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훈 편집국장 (철학·14)

위기
요즘 대학에는 위기가 많다.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말은 더 이상 부정하기 힘든 말이 돼버렸다. 이와 비슷하게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도 있다. 사실 대학언론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지겨워질 만도 한 말이다.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인력은 부족해진다. 그리고 독자들은 더 이상 대학언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이 대학언론의 위기다.
연세춘추의 구성원으로서 2년 넘는 시간 동안 학생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매우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학생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사회가 활성화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보도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이 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어떠했는지 생각해 봤을 때, 대학언론이 학생사회의 위기에 한몫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정확히는 대학언론의 위기와 학생사회의 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학생사회의 위기, 대학언론의 위기는 단순히 주체들의 잘못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변화하는 대학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더 이상 학생들은 대학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취업을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만 인식하게 됐다. 진정으로 나에게 도움 되지 않는 한 주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사실 이쯤 되면 ‘대학의 위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망했다’
이제는 위기라고만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미 망했다’라고 선언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대학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대학언론이 망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언론이 망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자기만족’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해야 할 말’을 하는 곳임에도 우리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무엇이 ‘해야 할 말’인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자기만족적인 콘텐츠만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기만 만족한다.
두 번째는 ‘독자와의 소통’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은 대부분 독자로부터 나온다. 독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자기만족은 독자와의 소통을 포기하고, 독자와 멀어지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의 현실에서 독자가 스스로 떠난 측면도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독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변화하려는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고, 대학이 변하고, 독자가 변한다. 하지만 우리만 변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독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적합한 방법인지 고민하지 않고, 영광스러운 과거의 모습만 따라하고 지켜내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2016년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대학언론의 현실은 여러 학생회들이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생회나 대학언론이 정말 필요할까’라는 질문도 받아들이고 고민해 볼 때다.

그렇지만
하지만 우리의 학생사회에는 학생회와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들이 해내야 할 몫이 있다. 우리 공동체에는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그릇이 필요하고, 스스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항상 자리를 지키며 이곳의 민주주의가 굴러가도록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어쩌면 ‘망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더욱 절실하게 처음부터 다시 쌓아간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물론 민주주의를 지켜오고, 건전한 비판의 장을 끊임없이 이어오던 우리의 정신(mentality)은 계승돼야 한다. 다만 우리에게 추가로 주어진 과제는 ‘왜 우리가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증명해보이며 ‘실존’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서도 우리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