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건축가 김종석 대표를 만/나/다

우리대학교 서문에서 10분. 왁자지껄한 대학가 근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즈넉한 분위기의 동네가 있다. 바로 ‘연희동 카페거리’다. 갤러리, 카페, 이국적인 레스토랑 등의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연희동 카페거리를 한 사람이 기획했다면 믿겠는가. 연희동에서만 40개가 넘는 건물을 리모델링한 ㈜쿠움파트너스의 김종석 대표를 만나봤다.

▶ ㈜쿠움파트너스의 김종석 대표

나이 서른에 맞닥뜨린 도전

건축 디자인을 통해 마을 재생 및 활성화를 기획하는 김종석 대표는 놀랍게도 건축 전공자가 아니다. 건축을 공부한 적 없는 그가 어떻게 건축업에 뛰어들게 됐을까? 
스무 살 때부터 줄곧 전기공사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30대 중반에 불의의 사고로 팔을 다쳤다. 몸으로 하는 일에 한계를 느껴 좌절감에 빠진 김 대표는 다행히 연희동에 거주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우리대학교 서문 근처의 집과 땅을 경매로 구했다. 그 건물을 작업한 것이 김 대표가 건축가로서 남긴 첫 작품이 된 것이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전기공사업체에서 일할 당시 만난 인연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연세대 출신 건축가들을 만났는데, 실력 있는 친구들의 작업을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레 건축에 대한 일가견이 생겼다”고 밝혔다. 공사 현장에서 도면을 접하고, 또 여러 건축가들의 디자인을 접하면서 건축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도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다. 언젠가는 내 집을 지어보고 싶었다는 김 대표는 “내 집을 직접 마련하고자하는 소망이 있었기에 건축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건축 예정인 서래마을 재생건축 1호

담장 없는 거리에 대한 청사진

카페 발코니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과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 연희동을 특색 있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우연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가 30년간 살아온 연희동은 본래 중견그룹의 회장, 정치인, 교수 등이 사는 부촌이었다. 그러던 연희동은 지난 2007년 즈음부터 젊은 작가들이 유입되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 기세를 이어가 연희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여러 건축 종사자들과의 인연은 그가 연희동을 카페거리로 이끄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故김영준 선생님의 본가를 수리하게 되면서 그분의 담장 없는 거리에 대한 연희동 청사진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담장을 낮추고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연희동을 꿈꿨다. 결국 김 대표는 김준 작가 등 연희동에 정착하게 된 여러 작가들을 만나며 담장 없는 거리를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이후 ‘갤러리 있는 곳에 카페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카페거리 한 번 만들어볼까?’ 등 즉석으로 튀어나온 아이디어들이 지난 2010년 기획된 연희동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던 것이다.

시선을 끄는 힘,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물

이렇게 만들어진 연희동 카페거리의 대부분의 건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회색의 건물과 건물 앞을 떡하니 차지하는 외부 계단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자칫 밋밋해 보이는 회색 외벽과 투박한 외부 계단을 굳이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건물에 관심을 가질까’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회색 건물을 짓게 됐다고 한다. 회색 외벽을 사용하다 보니 창을 통해 건물 내부가 강조됐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건물 내부로 향했다. 김 대표는 “회색을 이용한 노출 구조를 통해 건물 안팎의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자칫 건물을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는 외부 계단도 마찬가지다. 외부 계단을 이용할 때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아래층의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게 된다. 이때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암묵적인 소통이 생기기 때문에 건물에 관심이 가게 된다. 
한편, 김 대표는 연희동 프로젝트 이후 재생 건축에 관심 갖게 됐다고 한다. 기존의 건물을 부수는 대신 옛집의 향기와 감성을 살리는 방법을 택한 그는 옛 추억이 사람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그는 회색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기존 건축물에 여러 가지 재료와 색을 접목해봤는데 회색만큼 잘 어울리는 색이 없었다”며 “회색을 사용하니 오히려 기존 건물이 죽지 않고 더 돋보였다”고 전했다.

김종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의 표정과 말투로부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연희동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기자가 북문에 거주한다고 밝히자 “연희동 주민이네”하고 반기며 가끔 놀러오라는 말도 건넸다. 건물을 건축물이 아닌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김종석 대표. 그가 있기에 연희동 카페거리가 있다.

글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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