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내 휴일지킴이약국은 단 하나뿐?

신촌은 연세대, 인근의 이화여대가 자리 잡고 있는 대표적 대학가로 대학생 1인 가구가 많은 동네다. ‘혼자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는 자취생들. 이들을 위해 신촌의 휴일지킴이약국(구 당번약국) 실태를 알아봤다.
 

휴일지킴이약국이란?
 

지난 2001년 의약분업제 실시 이후 ‘당번약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휴일지킴이 약국은 야간이나 휴일에 약사들이 약국을 운영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야간 및 휴일에도 국민들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당번약국은 실행 초창기 약국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행됐으나 2007년 대한약사회의 약사윤리규정 개정으로 의무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약사들의 연이은 반발과 편의점 내 상비약 구비 법안의 통과로 결국 당번약국제는 다시금 약사들의 자율에 맡겨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에는 ‘당번약국’이라는 명칭이 해당 제도가 의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 아래 ‘휴일지킴이약국’이라는 명칭으로 대체됐고, 현재 휴일지킴이약국 제도는 대한약사회에서 전국적으로 실행중이다. 한편 휴일지킴이약국에는 ▲일요일에 여는 일요약국 ▲밤 10시 이후에 여는 야간약국 ▲명절과 같은 공휴일에 여는 휴일약국 등이 있다.

나를 지켜줄 신촌의 약국은 어디?
 

그렇다면 자취생들의 응급 상황을 책임질 신촌의 휴일지킴이약국은 어디에 있을까? 대한약사회의 ‘휴일지킴이약국’ 홈페이지 (http://www.pharm114.or.kr/)에서 조회해 본 결과, 신촌이 위치한 신촌동, 대현동, 창천동, 마포구 노고산동과 대흥동의 휴일지킴이약국은 신촌역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ㅎ약국’ 단 한 곳뿐이었다. 해당 약국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일요약국으로, 매달 격주로 일요일에 영업을 한다.

결국 신촌 지역엔 야간약국이 존재하지 않으며, 단 한 곳의 일요약국만 운영 중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촌지역의 소비자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편의점에서 파는 상비약 이외의 약을 구하기 어렵다. 연세대 남문 건너편에서 자취를 하는 박세종(GLD국제통상·15)씨는 “역류성식도염이 있어 평소 위가 자주 아픈 편이지만 밤늦게 영업을 하는 약국이 없어 약을 구하려면 응급실밖에 선택권이 없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약국에서 파는 약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신촌에는 야간약국이 없고, 편의점의 비상상비약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주머니 가난한 대학생들은 값비싼 응급실을 택하거나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들이 사라진 이유
 

국내 순위권을 달리는 대학병원, 세브란스가 위치한 신촌. 그 만큼 신촌 일대엔 약국들이 즐비하다. 왜 이런 약국들이 밤, 혹은 주말만 되면 하나같이 사라지는 것일까? 신촌 ‘ㅎ약국’의 약사 정모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약국들끼리 돌아가며 영업을 했지만 야간에는 수요가 훨씬 적다 보니 야간 노동을 감당하기를 다들 꺼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요약국으로 당번을 설 경우에는 낮 시간에 타 지역의 소비자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편이지만, 밤 10시 이후에도 영업을 하는 야간약국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아 오히려 손해를 보며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씨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휴일에 약국들이 영업하게 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의 장려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휴일지킴이약국 제도는 장려책은 고사하고 영업시간을 지키지 못한 약국들에 대해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실제로 약국이 휴일지킴이약국 홈페이지에 영업시간을 게재한 후 해당 영업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약국이 ‘휴일지킴이 불이행 신고’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현재 시스템에 대한 약국들의 부담은 높다. 이에 따라 결국 휴일지킴이약국을 기피하는 약국들이 생기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약무팀의 김유미씨는 “현재 신고가 들어와도 패널티를 드리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대신 약사들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영업시간을 꾸준히 업데이트 하도록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휴일지킴이약국 제도가 자율적이긴 하지만 약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장려책을 연구 중”이라며 “올해 안에는 정책을 내놓으려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1인 가구 밀집 지역으로 휴일약국이 그 어느 곳보다 절실한 신촌. 유명무실한 휴일지킴이약국 제도 때문에 대학생들은 오늘도 홀로 아픔을 참는다.

 

*의약분업제: 무분별한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사와 약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제도. 지난 2001년 8월부터 실시됐다.

 


글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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