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졸업반지‧불투명한 회계 운영 관련 제보 잇따라


지난 15일부터 19일 사이에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아래 대나무숲)’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특정 학과 및 단과대의 서열 문화와 관련한 제보가 올라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신문이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한 결과, 대나무숲에 게시된 내용들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체육계열 집합, 
대숲 통해 폭로돼

지난 11월 15일, 대나무숲에 게시된 체육계열 관련 제보에 첨부된 해당 학과 단체 채팅방 캡쳐본

먼저 15일부터 18일 사이에 게시된 대나무숲 제보와 에브리타임 게시물에 언급된 단과대로는 교과대 체육계열(아래 체육계열)이 지목됐다. 제보에서는 체육계열의 ▲집합문화 ▲불투명한 학생회비 사용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우리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체육계열에서는 지난 2015년까지 일주일에 한 번 아침마다 ‘아침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집합’이 이뤄졌다. 이는 친목도모를 명목으로 신입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 아침 7시 20분에 불러 모아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침운동’은 올해부터 15학번 사이에 있었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체육계열의 신입생들이 한 학기 동안 국제캠에 내려가면서 사라졌지만, 지난 11월 16일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행해졌다. 이러한 집합 문화에 대해 체육계열 소속 학생인 A씨는 “이는 예전부터 지속됐던 군기 문화”라며 “사라진 줄 알았던 집합이 올해 들어 다시 이뤄졌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체육계열 소속 학생인 B씨는 “간담회에 있던 선배들이 ‘무단으로 간담회를 빠질 시에는 학교생활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 말해 아무도 빠질 수가 없었다”며 “한 명이라도 지각을 하면 다음날 또 집합을 한다고 했고, 당일에 3명이 지각을 해 다음날 또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덧붙여 B씨는 “이 자리에서 ▲인사 예절 ▲카카오톡 및 전화 예절 ▲선배와의 밥 약속 예절 ▲수업 예절 등의 교육이 이뤄졌다”며 “간담회의 내용도 문제적이었지만, 분위기도 또한 매우 강압적이었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간담회에서는 ▲모르는 사이더라도 후배가 무조건 먼저 선배에게 인사해야 한다는 것 ▲선배의 카카오톡에 답장을 안 하거나 후배가 전화를 먼저 끊으면 안 된다는 것 ▲후배가 선배와의 밥 약속을 먼저 취소하면 안 된다는 것 등의 ‘예절 교육’이 이뤄졌다. 실제로 문과대 소속으로 체육대 스포츠레저학과의 한 실기 수업을 수강했다는 C씨는 “처음 수업을 갔는데 갑자기 저학년 학생들이 몰려와서 ‘선배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며 “평소에 후배가 선배들한테 무조건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나무숲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체육계열 내부의 일부 학생들은 강압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대나무숲에 제보가 올라온 이후 체육계열 내부에서 제보를 게시한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오히려 집합의 대상이 됐던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불려갈 만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또한, A씨는 “자성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려는 시도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불투명한 학생회비 사용 문제 또한 불거져
체육계열 회장 “간담회 미리 제지하지 못한 점 죄송…
학생회비 내역은 공개했다”

체육계열의 불투명한 학생회비 사용 내역에 대해 비판하는 대나무숲 제보도 있었다. 현재 체육계열에서는 신입생들에게 40만 원씩 학생회비를 걷고 있는 상태다. 체육계열 소속 학생인 D씨는 “40만 원이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으며, 작년에 새내기배움터에서는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체육계열 학생회는 지난 26일, 예·결산 시간을 통해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체육계열 학생회장 나재윤(체교·14)씨는 “예·결산 시간을 통해 지난 16일 있었던 간담회를 미리 제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나씨는 “또한 영수증을 첨부해 학생회비 내역을 학생들에게 공개했다”며 “오늘 참석했던 학생들로부터 앞으로 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관한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졸업반지로 시작된 음악대 군기문화 의혹

