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교수 456인 참여 개교 이래 최대 규모 시국선언… 정권 퇴진·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 촉구

우리대학교 교수 456인 참여 개교 이래 최대 규모 시국선언…  

정권 퇴진·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 촉구
 

최순실 국정농단,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세월호 참사 의혹…. 정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나날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대학교 신촌·원주캠 교수진(아래 교수진)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교수진의 이름으로 선언문이 발표된 것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 이어 2년 만이다.

참여 교수 456인, 역대 최대 규모…
‘국정농단’ 사태에 강도 높은 비판

교수진은 지난 15일 「최근 헌정유린 사태에 대한 연세대학교 교수 시국선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에 참여한 교수는 총 456명으로, 이는 개교 이래 최대 규모다. 기록 경신 이전 최대 규모였던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참여 교수진 수(162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선언에 참여한 김왕배 교수(사과대·산업및사회계층)는 “이번 사안은 정파나 이념과 무관하게 공분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데다, 한두 가지 변화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그렇기에 많은 교수들이 근본적인 국가 개혁을 위해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참여 교수 456인은 선언문에서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위기에 봉착’했다며 ‘정부의 비정상적 국정운영은 민주공화국의 근본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하라며 ‘객관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국선언문을 통해 교수진은 ▲특검을 통한 독립적 수사 ▲국정공백 수습 후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 마련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교수진은 집권 여당 역시 ‘임시방편적 술수를 멈추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국선언, 속속익선(速速益善)?

그간 학생사회 안팎에는 우리대학교 신촌캠 교수진의 선언이 너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성균관대(10/27)·서울대(11/7)·고려대(11/9)·이화여대(11/10) 등 여타 대학들의 선언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진행된 데다, 지난 3일 원주캠 교수진이 따로 선언에 나섰음에도 신촌캠 교수진은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원래 더 일찍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거국중립내각*안이 제시되는 등 정치권의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발표가 미뤄졌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교수는 “선언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시간차를 두고 릴레이식으로 진행되는 편이 더 적합하다”며 “다른 학교가 선언한다고 서둘러 따라하는 것은 선언의 본질과도 맞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선언문이 발표되기에 앞서 지난 9일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시국선언(아래 신과대 선언)」이 발표된 바 있다. 신과대 선언에 참여한 14인의 교수들은 ‘한 사람이 두 사람을 섬기지 못한다’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인용하며 ‘범죄자들은 처절한 반성과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다.신과대 선언 초안 작성을 맡았던 손호현 교수(신과대·조직/문화신학)는 “종교문제 또한 ‘국정논란’ 사태의 중요한 배경인 만큼 신학자로서 입장을 전해야 될 것 같아 신과대 선언을 하게 됐다”며 “신학자로서 국가가 정의롭지 못한 데는 종교인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신학자로서의 몫을 다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교수진은 시국선언 이후에도 제기된 의혹들의 소명을 위해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교수는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도 비리와 특혜가 있었다는 소식에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심정”이라며 “선언 이후에도 관련 문제들을 결코 좌시하지 않고 직접 실천에 나설 것”이라 전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향후에도 2·3차 선언이 있을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대학 간 연대 행동도 가능하다는 것이 교수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국선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강정우(건축‧16)씨는 “타 대학의 선언 시기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시점과 비교하면 발표가 늦어진 감은 있지만, 그만큼 문장에서 고민의 흔적이 느껴져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학생, 교수 등 하나 이상의 단위가 현 사안에 대해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은 총 300여 곳으로 집계된다. 참여 인원은 1만 7천여 명에 달한다.

*거국중립내각: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중립적인 정부 내각.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임기 중에 심각한 레임덕에 빠져 원활한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구성된다.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노원일 기자
bodobono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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