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에 감성을 물들이다

학교가 끝나고 곧장 집에 가기 아쉬울 때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신촌 굴다리의 디저트 카페 ‘파이홀’. 신촌 공영주차장 쪽으로 발길을 돌릴 때면 눈치싸움은 이미 시작된다. 경보에서 승리해야만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 우리들의 달콤한 아지트, 파이홀의 장시영 대표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소개 부탁한다.

A. 파이홀 공동대표 장시영이다. 현재 최혜리, 이정미씨와 함께 파이홀을 운영 중인데 사실 누나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대표라고 칭하기가 머쓱하다. 이런 인터뷰는 유명한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요청이 들어와 감사할 뿐이다.

파이홀은 지난 2012년 3월에 오픈해 6년 차 가까이 된 개인 디저트 카페다. 계절마다 다른 파이들을 제공하고, 이에 어울리는 음료들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Q. 파이홀을 개업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A. 혜리누나와 정미누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로 지냈고 나도 어렸을 적부터 둘과 가깝게 지냈다. 그 둘이 먼저 창업 공부를 하며 신촌에 파이홀을 개업했고 나는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뒤늦게 영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렇지만 초창기부터 파이홀 개업에 관심이 많았고 가게의 컨셉을 함께 잡는 등 꾸준히 같이 활동했다.

 

Q. ‘파이홀’이라는 이름의 뜻은?

A. ‘파이홀’이라는 단어 자체는 미국 속어로 ‘입’이라는 뜻이다. 파이는 결국 입으로 먹는 것이다 보니 그 의미 자체도 재밌었고, ‘파이홀’이라는 단어가 ‘파이에 빠지다’라는 의미의 ‘파이홀릭’도 연상케 해 상호으로 정하게 됐다. 로고와 관련된 일화도 있다. 파이홀이라는 상호를 짓고 로고 작업을 했는데 미국에 똑같이 ‘파이홀’이라는 가게가 있더라. 당황스럽게도 로고가 너무 비슷해서 지금은 파이홀의 로고를 바꾼 상태다.

 

Q. 맛있는 파이의 비결은?

A. 사실 맛있는 파이를 만들어야지 하는 고민을 한다기 보단 평소 먹는 걸 좋아하다보니 누나들과 함께 맛있는 것들을 찾아다닌다. 맛있는 걸 먹다보면 어떤 맛이 맛있는 맛인지
느낄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맛을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공부한다. 그렇게 계속 파이를 개발하고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Q. 파이홀이 사랑하는 파이는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콩가루 흑임자 파이’를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디저트라는 게 서양권 문화기 때문에 케잌이??nbsp;파이 타르트 등에 모두 초코와 같이 달콤한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콩가루 흑임자 파이’의 경우 재료부터 동양적인 느낌이 있고 파이 자체가 고소해서 좋아한다.

Q. 왜 신촌에 개업하게 됐나.

A. 처음에는 우리 셋 모두 신촌이라는 동네에 대해서 특별한 기억이 없었다. 유명한 번화가인건 알았지만 집도 가까운 편이 아니라 많이 와 볼 기회가 없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신촌이라는 거리가 굉장히 젊게 느껴져서 끌렸고, 파이홀이란 카페가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한 차림으로 왁자지껄 놀 수 있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파이홀이 위치한 신촌 공영주차장 인근은 유동인구가 적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A. 실제로 유동인구가 적어 개업 초창기에는 하루 매출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 일을 마치고 배가 고파 치킨을 사먹으면 그 가격이 더 많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당장에 조급해하지 않고 재밌게 일할 수 있던 것 같다. 파이홀 초창기 때부터 자주 방문한 친구가 있는데 좋아하는 가게를 소개하는 학교 과제에 파이홀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친구가 ‘파이에 감성을 물들이다’라는 표현을 해줬는데 그게 마침 가게 운영 방침이었다. 단순히 파이를 판매해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보단 우리가 스스로 즐거워서 파이를 만들었고, 맛있게 드시는 손님들을 보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이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면서 지금의 파이홀이 된 것 같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그것에 조급해 하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Q. 파이홀은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SNS를 통해 손님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페이스북 페이지의 용도도 처음부터 계속 변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손님들과의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페이지를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매일 그 날의 메뉴를 알리기 위해 운영 중이다. 파이홀의 위치가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은 원하는 메뉴가 없을 때 실망하고 돌아가시기도 했는데 그 점이 너무 죄송하더라. 손님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하고자 그날의 메뉴를 페이스북에 알리게 됐다. 그 외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같다. 가게가 바쁘지 않던 초창기에는 손님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선 그럴 기회가 줄어들었다. 온라인상에서라도 그럴 수 있어 좋다.

 

Q. 2018년도 2월에 계약 만료로 인해 자리를 떠난다고 들었다. 파이홀이 신촌을 떠나는 심정이 어떤가.

파이홀은 계약만료로 인해 2018년도 2월에 가게를 정리한다. <관련기사 매거진 28호 ‘공씨책방, 파이홀...정든 가게가 밀려난다’> 계약 만료는 2월까지지만 올해 안에 정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처음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혜리 누나는 주방에서 울었을 정도로 파이홀을 떠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파이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의 초창기 사진을 보면 기본적인 뼈대는 지금과 같지만 인테리어가 매우 다르다. 이 가게는 손님들이 50% 이상 꾸며주셨다. 여행을 갔다가 선물을 사오시고, 그림을 그려주시고, 여러 선물을 받다보니 이 공간이 이렇게 채워졌다. 파이홀은 손님들의 손때가 많이 탄 장소여서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마치 고향을 떠나는 것 같다. 손님들도 많이 아쉬워하셔서 가게를 옮길까도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아 아직 확답은 드리지 못하겠다. 생각보다 가게 이전이 쉬운 게 아니더라.

Q. 파이홀에게 단골이란?

A. 단골손님들과는 사실 ‘손님’이라고 표현하기도 어색할 정도로 허울 없이 지내는 편이다. 초창기에는 손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게 내에서 소소한 이벤트도 많이 하면서 놀았다. 같이 놀면서 지냈기 때문에 지금도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낸다.

 

Q. 마지막으로 파이홀에게 신촌이란?

A. 흔한 표현이지만 파이홀과 함께하면서 신촌은 내 제2의 고향이 됐다. 학교가 끝난 후 가게에 와서 빵을 만들고 메뉴 개발을 하다보면 심할 땐 새벽 3,4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그 시간동안 계속 신촌에 있는 것이다. 신촌에 가게를 내면서 20년 넘게 살았던 동네보다 신촌에 아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신촌의 어느 사장님이든 연세대학교 재학생이든 다 이웃사촌처럼 생각되고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음에 신촌이라는 동네에 항상 감사하다.

 

스스로를 대표라고 말하기 부끄럽다는 장시영 대표를 보며 그가 이뤄온 이 카페가 정말 모든 이들의 아지트였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신촌의 달콤한 아지트, 파이홀. 아쉽게도 그를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머지않았지만 파이홀은 많은 이들의 20대와 함께 추억될 것이다.

글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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