한편 지난 9월 15일, 대나무숲을 통해 음악대 소속 일부 학과(작곡과‧성악과)에서도 선·후배 간의 서열 분위기에 대한 악습들이 남아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이어 19일에는 대나무숲에 성악과의 ‘똥군기’에 관한 제보가 게시돼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나무숲 제보로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졸업반지 비용 모금이다. 이는 음악대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전통 중 하나로, 후배들이 돈을 모아 졸업예정자에게 금반지를 선물하는 것이다. 음악대 학생회 측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매년 졸업예정자를 제외한 1·2·3학년 전부에게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의 돈을 걷어왔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이런 음악대의 전통이 ‘금품모금’ 행위라며 비판했다. 대나무숲 제보 게시물에는 ‘금품모금하는 학과생들이 교육부에 신고 했으면 좋겠다’며 ‘교육부에서 내린 공문은 각 대학 학생처에서 받았을 것이고, 아마 각 단과대 및 학과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는 올해 1월, 교육부가 대학들을 대상으로 ‘졸업예정 선배에게 기념품 제공을 위한 강제 금품모금을 지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뜻한다. 
한편, 성악과의 경우 타 학과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인 13만 원을 졸업반지 비용으로 걷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나무숲 제보자는 ‘14K 금반지는 약 10~11만원에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데, 남은 반지 혹은 비용은 다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성악과 부학생회장 이진혁(성악‧12)씨는 “13만 원이 모두 반지를 구매하는 데 쓰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중 5만 원 정도가 반지 구매에 쓰이며 나머지는 졸업생 행사 뒤풀이 비용이나 학회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악과 학생회장 김종인(성악‧11)씨는 “돈을 걷을 때 학생들에게 돈이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정확하게 공지를 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자세한 공지를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한, 성악과 학생회 측에서는 모든 행사를 진행한 이후에 장부를 공개해왔으며, 학생들로부터 걷은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회계자료가 궁금한 학생이 있으면 학생회실에 와서 열람하라고 공지했으나, 실제로 찾아온 학생들은 많이 없었다”며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건의사항을 수합했을 때 장부 공개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의 학생 E씨는 “음악계는 매우 좁기 때문에, 선후배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선배들에게 잘 보여야 해 회계자료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직접 찾아가기 망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나무숲의 제보로 인해 논란이 더욱 가중되자, 성악과 교수들은 음악대 학생회 측에 졸업반지를 더 이상 맞추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음악대 학생회 측에서는 작곡과 역시 성악과와 마찬가지로 졸업반지를 위한 돈을 걷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작곡과 일부 학생들은 이전까지 걷었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작곡과 학생회장은 ‘현재 작곡과에 남아있는 예산으로 올해 졸업생들에게 선물을 줄 수는 있으나 그러면 2017년부터 작곡과는 세미나를 비롯한 여러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이후 작곡과 학생회에서 구글독스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했으며, 졸업반지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더 많아 폐지가 결정됐다. 이에 작곡과 소속 학생인 F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낸 10만원 혹은 그 이하 가량의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졸업하는 일종의 희생이 불가피하겠지만, ‘왜 하필 나 때야?’ 생각하기보단 과 전체를 위한 쪽으로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입학 초에 선배들이 새내기를 대상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나무숲 제보자는 지난 19일 게시물을 통해 ‘입학 초 똥군기’라며 성악과 내 선후배간의 서열문화를 지적했다. 문제시된 서열문화로는 장기자랑이 있다. 이에 성악과 학생회측은 “장기자랑은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재학생, 심지어 대학원생들까지 참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신입생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회측은 “앞으로 장기자랑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음악대 소속 타 학과생인 G씨는 “음악대 내에서도 선후배간의 접촉이 잦은 성악과의 서열 문화가 상대적으로 심하다고 들었다”며 “신입생은 음악관(구관) 연습실을 사용할 수 없거나 음악대학 1층에 있는 카페 의자에 앉지 못하는 등 선후배간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심한 편이라 대나무숲에서 더욱 논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9일, 대나무숲에 게시된 성악과 단체 채팅방 캡쳐본


성악과 내의 엄격한 복장 단속에 대한 문제 또한 제기됐다. 대나무숲 제보에 따르면 성악과에 재학 중인 학생의 경우 ▲슬리퍼·샌들 착용 ▲여학생 치마·남학생 반바지 ▲염색 등이 금지돼 있다. 대나무숲에 게시된 카톡방 사진에는 ‘치마입고 **근처도 오지 마세요’라며 ‘아예 말 듣기 싫으면 일 년 동안은 치마 입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다. 이는 선배들이 필참 복장을 명목으로 후배들의 복장에 참견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공지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 이씨는 “물론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특정 학과의 특성상 짧은 치마나 화려한 염색 등에 대해 복장 단속을 해왔지만, 대나무숲에 게시된 점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이번 여름부터 필참 복장에 관한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러한 규칙들도 결코 강압적으로 지시한 사항들이 아니라 신입생들이 숙지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언급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학과에 그치지 않고 음악대 전반에 
자리 잡은 서열문화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해당 학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나무숲 제보에 따르면 음악대 전반에 ▲졸업반지를 위한 비용 모금 ▲입학 초 강압적 분위기 조장 ▲장기자랑 강요 ▲강제 집합 등의 강압적인 서열 분위기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G씨는 “성악과 외에 다른 음악대 소속 학과에서도 학기 초에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후배들이 남아서 얼차려를 받거나 선배들이 수시로 1학년 전원을 집합시키는 등 군기문화가 심각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년 신입생들을 위한 환영회에서 열리는 장기자랑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에 있어 H씨는 “장기자랑 문화는 음악대의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이어져온 악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음악대 소속 학과에 재학 중인 저학년 I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2016년 초에 고학번 학생들이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후배들에게 강압적으로 장기자랑을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I씨는 “장기자랑을 하지 못했을 경우 엎드려뻗쳐, 앉았다 일어나기 등의 기합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음악대 학생회장 지세진(관현악‧11)는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더 나은 음악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음악대 내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인사를 강요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D씨는 “음악대에서는 서열 문화가 강해 후배가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선배들 입에 오르내리고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그러나 정작 음악대 내부에서는 후배들에게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세뇌시키곤 한다”고 전했다. 인사 강요 논란에 대해서 지씨는 “일부 음악대 학과의 특성상 선배들과의 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인사를 권한 것”이라며 “그러나 인사법에 특별한 군기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대나무숲 제보로 인해 공론화된 두 단과대의 군기문화에 대해 체육계열 소속 학생인 B씨는 “이러한 대나무숲 제보로 고질적인 군기문화가 공론화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공론화와 자성의 목소리를 통해 군기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덧붙여 음악대 소속 학생인 F씨는 “음악대에 악습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집합문화나 후배들의 군기를 잡는 문화는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노력해야 할 부분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타 단과대 학생 김씨는 “소수의 학생이라도 해당 단과대의 문화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학생들의 권리를 지켜줘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신문은 해당 단과대의 학장 및 학과장으로부터 이 사안에 대한 답변을 얻고자 했으나, 현재까지는 공식적인 답변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자료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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