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를 둘러싸고 주민과 구청 간에 불협화음이 일었다. 지난 2014년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거듭난 이후 연세로는 다양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났다. 이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활기를 띠자 구청 측은 차 없는 거리의 확대시행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세로에서 개최된 각종 축제 및 차 없는 거리 확대시행 논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 없는 거리 시행과 다양한 축제 개최로 연세로는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세로 축제, 관(官)과 민(民)의 소통 부재

지난 10월 29일 개최된 ‘글로벌 페스타’ 당시 신촌 상권을 대변하는 단체인 신촌번영회 측은 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축제 기획 과정에서 서대문구청과 상호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다. 신촌번영회 이문학 회장은 “최근 연세로에서 개최된 일련의 행사들에서 상인들은 준비 과정에서 배제되고 서대문구청의 의견만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1781호 매거진5면 ‘연세로에서 세계 문화를 만나다 ‘2016 글로벌 페스타’> 
이에 우리신문은 지난 11월 17일 연세로에서 개최되는 축제를 담당하는 신촌동주민자치협의체(이하 주민자치협의체) 축제분과 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민자치협의체 오종환 축제분과장은 “서대문구청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논의가 지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촌 주민들이 행사 기획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참여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 전에 기획서조차 민간에 공유되지 않고 있으며, 축제가 진행될수록 서대문구청과 축제 기획사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것이다. 오씨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열린 할로윈페스티발에서는 입장 티켓 판매가 이뤄졌는데, 연세로를 이용해 유료로 행사를 진행했음에도 사전에 상인들과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지역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 연세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의 관리감독권을 서대문구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씨는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축제들만이라도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차 없는 거리 확대시행’인가

최근 논란이 되는 또 다른 부분은 연세로 차 없는 거리의 확대시행이다. 현재 연세로 차 없는 거리는 토요일 낮 2시부터 일요일 밤 10시까지 보행자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 2015년부터 차 없는 거리 확대시행에 관한 논의가 곳곳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재 서대문구청 측이 추진 중인 ‘차 없는 거리 확대시행’은 금요일 오후부터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것이다. 서대문구청 교통행정과 조승현 주무관은 “연세로는 금요일 오후에 보행량이 최대여서 차 없는 거리의 확대시행이 필요하다”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상권 측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문학 회장은 “차 없는 거리 확대시행과 관련해서 서대문구청과 협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며 “연세로와 관련된 사항에서 상권은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신촌번영회가 원하는 시행안은 차 없는 거리의 확대시행은 실행하되, 신촌 명물거리에서 현대백화점에 이르는 길은 차가 양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신촌 지역에서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어느 쪽이 되던, 차 없는 거리는 연세로 상권과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틀림없다. 때문에 상권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논의에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통하는 연세로로 거듭나기 위해

연세로를 둘러싼 관-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진행돼 오고 있다. 이에 지난 25일에는 연세로 축제의 차후 운영 방향 논의를 위해 서대문구청과 신촌번영회, 주민자치위원회가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측은 의견전달서를 통해 서대문구청에 상인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의견전달서는 ▲민관협력을 통한 신촌지역 행사·축제 활성화 ▲행사 기획서 사전 공유 ▲지역 자체화폐 구축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주민자치위원회 측은 “현재 서대문구청은 일방적으로 상인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민관 협력이 더욱 긴밀하게 이뤄질 것을 요구했다. 특히 ▲수익사업이 수반되는 행사 ▲지역에 무대가 설치되는 행사 ▲규모가 큰 일부 행사에 대해서는 기획초기부터 더욱 긴밀한 민관협조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사실 ‘민관 협치’는 현재 서울시 정책의 기본방향이기도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협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바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서울시에서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조례안 제정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요구에 서대문구청 박홍표 과장은 “서대문구청 역시 협치를 통한 거버넌스*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부터가 협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도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할 것이냐는 질문에 서대문구청 측은 “매년 초에 1년간의 큰 그림을 그리는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내년 초에 있을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의가 관-민간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방향이 설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직 연세로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촌의 중심을 지나는 연세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마음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서대문구청과 신촌 상권이 긴밀하게 협력해 연세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당사자들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연세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거버넌스(governance): 정부 주도의 통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협의 과정에 참여해 정책을 결정·집행해 나가는 통치 시스템


글 장혜진 기자
jini14392@yonsei.ac.kr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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