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어간다는 것. 이처럼 유혹적인 말이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늙지만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균 수명 100세 시대. 무조건적으로 ‘늙는다는 것’과 맞서 싸우던 안티에이징(Anti-Aging)의 시대는 갔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바라는 웰에이징(Well-Aging) 시대에서 펼쳐질 우리들의 제3의 인생에 대해 「The Y」가 알아봤다. 

불타는 ‘청춘’

제3의 인생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까지 인간의 삶은 사람이 태어나서 사회에 나설 때까지의 제1기, 그리고 사회인이 돼 자녀를 키우는 제2기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복지학사전』에 따르면 이 두 시기 이후의 삶이 ‘제3의 인생’으로 명명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웰에이징’이라는 단어의 출현은 그리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남은 생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바로 웰에이징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김동배 교수(사과대·노인복지및자원봉사)는 “웰에이징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학습활동을 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노년기에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삶을 말한다”며 “특히 이제 막 노년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생)는 비교적 풍요의 시대를 거치며 개성 있는 삶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웰에이징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노년기의 자아실현이 웰에이징의 핵심이고, 보다 개성 있는 삶을 영위해온 이들이 노년기에 들어서서도 자기실현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령자의 자기개발과 자기실현은 ‘파워 시니어(Power Senior)’라는 별명을 탄생시키기도 했으며, 이런 파워 시니어는 생각보다 다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3년에 처음 방영해 큰 열풍을 불러일으킨 tvN의 『꽃보다 할배』를 기억하는가? 노년의 배우들이 나와 세계 각지를 여행한다는 컨셉은 웰에이징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방송사 NBC가 『꽃보다 할배』의 포맷을 리메이크한 미국판 ‘꽃할배’가 NBC 방송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사실은 해당 트렌드가 이미 국경을 초월했다는 사실까지 짐작하게 해준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여유로운 노년기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고, 때에 따라선 대리 만족을 시켜주기도 한다.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송재하(스포츠레저·11)씨는 “해당 프로그램 덕분에 나의 노년기를 생각해보게 됐다”며 “늙어서도 마음만은 청춘처럼 살고 싶다”고 전했다. 

핑크빛 노년, 아직은 사치?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년기에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한국노인복지학회의 이현주씨는 자신의 논문 「노년기 우울의 종단적 변화: 연령집단별 차이와 위험요인」을 통해 ‘우울증상 변화궤적을 통해 노년기 우울 증상이 연령과 함께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러한 우울증상 변화에 신체적 건강상태와 경제상태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자살률은 지난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55.5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해 우리나라 노년층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무엇보다 앞으로의 백세시대를 유병장수가 아니라 무병장수로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질병과 장애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다”며 “또한 가난한 노년기는 오히려 불행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개인, 기업, 국가가 3층 구조를 이뤄 노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노년기가 아름다우려면 사회적 차원에서 노인들의 건강 및 경제 상황을 지원하고, 노인들 스스로도 평생교육을 통해 건강한 자아실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같은 늙은 여자가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게 많은 줄 알아?”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을 파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 윤여정(소영 역)의 대사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잘 늙는 것’은 아직 어려운 과제다.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웰에이징, 제3의 인생. 허망한 꿈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사회가 늘어나는 노년기를 어떻게 대비할지가 중요하다.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일러 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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