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DP 최대 시추선 치큐호에 탑승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다!

▶▶우리대학교 양기호(지템·석박사통합15학기)씨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약 6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망망대해에서 세계 과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구에 몰입한 대한민국 과학자가 있다. 바로 우리대학교 양기호(지템·석박사통합15학기)씨다. 양씨는 우리나라 과학자 단 한 명만이 탑승할 수 있는 치큐(Chikyu)호에 탑승해 국제해양탐사 프로그램인 IODP에 참여했다. 우리 신문에서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 지구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에 참여한 양씨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우리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02학번으로 생물학을 복수전공 했다. 현재는 석박통합과정 15학기에 있다. IODP에 참여해 치큐호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때는 지난 2013년 일본 난카이 트러프(해구) 쿠마노 분지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에는 난카이 트러프(해구) 무로토 분지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치큐호는 일본 시미즈 항에서 출항해 난카이 트로프로 향했다. 난카이 트로프는 몇 백년 주기로 큰 지진이 발생하는 진원지로, 필리핀 판이 일본열도가 위치한 유라시아 판 아래로 파고들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곳이다. 즉, 지질학적인 연구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JR파트너’에만 가입돼 연간 10억 원을 분담금으로 내고 IODP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치큐호를 승선할 수 있는 ‘치큐 파트너’에는 가입돼 있지 않아, 승선을 원할 경우 미국의 자리(슬롯)를 제공받아 단 한 명만이 승선할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치큐호 탑승에 두 번이나 기회를 얻은 것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Q. IODP연구 분야 중 하나인 ‘생물권 프런티어(biosphere frontiers)’에 참여해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연구에서 수행한 임무는 무엇이었나?
A. 지난 2013년 승선할 당시의 주제는 ‘지구연결(Earth Connection)’이었다. 반면 올해 참여한 ‘IODP Expedition 370’의 경우, ‘과연 생명체가 어디까지 존재할까?’에 대해 연구하는 생물권 프런티어가 주요한 주제였다. 두 주제 아래에서, 내 임무는 난카이 트로프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과 지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 분야는 최근 많은 연구원이 관심 갖는 분야 중 하나로, 심해저 퇴적물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광물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이를 통해 지진 발생과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난카이 트로프 지역의 퇴적물은 대부분 점토광물로 이뤄져 있다. 이 점토광물은 ‘스멕타이트’라는 광물인데, 깊이가 깊어짐에 따라 온도와 압력이 상승하게 되면서 ‘일라이트’라는 광물로 바뀐다. 그리고 이 반응에는 미생물이 촉매 역할을 한다. 그리고 스멕타이트가 일라이트로 바뀔 때에는 안에 있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광물의 부피가 줄어들고, 그만큼 빈 공간이 생긴다. 이는 결국 더 큰 지진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는데, 지진이 일어날 때 빈 공간은 단층을 더 많이 미끄러트리기 때문이다.

Q. 승선자 선정위원회에서 본인을 IODP 승선자로 선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몇 번의 탐사 경험을 통해 IODP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여러 일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해양탐사연구의 경우, 바다라는 고립된 지역 한 가운데에서 이뤄지는 특수성을 지닌다. 최대 2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치큐호의 승선과학자는 고작 스무 명 안팎으로 나머지는 엔지니어 혹은 요리사와 같이 승선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
통상적으로 과학자는 퇴적학 팀을 비롯한 8개의 팀으로 나뉜다. 이때 한 팀은 4~5명 정도로 구성이 되고,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한다. 이렇게 연구 인력이 비교적 작은 규모이기에 연구와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탐사에 선정된 대부분의 과학자는 본인이 속한 팀 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적은 인원으로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나는 연구실에서 시료 분석을 하며 다양한 도구와 분석 방법을 쓴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강점이 승선자로 선발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치큐호에서 퇴적학팀 소속으로 퇴적물 코어 시료를 분석했을 때, 본래 연구실에서 늘 수행해 왔던 일이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요인은 내가 속한 연구실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속해있는 생지구화학연구실에서는 지구과학과 생물학을 융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치큐호가 연구했던 난카이 트로프 지역은 미생물이라는 ‘생물학’적 요소가 퇴적물의 물성 변화라는 ‘지구과학’적 요소에 영향을 미쳐 지진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연구에서는 우리연구실과 지도교수님이 항상 언급되는 편이다. 이 연구실에 속한 내가 이번 연구의 큰 테마인 생물권 프런티어와도 적합해 뽑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Q. 현재 IODP에는 총 세 개의 시추선이 있다. 다목적 시추선인 JR호, 깊은 곳을 시추할 수 있는 치큐호, 어려운 환경에서 시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특수임무선 MSP호이다. 이 중에 치큐호에서 진행되는 IODP에 참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번 치큐호의 탐사 목적 중 하나는 2km에 이르는 퇴적물의 지점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온전한 시추 코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에도 부합했다.
또한 ‘다이나믹 포지션(Dynamic Position)’ 기능을 지닌 치큐호는 내 연구에 적합한 시추선이기도 했다. 해양퇴적물의 드릴링(drilling)을 통해 시추 코어를 뽑아 올리기 위해서는 2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더불어 난카이 트로프 지역은 특히 조류가 강한 지역이어서 온전한 시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가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치큐호의 다이나믹 포지션 기능은 시추선이 강한 해류에서도 한 지점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날씨가 좋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고 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어, 시추코어 확보에 유리하다.

