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끄럽다. 그리고 이런 시끄러움 뒤에는 ‘언론’이 있다.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바로 이번 시국과 관련해 각종 언론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들의 소리는 사람들에게 환영받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받기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언론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까. 이들은 과연 제대로 된 ‘소리’를 내고 있을까.
 

혼란스러운 시국 속 ‘물 만난 고기’
 

지난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결정적 증거 자료를 공개하면서 ‘침묵하던’ 저널리즘 시대에 새로운 막이 열렸다. 정부권력과 자본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 사렸던 언론들이 주체적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JTBC 『뉴스룸』의 경우 최순실 관련 첫 특종을 내보낸 이후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은 평일 시청률 7~9%를 오가는 등 동시간대 지상파 메인뉴스를 한 달째 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수경(경제·16)씨는 “언론사의 가감 없는 보도 및 상황 주도는 국민의 알권리 증진과 사회 정의 구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윤태진 교수(커뮤니케이션대학원·영상학)는 “이제야 언론이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주체적으로 보도하는 정상적 저널리즘을 재가동시켰다”고 전했다.
한편, 언론인으로서 이번 시국의 ‘진실’을 밝히는데 힘쓰겠다고 다짐한 이들도 있었다. 지난 10월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등의 언론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를 해 ‘취재 및 보도에 힘써 국민의 요구를 결집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허수아비’, ‘조용한’ 언론… 고개 ‘푹’
 

각종 종편채널의 활약이 돋보이는 상황 속에서 일부 언론은 수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비난받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국의 경우 정부권력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해 사안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대학교 최정우(HASS·16)씨는 “공영방송국보다 종편 채널 및 신문사가 더 적극적으로 사태의 진실을 파헤치며 언론의 본질적 기능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사한 ‘방송사별 최순실 개인비리 및 행적에 대한 심층 보도 건수’에 따르면 MBC는 JTBC보다 약 1/5 밖에 되지 않는 보도 건수를 보였다. 이러한 보도 건수의 차이는 해당 언론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공영방송 보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많이 보도하는 방송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서 JTBC는 49.6%의 수치를 기록한 반면 공영방송 KBS와 MBC는 각각 7.8%, 2.1%의 낮은 수치를 얻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지난 11월 12일에 진행된 촛불집회에서는 공영방송 취재진이 시민들로부터 ‘니들도 공범이다’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 신희수(소셜미디어·16)씨는 “현 시국에 대한 이들의 흐지부지한 태도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우리 언론은 어디로
 

현재 각종 언론사의 보도 현황을 두고 언론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서 언론이 보인 미흡한 점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최순실 사태, 언론보도를 논하다’ 세미나에서는 공영방송의 ▲제작 자율성 보장 장치 강화 ▲사장 선임 구조개선 ▲시청자들의 관심 필요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해당 세미나에서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정수영 간사는 “경영진으로부터 제작·취재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이호찬 간사는 “공영방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또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지난 11월 17일,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3대 학회 소속 언론 및 방송학자 484명이 첫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언론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산다’라는 첫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언론의 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언론 관련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또한, 지난 7월 21일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62명이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현재 공영방송국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해당 법안에는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특별다수제** 도입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보장 및 정치활동 금지 명문화 등이 담겼다. 
혼란스런 시국 속 각종 언론사 행보에 대해 윤 교수는 “언론사마다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를 순 있어도 의도적인 당파적 이해가 개입된 저널리즘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잠깐이라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저널리즘으로 성장한 민주주의를 사람들이 ‘집단 기억’으로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언론계에 새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언론보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번 ‘보도’ 바람이 모든 이들에게 오래도록, 그리고 올바르게 남았으면 한다.

*사장추천위원회: 사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설치하는 위원회
**특별다수제: 공영방송사장 임명 시 이사 2/3 이상 찬성 동의를 받는 제도


신유리 기자
shinyoor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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