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연세의 역사는 흐른다

심재용(정외·15)

11월이 지나갔다. ‘11월치곤’ 허전한 한 달이 지나갔다. 왜 허전하지? 아차. 총학생회 선거가 없었다.
아버지께선 정치에 꽤 관심이 많으시다. 시국이 시국이라서,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라서, 아들이 대학에서 정치학 배운대서, 아무튼. 얼마 전에 카톡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셨다. ‘지금 시국에 연대는 뭐하니? 총학생회가 아무 것도 안하니? 분위기가 정치에 무관심한 거야?’
학생총회가 소집되었다. 학생회원 1311인의 소집 요구가 있었다 한다. 그러나 성사되지 못했다.
학생총회에 소집과 함께 발의된 안건 중에 동맹휴업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학생총회가 성사되지 못하여 다른 의결기구에서 논의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지난주 연세춘추 1면에는 <역사가 부른다, 연세가 답한다> 라는 제목이 붙었다. 매년 6월 학생회관에 걸리는 이한열 선배님을 볼 때마다 느꼈던 부끄러움은 더 이상은 없었다. 매주 집회에서 보이는 연세대학교 학우들의 숫자는 대학생들 중 단연 압도적이었다. 연세의 역사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은 단연 백미였다. 연세의 마음을 그보다 잘 담을 순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물음과는 다르게 우리는 꽤 많은 일들을 했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총의를 모아 시국선언이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우리대학교의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행동하고 있다. 집회에서 보이는 사람의 숫자만 보아도.
그런데 학생총회는 왜 무산되었을까. 아버지의 물음처럼 시국에 무관심해서도, 정치에 무관심해서도 아니다. ‘굳이 학생총회로’ 모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총회는 이 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동맹휴업 역시 마찬가지다. 동맹휴업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주권자로서,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상적이면서도 강력한 행동이다. 시국선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연세인의 의지로, 학우들은 스스로 시대의 흐름이 되기 위해 동맹휴업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동맹휴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학생총회와 마찬가지로 실패로 끝날 것이다.
총학생회가 없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역사상 처음으로. 동맹휴업에 대한 논의는 누가 이끌 것인지,  누가 어떻게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학생들의 목소리와 의지를 모을 수 있는 대표기구가 없다는 것 또한 걱정스럽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언제고 주권자로서의 의지와 목소리를 보이고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