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운동 자세를 알려주는 TV 속 헬스트레이너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뜨거운 ‘몸짱 열풍’으로 헬스 트레이너는 TV프로그램까지 진출했다. 균형 잡힌 그들의 몸매는 시청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알약 하나로 이들처럼 멋진 몸매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몸짱 열풍’은 다이어트 약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이어트 약, 과연 괜찮은 걸까. 

다이어트 약 찾는 사람들

다이어트 약이란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약을 말한다. 다이어트 약은 일반적으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식품 등의 비의약품을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다이어트는 더 이상 젊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고등학생부터 남성까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다이어트 약까지 복용하며 몸매 가꾸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15년 기준 다이어트 시장 규모인 7조 6천억 원 중 다이어트 약은 약 2조 원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대학생 임모(23)씨는 “주변에 나를 포함해 다이어트 하는 남성이 많다”며 “나도 식단조절과 운동만으로 부족함을 느껴 최근엔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기간 체중감량을 위해 다이어트 약에 손을 뻗는 취업준비생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김윤경(25)씨는 “면접 준비 때문에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미성년자도 다이어트 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고등학생 박모(18)양은 “다이어트는 고등학생 사이의 주요 관심사”라며 “최근에 친구들과 해외직구를 통해 다이어트 약을 구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다이어트 약 구매자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안진호 약사는 “최근 몇 년간 다이어트 약 구매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주요 구매자도 젊은 여성이나 비만인 사람에서 남성, 보통 체형의 사람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는 추세”라고 전했다. 

살 ‘빼는’ 약, 고민 ‘더하는’ 부작용

우리 일상 속에 들어온 다이어트 약은 과연 안전할까. 다이어트 약은 많은 사람이 가볍게 생각하고 복용하는 것과 달리 다양한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은 식욕억제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주요 성분이다. 하지만 이 성분은 혈압상승과 변비, 불면증,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 혈관에 이상이 생길 시에는 폐동맥고혈압까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다이어트 약은 눈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정종진 교수는 “일부 다이어트 약의 성분은 갑자기 안압을 높여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발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정교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주로 중년 이상의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다이어트 약의 부작용으로 젊은 환자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이어트 약 구매자는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3개월간 다이어트 약을 복용했다는 임씨에게 약의 부작용에 대해 묻자 “소화불량 정도로만 생각했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작용을 겪고 나서도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연세가정의원 강윤탁 원장은 “다이어트 약의 부작용으로 불편을 호소하면서도 약을 끊지 못하는 등 약품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느슨한 관리 속 깊어지는 
약물 유혹의 늪

다이어트 약 시장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부작용을 배제한 허위·과장광고와 해외직구를 포함한 인터넷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SNS에서 다이어트 약 광고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례로 다이어트 약 ‘가르시니아’의 홍보·판매처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은 수천 개에 달하는 댓글을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부작용에 대한 설명 없이 ‘단기간 체중감량 효과’와 같은 문구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의 2015년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 현황’자료를 보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제품의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4년 161건에 이른다.
「식품위생법」 제 13조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때 이상 사례에 대한 언급 없이 효과를 과장해서 광고하는 것은 불법이다. 허위·과장광고가 적발될 경우, 제조업체 및 판매자는 영업정지‧품목제조정지‧시정명령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가르시니아를 포함해 많은 다이어트 약이 건강기능식품에 속하기 때문에 이 법령을 따라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이어트 약품의 해외직구 역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모양은 “미성년자라 다이어트 약 구매를 위한 병원, 약국 방문이 부담스러워 규제가 없는 해외직구를 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약사법」 제 44조(의약품 판매)에 따르면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제 50조(의약품 판매)에 따르면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약사법」 제 44조 및 제 50조를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의 경우, 국내법 적용과 단속이 어려워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거래의 사전 규제가 힘든 실정이다. 

‘독’이 아닌 ‘약’이 되기 위해서는

식약처는 최근 조사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다이어트 관련 제품 532개 중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이 실시되지 않은 제품 55개를 확인했다. 식약처는 이와 같은 현실에도 오히려 지난 4월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를 사전심의제도에서 자율심의제도로 전환하는 식품표시법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자율심의제도란 상품의 표시·광고를 사전 심의 없이 영업자 자율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느슨해지는 규제 속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지난 2015년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해외직구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해외 리콜제품에 대한 수입·통관 차단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이어트 식품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모니터링 및 행정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진호 약사는 국내 다이어트 약 실태에 대해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이어트 약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약품 용기 표면에 부작용을 크게 표기하는 등 부작용 홍보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약은 누군가에게 멋진 몸매를 만들어 줄 구원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이어트 약은 큰 이익을 가져다줄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작은 약이 가져올 수 있는 큰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강 원장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식단 조절과 운동”이라며 “약물에 의존하는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원하는 몸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 시점에서 더 이상 다이어트는 보여주기식의 몸매 관리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제는 건강을 해치지 않는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다이어트 약 판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 마련도 요구된다.

*향정신성 의약품: 습관성 또는 중독성이 있어 인간의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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