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양탐사 프로그램, IODP를 들여다보다!

‘과연 생물은 해양 심부 몇 미터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비롯한 지구에 관한 여러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국제해양탐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에 지난 1968년 DSDP(Deep Sea Drilling Project)를 시작으로 현재 IODP(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5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의 ‘지구를 이해하고 싶다’는 앎에 대한 순수한 욕망이 IODP를 통해 하나로 모아진 것이다.


IODP란 무엇인가?
 

바다는 지구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하다. 넓은 대양 아래에는 수 백만 년 동안의 지구의 기후, 지질학적 기록과 같은 지구역사의 기록이 남겨져있다. 따라서 대양저의 퇴적물 분석은 지구과학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IODP는 본래 DSDP에서부터 시작했다. 지난 1968년 DSDP의 일환으로 미국  대학 및 연구소가 주축이 돼 글로마 챌린저호를 사용해 총 170km길이의 해저시추 코어*(아래 시추 코어)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이용해 산맥과 해구의 구조, 지구의 기후 및 환경변화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DSDP는 22개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ODP(Ocean Drilling Program)로 발전했다. ODP는 222km의 시추코어를 확보해 해양지각의 구성성분과 해저분지 형성 원인들을 밝혀 해저 확장 및 판구조론에 대한 이론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줬다.
IODP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IODP는 ▲미국의 시추선인 죠이데스레졸루션(JOIDES Resolution, 아래 JR호) ▲일본이 건조(建造)한 새로운 시추선인 치큐호(Chikyu) ▲유럽해양시추연합(European Consortium for Ocean Research Drilling, 아래 ECORD)이 주관하는 특수임무시추선 MSP(Mission Specific Platform, 아래 MSP호)의 통합운영 방식으로 시작됐다.
통합운영 당시 IODP는 ‘Integrated Ocean Drilling Program’(아래 1차 IOPD)의 약자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새롭게 시작된 ‘New IODP’에서 그 약자가 ‘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아래 2차 IODP)의 약자로 바뀌게 된다. 이름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바로 운영방식이다.
1차 IODP에서 운영하던 방식은 시추선 통합 운영이던 것과 달리, 2차 IODP부터는 각 국가가 별도로 시추선을 운영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또한 IODP 가입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시추선에 분담금을 내고 파트너로 가입해, 회원국으로 자격을 가지고 시추제안서, 승선자 수 등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2차 IODP에 참여한 나라는 26개국이다.
이렇게 IODP에 참여하게 되면 회원국 소속국가에서 온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시추선에 탑승하게 된다. 시추선에서는 시추와 동시에 측정기기가 있는 연구공간에서 분석이 이뤄진다. 한 번 시추된 코어는 선상으로 올라오면 새로운 온도와 압력 그리고 산소에 노출돼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추선 안에는 시추 즉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정밀한 측정기기가 있는 연구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IODP를 통해 과학자들이 알고 싶은 것!
 

현재 진행 중인 2차 IODP에서는 약 10년에 걸쳐 4가지 연구주제를 다룬다. 연구주제는 크게 ▲기후와 해양변화(Climate and Ocean Change) ▲생물권 프런티어(Biosphere Frontiers) ▲지구연결(Earth Connection) ▲생동하는 지구(Earth in Motion)다.
첫 번째 주제인 ‘기후와 해양변화’에서는 ‘온실가스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기후와 해양 및 빙상은 어떻게 반응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한다. 지질학적 기록들은 과거 기후에 극적인 변화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IODP는 해양 시추를 통해 당시 지구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준다. 이는 결국 과거 기후를 복원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모델링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생물권 프런티어’에서는 심해저 내의 해저생물 탐험을 통해 생물권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연구한다. 심해저는 빛이 들지 않아 광합성을 통한 서식이 어려운 환경이다. 이렇게 극한 환경인 심해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태양계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지구연결’의 주제는 풍화 및 변질되지 않은 순수한 지구 상부 맨틀 획득을 목적으로 한다. 맨틀은 마그마 활동과 큰 관계가 있으며 해양지각과 대륙지각을 형성하거나 파괴하기도 하는 등 지구의 역동적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맨틀 자체의 시료 채취가 이뤄지지 않아 맨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아직 알지 못하는 맨틀 자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위의 연구주제를 수행하고 있다.  
‘생동하는 지구’는 인류역사상 발생해온 지진과 산사태,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의 발생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이다. 해양시추를 통해 이러한 사건들의 빈도, 규모, 역학 및 이들의 영향력을 밝힐 수 있다. 특히 지진과 관련해서는 단층 연구를 통해 지진이 발생하는 영역과 단층의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IODP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지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IODP에 참여하고 있을까?


