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답이다

김원기(글로벌행정·13)

지난 11월 17일, 교육부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였다. 1994년 이후 1년마다 실시되고 있는 수능시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누군가에게 절망이 되기도, 희망이 되기도 하는 수능시험. 과연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 할 수 있을까? 나는 감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현 대한민국의 입시제도 틀 안에서 수능시험은 상대적으로 공정한 시험이다. 
 수능시험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지적하듯 수능은 수험생의 개성을 판단할 수 없다. 선별된 과목 안에서 제한된 답을 선택하는 수능시험은 개인의 다양성을 온전히 포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능시험은 ‘단 한 번’의 기회로 12년간의 학습성과를 판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12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단 몇 시간 만에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꽤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가장 공정한 입시제도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수능이 가지는 ‘객관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능은 특정 시간에 무작위로 선정된 공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평가기준을 전제로 치러진다는 속성을 갖는다. 그 누구의 사적인 생각이나 의견이 반영 될 수 없도록 철저하게 계획된 시험이라는 것이다. 반면 ‘수시’라고 불리는 입시제도는 객관적인 기준을 포함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마다 내신시험의 난이도나 평가방식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특기사항의 반영 여부 및 비율 또한 상이해서 학교별, 출신 지역별로 유불리가 갈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수시제도에서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포함한다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평가 항목을 가지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이를 평가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당 평가자의 주관적인 개입은 불가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적인 평가기준 및 방식으로 인하여 오히려 다양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수험생의 경험이나 노력을 제한된 평가자가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 한다는 사실은 결국 평가자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과정이 과연 공정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시 입시제도는 누군가가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불거진 정유라 사태가 바로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의 주인공인 정유라씨는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이화여자대학교에 수시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은 해당학교의 입학처장 및 다수의 교수들이 관여한 ‘부정입학’으로 밝혀졌다. 6명의 선발하는 체육 특기생 전형에서 서류심사 9등을 했던 정씨는 서류심사 후 획득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해 이후 치러진 면접에서 다른 경쟁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게 되고 이화여대에 최종적으로 합격한다. 이 과정에서 이화여대의 입학처장이 해당 면접을 진행하는 위원들에게 ‘금메달을 딴 학생을 뽑으라’는 지시를 직접적으로 내린 사실이 확인되었고 정씨는 면접 당시 승마복을 입고 금메달을 가지고 면접을 보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는 명백히 불공정한 처사였다.
 반면 수능시험 제도에는 앞서 말한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객관성에 만큼은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신뢰성 하나만으로도 수능은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시험이라 생각된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곳이고 그 세상 속에서 기회의 평등이 우리에게 최대한으로 보장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설사 수능의 많은 부작용을 인식하더라도, 수능이 최선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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