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이한 통합교육에 갈 곳 잃은 장애학생들


강남·서초지역 공립 특수학교인 나래학교(가명)는 지난 2013년부터 설립이 추진돼 왔지만 오는 2019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최근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탓이다. 나래학교의 설립과 관련된 6년 동안의 힘겨루기는 특수교육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이 특수교육의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수교육시설이 혐오시설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특수교육을 들여다보다

특수교육이란 장애학생에게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학생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수교육은 대부분 특수학교, 특수학급 그리고 통합학급에서 이뤄진다.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만이 재적하는 학교를 말한다. 특수학급과 통합학급은 일반학교 내의 학급 종류다. 이 중 장애학생만으로 학급이 구성되면 특수학급이고 비장애학생도 학급에 있다면 통합학급으로 구분한다.
특수교육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별화 교육과 통합교육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특수교육을 목적에 맞게 실행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선 개별화교육은 장애학생의 장애 유형에 적합한 방법으로 특수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며, 각 학교장이 이와 관련된 계획을 수립한다. 개별화교육은 특수교육의 실행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특수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원이 장애 유형과 정도가 다양한 장애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개별화교육을 통해 특수교육의 효과는 최대화된다.
다음으로 통합교육이란 장애학생을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즉 통합교육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과 통합학급을 포괄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장애학생의 사회화’라는 특수교육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합교육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단기간에 특수교육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기 위해 강제성을 가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을 만들었다. 「특수교육법」은 기존에 통합교육 원칙을 반영하지 않은 「특수교육진흥법」을 폐지한 대신 제정됐다. 이에 대해 단국대 특수교육연구소 이병인 소장은 “단기간에 장애학생의 70% 이상이 일반학교의 특수학급과 통합학급에 재학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개별화교육과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법」 제21조와 제22조로 보호받고 있다. 이러한 법적 기반과 함께, 특수교육 전반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제도적 기반 역시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모든 교원양성과정에 특수교육학개론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으며, 나아가 교원의 연수과정에도 특수교육학 관련 내용을 포함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교원이 장애학생이 배치된 일반학급을 담당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려는 목적이다.

비체계적인 통합교육 연수, 혼란스러운 일선 교원들

기존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사립 특수학교 중심으로 이뤄졌다.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받지 못하는 특수학교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이는 분명 통합교육이라는 원칙 밖의 교육이었다. 그런데 UN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지정하면서 우리나라도 통합교육을 기조로 하는 「특수교육법」을 제정했다. 이렇듯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중심의 통합교육이 권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일반학교는 통합교육을 위한 실제적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졸속으로 통합교육을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통합교육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의 교원은 통합교육을 위해 필요한 체계적인 연수 기회가 적어 실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연수는 장애학생의 학습과 그에 대한 평가 등 통합교육 과정 전반을 다룬다. 「특수교육법」 제 8조 제 2항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일반학교의 교원에 대하여 특수교육 관련 교육 및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의 「2015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연수받은 교원 중 60시간 이상 연수받은 교원은 약 80.64%에 달한다. 즉, 연수를 이수한 대부분의 교원이 60시간 이상의 시간을 통합교육 연수에 쓰고 있다. 그러나 일선의 교원들은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연수가 장애학생을 이해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반에 장애학생이 있는 통합학급 담당교원 A씨는 “60시간이면 실제로는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통합교육을 이해하기에는 빠듯하다”며 “특수교육에 대한 연수는 형식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양적인 면에서도 연수 기회가 부족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연수원에서 인적 자원 개발을 하지 않아 연수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대 특수교육과 김남순 교수의 「시·도 교육연수원 특수교육 연수 운영실태 및 개성 방안」에 의하면, 교육연수원 소속 연구사 중 세미나에 참여하는 인원은 221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자체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보니 교원에게 연수하는 주제도 단조로울 수밖에 없으며 질적으로 부실한 특수교육 연수가 결국 저조한 연수 이수 실적을 낳는다. 실제로 교원의 특수교육 관련 연수 이수 실적은 약 0%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연수 기회의 부족과 연수의 질적 저하는 통합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더욱 문제가 된다. 교원이 통합교육에 대해 제대로 연수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무조건 도와주려고만 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단국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신현준 교수는 “연수 기회의 절대적인 부족은 일반학급이 아닌 특수학급 위주의 통합교육이라는 기형적인 교육 형태를 양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장애학생이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학급 위주로 통합교육을 실시하면 장애학생이 사회화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장애학생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게 하려는 특수교육의 목적에 어긋난다.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은 어디에 있을까

이렇듯 통합교육을 담당하는 일반학교가 방만하게 특수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장애학생들이 오히려 통합교육에 취약한 특수학교로 되돌아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론적으로 연령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장애학교의 특수학급으로 진학하는 장애학생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은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학생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따라서 통합교육을 받은 장애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장애학생과 섞여 살아가는 능력이 신장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 교수는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학생이 그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특수학교로 돌아가기도 하고, 처음부터 일반학교에 진학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일반학교 내의 특수학급 수와 장애학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다가 특수학교로 돌아온 장애학생들 대부분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장애학생은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교수는 “장애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수 방법, 학습 자료 및 학습보조기기의 제공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일시적으로 배치되는 물리적 통합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법과 제도의 그림자

하지만 통합교육에 대한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통합교육을 위한 교원 연수가 현재로서 충분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부 특수교육과 관계자 A씨는 “장애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을 일반학교의 교원에게 연수하고 있으며 교원이 신청하면 충분히 연수 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이를 위해 각 시·도 교육청에 매번 공문을 내려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통합교육을 위한 교원 연수가 행정상에서는 허점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교원 연수가 ‘행정 절차’에 머무르고 있으며 법적인 강제성을 전혀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는 교원 연수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의무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거나 연수를 실시하지 않았을 때의 조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의 권한이 법적 처벌에는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행정 절차가 아닌 법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특수교육법」의 선진 사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장애인교육법(아래 IDIEA)에는  전문적 자질을 가진 교원을 양성하며, 특수교육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교수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교원이 통합교육 연수를 받지 않았을 때 해당 학교장의 교원자격증을 박탈하고 교원에게 1년 이상의 정직을 선고한 바가 있다.
또한 IDIEA에 따라 미국에서는 장애학생을 위해 그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행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원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학교는 시각장애학생에게 필요한 교과서를 점자나 녹음본으로 제공하고, 주정부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정기적으로 보행, 생활, 점자 디스플레이 단말기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전문특수교원을 파견한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법」에 교수법에 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IDIEA를 통해 적합한 교수법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교육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사회구성원으로 인식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특수학교인 나래학교의 신설은 아직까지도 통합교육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실현되기 힘든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특수교육의 목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촉구되는 상황이다.


글 박혜지 기자
pphhjj6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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