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몇몇 학과와 단과대의 관행에 대한 폭로로 들끓었다. “친목도모를 명목으로 ‘간담회’를 열어 군기를 잡고 불참 시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졸업예정자에게 금반지를 선물한다며 학생회가 금품 갈취를 하고 있다”등의 제보였다. 학생들에게 돈을 걷을 때 사용 용도를 정확히 공지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제보를 접한 이들은 대학 내 이런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거나, 실제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군기(軍紀)’ 논란을 낳는 몇몇 학과의 문화에 대해 지켜 나가야 할 전통인지, 물려줘서는 안 될 악습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어왔다. 재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졸업생들에게 졸업 반지를 선물하는 음악대의 전통은 40여년이 넘게 지속됐다. 성악과 학생회 측은 졸업 반지에 대해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학과를 기억하고, 재학생들과 동문들 간의 연결점으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학과만의 특색을 살리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은 마땅히 보존하고 이어가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오랜 관행이라도 누군가 불편해한다면 이는 더 이상 모두에게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졸업생들에게 줄 기념품, 학생회비 명목으로 걷었다는 13만원과 4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금액의 크기 여부와는 별개로 학생회의 사업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보가 논란이 되자 해당 학과 졸업예정자를 제외한 모든 재학생들로부터 13만 원씩 걷었던 성악과 학생회는 논란 이후 즉각 돈을 돌려줬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줄 반지를 맞추는 것도 중단했다. 체육계열 학생회 또한 지난 26일 자리를 마련해 학생회비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강압적 성격의 간담회에 대해 사과했다. 문제 제기에 대해 수용하고 과감히 개선하려는 두 학생회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문제의 본질은 구성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지 못하고 폭로를 통해 전할 수밖에 없었던, 꽉 막힌 공동체 문화다. 제보 글에는 앞서 언급한 졸업 반지와 간담회, 학생회비 뿐 아니라 ‘입학 초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재학생들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장한다’, ‘옷과 신발, 머리 염색까지 단속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답시고 인사를 강요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소위 ‘똥군기’로 비난을 받는 이러한 관행들은 충분히 자정작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배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당연하고, 잘못된 관습에 대한 내부 고발을 분란 유발로 규정하는 곳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문제가 제기된 몇 가지 사건들에 대한 사과에 그친다면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해결에 불과하다.

얼마 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발의 배경은 집단주의 문화, 수직적인 문화가 강한 대한민국에서 선배나 상사의 부탁에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대학사회 또한 그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 왔던 대학 내 부정한 관습을 반성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비단 이번에 드러난 성악과와 체육계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열을 강조하고 폐쇄성이 짙은 문화로 공동체를 결속을 도모하려 한다면 어느 곳이라도 고질적인 군기 문화 논란과 비난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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