▶▶ 치큐호가 가진 선체 유지 시스템인 다이나믹 포지셔닝 시스템(Dynamic Positioning System). 이 시스템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해저에 설치된 트랜스폰더(응답 장치)를 통해 배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한 후, 배 밑에 설치된 6개의 스러스터(Thruster)가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치큐호를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

Q. 그렇다면 치큐호에 탑승했을 때의 일과가 궁금하다.
A. 두 달 동안 치큐호에서 보낸 일과는 놀랍도록 동일하다. 2교대로 이뤄지는 교대근무 중 내가 담당한 것은 밤 근무였다. 보통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 근무를 했는데 더 힘들었던 것은 주말과 공휴일에도 근무한다는 사실이었다. 치큐호가 하루에 소모하는 비용이 5천만 원에 이르기에 쉼 없이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에는 주로 반복적인 연구를 했다. 보통 ‘Core on deck’이라는 라디오 음성과 함께 퇴적물 코어 시료가 3시간에 한 번씩 올라온다. 우리는 다음 시료가 올라오기 전까지 코어분석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 심해저 퇴적물 코어 시료의 주상도*를 제작하거나 여러 가지 현미경과 방법을 통해 코어가 어떤 광물로 구성돼있는지 조사한다. 그리고 새로운 코어가 올라오게 되면 이것을 또 반복한다. 이밖에 승선 과학자들과 그날 있었던 과학적 발견에 대해 발표와 토론도 진행하고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안전 대피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이었다. 갑판에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보트 앞에서 인원파악을 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매주 진행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도 진행한다. 예외는 없다. 그만큼 연구와 더불어 배 위에서의 안전도 중요시한다는 것을 느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치큐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식사였다. 배에는 차, 커피, 주스, 케이크 등 웬만한 음식이 구비돼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술과 탄산음료는 없다는 것이다. 술의 경우 이해가 가능하나, 탄산음료가 없는 점이 독특했다. 그 이유는 치과 진료 때문이라고 한다. 배에는 의료진이 항상 탑승해있고 수술대를 갖춘 간단한 병원도 있지만, 치과 진료는 선상에서 이뤄지기 힘들다. 그래서 탄산음료는 배에서 일체 금지였다. 두 달 동안 선상에서 근무한 후 마지막 주에 콜라 캔 하나씩을 포상으로 지급해주는데, 콜라와 탄산음료를 끼고 살던 미국 동료과학자들은 감격스러워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았다.

Q. 다음으로 K-IODP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IODP는 가입비에 따라 시추선에 탑승할 수 있는 연구자 수가 다르다고 들었다. 분담금을 비교적 많이 내는 일본과 미국의 경우 매 항차에 10명까지도 승선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명밖에 탑승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1명이라는 숫자가 적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해양과학의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는 국제 공동연구에 대한민국이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미래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분담금을 많이 내는 미국과 일본은 승선 인원 자체가 많아, 하선 후에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공동연구를 유기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드물긴 하지만 석사과정의 학생들도 승선의 기회가 있다. 즉 시추선 탑승을 미래 인재 양성의 기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단 1명만이 승선 가능하기 때문에 ‘준비된’ 인재를 보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까지 기회가 오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Q. 그렇다면 단 1명만이 승선할 수 있는 자리에 탑승할 기회를 두 번이나 얻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서로 다른 국적의 다른 전공분야의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두 달간 생활하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공동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얻어낸 결과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해석되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과학자들 간의 위계질서가 전혀 없다는 것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든 참여자가 본인만의 전공분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작은 의견에도 경청했고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형성됐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생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이 이해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Q. 마지막으로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전문성과 함께 국제적인 역량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다른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IODP에 참여한 두 달여 시간 동안 모든 보고서와 미팅, 의사소통이 영어로 이뤄졌다. 어떤 분야에서 종사하든 영어 능력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문지식과 함께 소통능력을 기른다면 원하는 분야에서 더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다. 개별적인 연구뿐 아니라 국제간 협력으로 이뤄지는 공동연구가 많아지는 지금, 전문성과 국제화 역량을 모두 갖춘 인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온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회가 모든 것이 준비된 단 한 사람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 인재육성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시점이다.

* 주상도: 어느 지역이나 특정한 장소에 분포하는 암석의 층에 대해 수직적인 기둥 모양으로 나타낸 그림. 암질은 표준적인 모형으로 제시하고 흔히 암석의 연대, 암석의 분류, 화석의 산출 등을 같이 제시한다.


글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자료사진 양기호씨, JAMST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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