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심사평


정명교
문과대 국문학과 교수
 

대학생 문학은, 문학 제도의 경계에 걸쳐져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기성 문학판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더욱 쇄신된 문학 환경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대학생 문학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진솔성이다. 즉 세련된 기교보다는 삶을 언어에 접목시키는 일에 있어서의 진실됨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성이다. 기존의 문학이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겠다는 패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 주의하여 투고작들을 살펴 보았다. 「잡초가 자라는 이유」, 「독백과 독백」, 「별빛」, 「빨래」, 「검은 점」, 「벚꽃」, 「백령도」, 「까치밥」은 경험을 꼼꼼히 되짚어보거나, 마음속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거나, 혹은 외부를 투명하게 관찰하는 시선을 통해서 세상과 자신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고 있다. 그런 개안을 새로운 생에 대한 의욕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언어적 작업에 투신한다면 더욱 고급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단음계」, 「술래의 밤」, 「그믐」, 「자정」은 삶에 대한 체험과 느낌을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을 얻어내려 애쓴 작품들이다. 아쉽게도 그 작업이 투철하게 수행되지 못해서 명징한 전망을 얻지 못하고 어지럽게 엉켜 버린 말들을 버려두기가 일쑤였다. 마지막까지 남은 건 「나무보다 나무처럼」과 「당분간 버스 운행이 중단됩니다」, 두 작품이다. 앞의 작품은 우아한 언어적 세공력을 보여주어 꽤 오래도록 시작(詩作)에 공들여왔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다만 표현이 정황을 앞질러 가서 시적 주제가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의 고민을 ‘느낌’의 차원에서부터 현상하는 게 문제였다. 구체적인 사실 속으로 뛰어들기를 권한다. 뒤의 작품은 버스에 실려 가는 일상적인 사건을 꼼꼼히 관찰하고 반추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라는 거대한 생체 관리 기구에 포박되어, 삶의 본래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우울한 모습을 썩 실감나게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다만 기술된 세목들이 긴밀하게 조응하고 있지 않아 집중력을 흩트린다는 약점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작품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생활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돋보이는 「당분간 버스 운행이 중단됩니다」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더욱 정진하기를 권한다.
 

[박영준 문학상-소설분야] 심사평


한수영
인문예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문사로부터 모두 15편의 응모작을 건네받았다. 몇몇 작품은 습작의 미숙함과 치기가 엿보이기도 했으나, 대체로 내용과 형식에서 그 나름의 수준을 유지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첫 번째 정독한 후 7편을 골랐다. 기발하긴 하지만 너무 작위적이거나, 혹은 소설보다는 동화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것, 너무 짧은 것, 너무 소박하거나 진부해 보이는 것들이 1차에서 걸러졌다. 남은 7편은 <소생>, <기억1>, <버스에 대한 이야기>, <초>, <여름장난>, <당신의 목젖>, <咲夜由愛> 등이었다. 지면 제한으로 이들 응모작에 대해 하나씩 논평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걸러진 7편의 장단점을 따지며 재차 정독했다. <버스에 대한 이야기>, <초>, <여름장난>, <咲夜由愛> 등이 다시 남았다. <버스에 대한 이야기>는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과 인간관계에 관한 냉소적 시선을 결합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초>는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사고로 갑자기 잃은 뒤의 고통을 그린 작품인데 육체와 심리의 고통이 한 인간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필력이 매우 뛰어났다. 만약 문학적 재능 중에 ‘진부한 것을 진부하지 않게 그리는 능력’이 포함된다면, <초>는 그 능력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咲夜由愛>는 대학신문의 응모작으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연히 일본 성인영화(흔히 A/V라고 부르는)를 본 후, 여주인공에 빠져들면서 일어난 다양한 변화들을 그린 소설이다. 성적 묘사가 매우 노골적인데도, 작품의 전체 주제와 유기적으로 녹아들어가 외설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네 편은, 사실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름장난>을 당선작으로 꼽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소설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에는 이른바 소설에서 말하는‘사건’다운 ‘사건’이 없다. 어릴 때 종종 들렸던, 그러나 지금은 빈 집이 되어버린 조부모의 시골집에서 보낸 여름 한 철의 기록이다. 굳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들라면, 그것은 아마도 ‘기억’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명료한‘어떤 사건’에 관한 기억은 아니다. 어릴 때 어울렸던 사촌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사물들, 변했거나 변함이 없는 여러 장소와 공간들. <여름장난>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낮은 목소리로 거의 읊조리듯이, 빈 집의 여름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인데, 거기에 시간과 공간, 기억과 지각의 현상학이 펼쳐진다. 그것은 ‘과거’에 대해 우리가 떠올릴 법한 단순한 노스탤지어가 아니다. 작가는 그 ‘과거’에 대한 기억이 노스탤지어가 되지 않게끔 무진 애를 쓰면서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긴장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며 또한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초>와 <여름장난>을 두고 망설였다. 둘 다 좋은 소설이다. 단지, <여름장난>쪽의 그 무표정함, 혹은 의뭉스러움이 독자(이자 심사자)인 나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 응모한 모든 학생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며 더 정진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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