K-IODP 출범, 그리고 성과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ODP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국제해양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1차 IODP와 현재 진행 중인 2차 IODP에 참여해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K-IODP 사업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김길영 박사는 “현재 K-IODP에서는 각 연구 주제별로 4개의 워킹그룹이 결성돼 있다”며 “현재 기후와 해양변화 주제 중에서도 ‘고(古)기후·고해양 분야’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K-IODP가 출범한 이후 많은 성과가 있었다.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지난 2011년 동해에서 JR호를 이용해 시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IODP에서 얻어진 시료와 자료를 통해 국내 많은 연구자들이 수많은 학술지 및 논문들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와 「사이언스」 같은 유명한 학술지도 포함돼있어 눈길을 끈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우리대학교 김진욱 교수(이과대·생지구화학)는 지난 2010년 JR호에 승선해 연구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당시 IODP 연구 지역이었던 남태평양 환류 지역은 사막이라 불릴 정도로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곳이었다”며 “극한 환경에서의 생명체가 어디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IODP 자료를 통해 ‘생물권 범위 확장’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IODP에 대해 “기존 연구는 개인이 주가 되는 연구였다면, 지금은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참가하는 공동연구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에 필요한 심해저 시추는 개인이 할 수 없기에 여러 나라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연구의 근본적인 해석을 위해서도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IODP를 통한 공동연구는 국내 과학자들에게 외국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선진 과학기술 습득을 돕는다.
한편, K-IODP에서는 관련 연구자 뿐 아니라 후진양성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특히 K-IODP에서는 매 년 ‘K-IODP Summer School‘(아래 썸머스쿨)을 개최하고 있다. 여기서는 IODP의 연구테마 4분야를 번갈아가며 매년 다른 주제에 대해 다룬다. 썸머스쿨에는 전국 관련학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약 90여명의 학생이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이에 참여했던 우리대학교 박영규(지템·석박사통합2학기)씨는 “참여 당시 주제는 기후와 해양변화였다”며 “하나의 현상에 대해 여러 분야의 과학자가 공동연구를 진행해 다각도로 접근하며 새로운 연구를 발전시켜나가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에 영감을 받아 최근 IODP 남극 주변 고기후 연구와 관련된 항차**가 있어 지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K-IODP에서는 이외에도 이수자 중 일부를 선발해 일본 ‘J-DESC Core School’에 파견하고 연수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참여했던 우리대학교 양기호(지템·석박통합15학기)씨는 “K-IODP에서 진행하는 썸머스쿨과 비슷하지만, J-DESC의 경우 실제 일본의 시추선인 치큐호와 동일한 시설로 이뤄진 육상 연구실에서 모든 강의와 실습이 진행된다는 점이 다르다”며 “이 경험은 실제 IODP에 참여해 치큐호에 승선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 박사는 “후진양성 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현재까지 90여 명으로 교육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연 분담금 10억에, 달랑 과학자 1명만 승선?
 

위에 언급한 것처럼 2차 IODP는 각 국가가 원하는 시추선에 분담금을 내고 파트너로 가입해 연구에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시추선 승선자의 수는 각 국가별로 지불하는 분담금에 따라 결정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백만 불을 지불하며, JR파트너에만 가입돼 있다”고 전했다.
1년에 8개월 정도 운영되는 JR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연간 최대 4명이 JR호에 승선할 수 있다. 또, JR과 ECORD의 MOU협정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 MSP호에도 1명이 승선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연구원은 연간 최대 5명이 승선 가능하다. 그러나 5번의 승선 기회는 연구에 따라 달라지는데, 따라서 매 항차마다 한국인이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연 30억 원까지를 지불하는 미국, 일본 등은 우리나라의 2~3배에 달하는 연구원이 승선한다.
한편, 우리나라가 가장 가까운 일본의 치큐 파트너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김 박사는 “1차 IODP에서는 시추선이 통합운영 돼 우리나라 연구원도 치큐호에 승선할 수 있었다”며 “2차 IODP에서는 운영방식이 바뀌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파트너로 가입하지 않은 치큐호 탑승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치큐호에 승선을 원할 경우, 미국의 자리(슬롯)를 제공받아야만 승선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실제로 우리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승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트너로 가입하지 않은 이상 고정적인 승선기회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 박사는 “K-IODP에서도 치큐 파트너에 가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JR 파트너와 별도로 분담금을 지불해야하기에 현재로써는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2차 IODP는 오는 2018년에 끝나게 되는데, 3차 IODP에서는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승선자 수를 늘리는 것에는 재정적·정치적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K-IODP의 협동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현상민 박사는 “분담금을 늘리면 그만큼 많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승선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지구과학 분야 종사자 규모를 감안했을 때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 박사는 “치큐 파트너의 경우 예산과 함께 한-일 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DP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 확보를 통한 분담금의 증가와 파트너 체결은 결국 승선자수 및 패널위원 수 등의 증가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IODP가 의미 있는 이유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현상에 대해 가장 과학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IODP 탐사를 통해 얻는 자료는 실험실에서 얻는 자료의 4~5년 정도의 양에 해당할 만큼 방대하다.
IODP의 매 항차 1명만이 탑승할 수 있는 지금, ‘1’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경우에 따라 클 수도,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구의 축적은 하나의 국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인류 전체 발전을 위해 절실하다는 것이다. K-IODP의 확대를 위한 학계 내외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저시추코어: 시추는 지각 내부의 여러 지식을 얻기 위해 지각 속에 구멍을 뚫는 일로, 해양시추코어란 해양에서 이뤄지는 시추를 통해 채취되는 기둥모양의 암석편이나 광물편이 코어를 의미한다.
**항차 : 항해나 비행의 차례.

 

 

글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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