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캠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마주하다

▶▶ 우리신문은 국제캠 청소노동자 ㅇ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휴식공간 실태를 알아봤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학내에서 심심치 않게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짧은 인사를 하며 지나치지만, 좀처럼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일과로 살아가는지는 알기 어렵다. 우리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쉬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1월 29일 낮 1시, 기자는 송도1학사 B동 지하 엘리베이터 옆 구석에 있는 유일한 휴식공간에서 송도1학사 청소노동자(아래 청소노동자)들을 만났다. 기자는 청소와 오후 점검을 하기 위해 일어서는 청소노동자들을 따라 송도1학사를 돌며 그들의 일상을 마주했다.

쉴 곳이 없다

청소노동자들은 아침 7시부터 11시 30분까지의 오전 근무로 하루를 시작한다. 전날 학생들이 시켜먹은 배달음식부터 시작해 산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다 보면 청소노동자들의 오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후 청소노동자들에게는 1시간 30분 동안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이어 낮 1시~2시, 2시 30분~4시까지 오후 근무를 하면서 일과를 마무리하게 된다.
청소노동자들은 인당 2~4개의 층씩 구역을 나눠 매일 청소를 하고 있다. 송도1학사 청소노동자 ㅈ씨는 “크기가 큰 A동의 경우 한 명이 2개 층을 맡고 C동의 경우 4개의 층을 맡는다”고 말했다. 층마다 청소 업무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지 않고 일을 이어가는 것은 체력적으로 역부족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정해진 근무 구역 내의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휴식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2014년 서울특별시가 발표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에서는 작업공간으로부터 100m 내마다 거점별로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실상 층마다 휴식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는 실질적인 법령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용역업체인 세안텍스 윤태식 소장은 “건축 당시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한 추가적으로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송도1학사 청소노동자의 휴식공간은 앞서 기자들이 방문했던 지하 1층의 단체 휴식공간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율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유일하게 제공된 휴식공간인 이곳을 점심시간 11시 30분~낮1시와 지정된 휴식시간인 2시~2시 30분에만 사용할 수 있다.
휴식시간에 짬을 내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낮 2시 30분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들려왔고, 휴식공간에서 쉬고 있던 10명의 청소노동자는 다시 오후 청소를 위해 자리를 떴다.
기자는 청소노동자 ㅈ씨를 따라 송도1학사 A동 9층으로 이동했다. ㅈ씨는 청소도구를 재정비하기 위해 9층 한 구석의 빈 기숙사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부 층마다 청소도구를 빨거나 음식물 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곳으로 사용되는 빈 기숙사 방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청소노동자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ㅈ씨는 “원래 빈방이 휴식공간으로 제공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곳에서 쉬면 관리자들에게 지적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일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빈방이 존재하지 않는 층의 경우, 청소노동자들은 빈방이 있는 층으로 이동해 청소도구를 빨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사한 후 2주 동안은 빈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1층에 위치한 화장실까지 오가야 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이 ▲계단 ▲탁구장 ▲화장실 등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우에 대해 학교본부와 용역업체 측의 개선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휴식공간 개선에 대해 용역업체 측 관리자에게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ㅈ씨는 “처음에는 용역업체 측 관리자가 학생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룸 등을 이용하라 했지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그럴 수 없었다”며 “재차 개선 방안을 요구하자 복도에 의자를 놓고 쉬라는 답변만 돌아와 결국은 계단에 앉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노동자들은 계단과 화장실 등에서 잠깐 휴식을 보내지만, 결국 이 또한 계단을 통행하는 학생들에게 불편함이 갈까 꺼려진다고 이야기했다.
용역업체 측은 청소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한 개선을 점차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윤 소장은 “송도1학사 휴식공간 같은 경우 준공 시점엔 싱크대 시설이 없었는데 2014년에 새로 설치했다”며 “이와 같이 청소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캠 1기숙사 B동 지하의 휴식공간에서 청소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람개비, 그 이후

국제캠 청소노동자들에게 지난 몇 년은 추운 겨울이 지속되는 나날이었다. 지난 2014년 12월을 시작으로 국제캠 청소·경비노동자들은 고용승계와 복지 개선을 요구하며 108일 동안 농성과 투쟁을 진행했었다. <관련기사 1745호 ‘연세, 바람개비로 뒤덮이다’>
이들의 투쟁은 2015년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전원 재입사하면서 마무리됐다. 노동자들의 처우에 있어 이뤄진 일부분의 개선 또한 이때의 투쟁으로 얻게 된 결과였다. 투쟁 이전 청소노동자들은 휴식공간에 부대시설이 없어 식사를 한 후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해야 했고, 청소도구 등의 빨래도 휴식공간이 아닌 집으로 가져가서 해야 했다. 종전의 ▲종일제 근무 ▲방학 중 근무도 주5일제 근무로 바뀌었다. 송도1학사 청소노동자 ㅇ씨는 “투쟁 전에는 휴가조차 없어 아파도 쉴 수 없었고, 쉬게 되면 일을 그만둬야 했다”고 회상했다.
연차제도가 생기는 등 근무조건과 복지 상황은 일면 나아졌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일례로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연차 사용에 대한 선택권이 제약적인 상황이다.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전체 연차일 중 자율적으로 연차 기간이나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연차를 모두 사용하거나, 쉬지 않고 근무를 하는 대신 연차 수당을 받는 두 가지 선택지만을 가지고 있다. ㅈ씨는 “연차를 일부 쓰고 남은 부분을 돈으로 받는 것도 불가능하고, 원하는 날에 휴가를 쓰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추가 인력을 뽑지 않는 것도 문제다. ㅈ씨는 “투쟁 전과 달리 아플 때 쉴 수는 있지만, 휴가를 내도 대체 인력을 구해주지 않기 때문에 또 일이 쌓이게 돼 어차피 돌아와서 일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은 학교본부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본부와 청소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연결통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청소노동자 ㅇ씨는 “송도1학사에서 청소노동자로 3~4년 동안 일하고 있는데 학교 측 정직원은 투쟁할 때 단 한번 만났다”며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소장 등의 관리자들이 모두 총괄하기 때문에 따로 학교 측과의 소통창구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캠 종합행정센터 장재호 시설관리팀장은 “학교본부는 용역업체 소장으로부터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내용을 전달 받는다”라며 “학교에서 지원해야 하는 부분은 요청을 받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농성과 복직투쟁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복지와 휴식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송도1학사 B동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학생 중, 바로 옆에 청소노동자 휴식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은 몇이나 될까. 지금도 청소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쉬고 있다.

글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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