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 1인 방송, 왜 생산되고 소비되는 걸까?

바야흐로 1인 방송의 시대가 도래했다. ‘대도서관’이나 ‘김이브’, ‘밴쯔’ 등 유명 1인 방송 제작자들의 실시간 방송을 구독하여 챙겨 보는 사람들은 이미 수백만 명에 이른다. 예능 방송뿐만 아니라, ‘범근뉴스’ 등의 1인 언론은 기성 언론에도 자주 인용되며 무시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1인 방송 : 누가, 왜 보는 걸까?

▶▶1인 미디어를 이용하면 실시간 방송과 방송인과 시청자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사진은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방송을 보며 채팅을 주고받는 모습.

지난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1인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 TV’는 ‘누구나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아프리카 TV’는 전성기에 월 평균 접속자 수가 약 8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단 한 명이 기획, 촬영, 출연을 맡은, 정제되지 않은 1인 미디어는 청년층들에게 기존 미디어 매체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1인 방송에 이처럼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인 방송을 즐겨 본다는 김은혜(국문·15)씨는 “하루에 3시간 이상은 킬링타임 삼아 1인 방송을 시청한다”며 “스마트폰으로 쉽게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콘텐츠를 골라서 보니까 재미가 없을 수 없다”고 밝혔다. 3년째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BJ ‘백업’씨는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후원에 따라 장비나 방송의 질이 발전해나가는 것을 보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강상현 교수(사과대·미디어기술과사회변동)는 “1인 미디어는 오락, 취미, 호기심 등 아주 다양한 영역을 커버해 줌으로써 기존 미디어가 닿지 못하는 마이크로(micro) 영역까지 도달하고 있다”며 “또한 실시간 방송과 방송인-시청자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점도 1인 미디어의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1인 방송은 대안 언론으로서의 역할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범근(20)씨는 지난 2014년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유튜브에 ‘쥐픽쳐스’라는 1인 언론 채널을 만들었다. 현재 4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국씨가 만드는 ‘범근뉴스’를 구독하고 있다. 국씨는 “기성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던 이슈들에 대해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미디어가 대안 언론의 기능이 있다고 본다”며 “기성 언론과는 다르게 뉴스가치를 마음대로 선별해서 공론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대안성”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사회운동 영역에서도 1인 미디어는 개개인의 중요한 발언대가 될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나 사건 등이 터졌을 때 개인들이 현장에 출동해 현장감 나는 주변 상황들의 순간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며 “1인 미디어가 1인 저널리즘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1인 방송, 그냥 재밌어서 한다

▶▶ ‘범근뉴스’는 기성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슈들을 다룸으로써 10대, 20대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방송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여러 1인 방송이 끊이지 않고 새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인 방송을 많이 소비하는 만큼 1인 방송에 새로 뛰어들기도 하는 것이다. 몇몇 유명 방송인들을 제외하고, BJ들이 방송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1인 방송 제작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소요한다.
BJ ‘백업’씨는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저녁 4~5시간은 방송을 진행한다. 그는 학점을 비롯한 생활의 큰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방송을 하는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하고 힘을 얻는 모습이 큰 기쁨인 만큼 방송에 대한 애정이 무척 크다”며 “방송은 일이나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 ‘노력해서 인생에 남겨두고 싶은 존재’”라고 말했다. 국씨는 “평소 시사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다가 ‘범근뉴스’를 운영하게 됐다”며 “콘텐츠를 만들면서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볼 때 효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렇듯 1인 방송은 개인의 욕구와 동기에 의해서 생산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기술적인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있다. 강 교수는 “1인 미디어의 등장 및 활성화는 일차적으로 정보통신 기술과 방송 기술이 고도화되고 경박단소화 됐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개인 차원에서도 동영상 촬영과 편집, 전송이 가능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 먹방 BJ인 ‘밴쯔’씨는 ‘Q&A 영상’에서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편입 준비 시 말하는 연습을 할 때 경제사정이 넉넉지 않아 스피치 학원에 다니는 대신 마이크 등 방송 장비를 구매해 1인 방송을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기존의 미디어와는 달리 1인 미디어는 순전히 개인적인 동인에 의해 생산·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수만 명에 달하는 1인 방송 생산자를 추동하는 동력은 많은 경우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즐거움이나 열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을 1인 방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기대해보자!

 


최서인 기자 
kekecathy@yonsei.ac.kr

<자료사진 범근뉴스, 유투브 빽업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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