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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뉴스장애 청년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뉴스가 있다. 그 이름은 장미뉴스. 장미뉴스는 장애인이 기자로 활동하며, 장애인으로서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기사로 제공하는 온라인 미디어다. 장미뉴스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현재 장미뉴스의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고대권씨다. 그는 이전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주최하는 장애 청년 리더십 프로그램의 기획위원을 맡았었다. 장애 청년리더십 프로그램을 더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던 고씨는 뉴스 형식을 떠올렸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소속으로 장미뉴스를 시작했다. 우리신문사는 장미뉴스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고씨를 만나봤다.

Q. 장미뉴스를 창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나는 본래 조선일보의 기자였다.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복지,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 등을 취재하며 늘 ‘당사자성’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당사자성의 핵심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기자를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전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마침 장애 청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인연이 닿았다. 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직접 취재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장미뉴스를 창립하게 됐다.

Q. 왜 이름이 장미뉴스인가?
A. 장미뉴스의 ‘장미’는 장애와 미래를 줄인 말이다. 나눔, 사랑, 동행과 같은 단어들은 시혜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 조금 더 특색 있게 짓고자 했다.

Q. 장미뉴스의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A. 장미뉴스 기자단은 매년 약 10명 내외를 선발한다. 비장애인도 있지만 장애 청년이 대부분이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했고 내년에 3기를 선발한다.

Q. 장미뉴스의 제작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
A. 장미뉴스의 기사제작 과정은 일반 매체와 비슷하지만 온라인 발행만을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편집회의가 있는데, 월초의 편집회의에서는 각자 조사해 온 아이템을 발제한다. 그 후 기자단은 취재 및 기사작성을 하고, 편집위원인 나와 다른 기자 한 명이 온라인 카페를 통해 기사를 첨삭해준다. 월말의 편집회의에서 각자 기사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첨삭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기자단이 기사를 수정해서 사이트에 임시로 올리고, 최종수정을 거쳐 발행한다.

Q. 장애 청년이 기자가 되기 쉽지 않을 텐데, 이들이 기자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미디어가 있어야 장애 인권의 질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적지 않은 장애인들이 보호자나 연구자, 혹은 사회복지사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자신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과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또한, 장애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점에서 장애 청년이 기자활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모든 청년이 취업난을 겪고 있으나, 장애 청년들의 취업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장미뉴스의 기자단 활동은 장애 청년들의 취업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만남의 중요성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기자 활동의 핵심은 여러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생각으로 정리해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청년들이 다양한 현장과 사람을 접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Q.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A. 아무래도 기자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자신이 직접 겪은 일들을 기사로 쓸 때가 있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기자가 직접 토플(TOEFL)시험에 응시하는 과정을 남긴 르포기사가 있었다. 알다시피 취업을 하려면 영어 공인인증성적은 필수이다. 그러나 시험장의 환경이 여러 장애 유형에 맞게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규정 또는 약관에 장애 접근성 보장을 명기해두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담당 기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토플 본사에 지속적으로 연락했고, 결국 한국에서 최초로 청각장애인의 접근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시험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 ▲토플 본사와의 대화 ▲시험 후기로 나눠 시리즈로 연재했다. 이 기사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Q.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 기사가 있다면?
A. 사실 모든 기사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 청년들이 취재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취재를 위한 이동수단 지원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지원 등이 더 잘 되면 훨씬 더 좋은 기사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지원이 미미하다. 아무래도 프로그램 예산이 한정적이라 모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Q. 장미뉴스가 앞으로 더 좋은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장미뉴스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의 후원을 받았다. 수익구조 없이 후원금에 의지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되도록 자립적인 모델로 성장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미디어 시장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라 자립적인 생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직 제약이 많지만,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

Q. 장미뉴스가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으면 좋겠는가?
A. 사람은 모두 자신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이해’를 하기 보단 ‘정중한 오해’를 하며 살아간다. 기자단과 회의를 하면 할수록 장애인 한 명 한 명을 ‘장애인’이라고 통칭해서 부를 수 없음을 느낀다. 모두가 다르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이 다름의 보편성이다. 장미뉴스의 독자들도 기자들이 쓰는 각각의 기사를 통해 그 다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장미뉴스 편집국장으로서 장애 인권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흔히들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기자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다. 장애를 극복하고 용기를 가지라는 말을 하기 전에, 사회가 장애인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온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장애 청년들이 기사를 쓴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겁을 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우리도 이들과 발맞춰 우리가 하고 있던 ‘정중한 오해’를 그만둘 때가 됐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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