관**으로 산업 현장에서 쓰는 것을 사용한다. 어디선가 쓰이지만 일반 가게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들의 거친 느낌이 멋있으니까. 가벽을 뜯으며 생긴 상처도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그대로 뒀다. 환풍기 밑을 보면 이중벽이 무너져 있다. 가벽을 뜯고 나니 무너져 있는 이중벽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처치 곤란이었다. 멋으로 환풍기를 달았다. 축사용 환풍기라 돌리면 바람이 심하게 불어 실제로 사용은 하지 못한다. 얼룩덜룩한 천장도 조명을 달고 나니 멋있어서 놔두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Q. 인테리어를 직접 했나?

A. 지인이 짜준 디자인으로 내가 철거부터 시공까지 직접 했다. 인테리어를 직접 하지 않으면 돈이 부족해 가게를 열 수 없었다. 인테리어를 하기 전에 가게에 둘러져있던 가벽을 뜯었다. 가벽을 뜯고 나니 드러난 노출 콘크리트 벽이 멋있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과 다르게 노출 콘크리트 벽을 살려놓기로 했다.

원래 인생의 목표가 예쁜 집에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인테리어를 직접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규모로 가게 하나를 통째로 인테리어하게 될 줄은 몰랐다.

 

Q. 갓등이 달린 테이블과 스탠드가 놓인 테이블이 분리돼 있다. 그 이유는?

A. 갓등이 달린 테이블은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는 공간이다. 스탠드가 놓인 테이블에서는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한다. 술을 마시며 영화나 책을 보는 손님도 있고 여행 계획을 짜는 손님들도 있다. 학기 중에는 과제를 하거나 조모임을 하기도 한다.

전등을 달리해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Q. 왜 간판이 없나.

A. 요즘 사람들은 신촌을 배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목적지가 있다. 목적 없이 지나가다 가게에 들어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가게 간판이 네온사인 번쩍이며 서로 봐달라고 난리다. 나는 이런 것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3달이 넘는 기간 동안 로실링을 운영하며 손님이 없었던 적이 2번밖에 없다. 사실 첫날에 오신 손님이 어떻게 알고 오신지 모르겠다.

 

Q. 로실링을 열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A. 내가 요리를 하나도 못해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라면 끓이기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어머니께서 매일 나오셔서 가게를 봐주셨다. 지금은 안심된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시는데 이제는 가게가 지저분하다고 잔소리를 하신다.

 

Q. 요리는 어떻게 배웠나?

A. 로실링을 처음 열었을 때는 메뉴가 샐러드밖에 없었다.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메뉴를 연구하려 했다. 그러나 막상 저녁까지 인테리어를 하고 집에 돌아가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 로실링을 열 때까지 메뉴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디자인을 짜준 지인이 요리를 잘 하는 지인을 소개해 줘서 조리법을 배우게 됐다. 할 수 있는 메뉴가 많아졌다. 현재는 샐러드를 포함해 누들과 스낵 등이 있다.

 

Q. 추천하는 메뉴는?

A. 샐러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다.

 

Q. 생맥주가 맛있던데 어떤 맥주를 사용하나?

A. 맥스. 국산 생맥주에 대한 오해가 맛없다는 것인데 노즐 청소만 잘해도 정말 맛있다. 나는 매일 노즐을 청소한다. 노즐을 청소하지 않으면 노즐에 맥주 찌꺼기가 하얗게 쌓여 맥주에서 쓴맛이 난다. 또 생맥주 기계를 다루는 능력도 맥주 맛에 영향을 미친다. 생맥주 기계는 탄산이 나오는 토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맥주를 잘 따르지 못하는 가게는 거품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압력을 낮춰놓는다. 그러나 낮은 압력에서는 청량감을 기대할 수 없다. 나는 맥주를 잘 따라 압력을 높게 맞춘다. 로실링에서는 탄산이 강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로실링에서 생맥주는 꼭 드시면 좋겠다. 로실링은 생맥주와 샐러드로 시작했다. 기본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생맥주만큼은 철저히 관리한다.

Q. 로실링 홍보는 어떻게 하나?

A. 홍보는 개업 전에도 안 했지만 개업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완성했지만 음식 메뉴가 부족해 내실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로실링을 직접 홍보할 정도의 자신이 있을 때 하고 싶다. 그 시기를 3월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만들 것이다.

Q. 자영업을 하는 심정은?

A. 힘들다. 낮 4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로실링을 연다. 오전 시간은 개인 시간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게를 열 준비하고 가게에 대한 고민을 하며 모든 시간을 로실링에 투자하게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래도 학교 다니는 걸 싫어해서 학교 다닐 때보다는 행복하다.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신촌은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이다. 동문들은 신촌에서 젊음을 마무리하고 다른 곳에서 자기의 꿈을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대학생활도 시작했고 내 첫 가게도 여기서 시작했다. 신촌이 좋다.

 

*방우형 콘센트: 산업 현장에서 쓰는 콘센트의 일종. 비나 눈을 막기 위한 덮개가 달려있다.

**CD관: 외부에 주름이 있는 전선관으로 콘크리트 매입용으로 사용한다.

 

 

글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정정보도 알림: 본지는 기존 기사에 사용된 '천장에 핀 곰팡이'라는 표현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지난 13일 '곰팡이 핀 느낌의 천장'으로 정정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곰팡이'라는 표현은 천장에 대한 기자의 감상이 질문에 포함됐던 것일 뿐, 취재원은 해당 표현을 어느 답변에서도 사용한 바 없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로실링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실무근인 이 표현을 정정보도에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또 다른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1차 정정했던 표현을 '얼룩덜룩한 천장'으로 최종 정정합니다. 

본지의 기사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대표님, 그리고 독자여러분께 정중한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최선을 다하는 연세춘추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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