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효과, 영상의 가격을 결정하다

같은 영화라도 극장에서 보면 1만 원, IPTV로 보면 6천 원,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4천 원이다. 심지어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면 지불하는 금액은 0원에 가깝다. 이렇게 같은 영상물인데도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구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의 마법

영상물의 가격이 어떤 매체를 통해 소비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는 영상물의 가격 결정에 ‘창구 효과’라는 전략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창구 효과’에서 창구는 영상물이 공개되는 매체를 뜻한다. 영화관·IPTV·텔레비전·인터넷 다운로드사이트 등이 각각 하나의 창구가 되는 것이다. 영상물이 먼저 개봉하는 창구(아래 선행 창구)가 되기 위한 조건은 ▲전체 이윤에서 해당 창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때 ▲소비자의 지불 가격이 비쌀 때 ▲영상물이 유출될 위험이 낮을 때다. 영화의 경우 영화관이 첫 창구이고, DVD, 텔레비전, IPTV, 인터넷 다운로드사이트가 그 뒤를 따른다. 이 때 영화관은 1만 원이지만, DVD는 그보다 훨씬 비싼데, DVD의 경우 영화관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다른 특전들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우리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이연경 전문연구원(사과대·방송과수용자)은 “DVD의 경우에는 1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고 반복 소비가 가능하고, 콘텐츠를 소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디어 기업들이 창구 효과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같은 제품을 여러 번 다른 시장에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가 개봉했다고 하자. 예고편을 본 소비자는 1만 원을 지불하고 영화관에서 보기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5천 원을 내고 IPTV에서 보는 것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영상물을 여러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창구 효과는 산업 전반의 유통 전략이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의 유통에서만 주로 사용된다. 그 이유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미디어 콘텐츠의 한계 비용*이 거의 0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의 경우 새로운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든다. 그러나 미디어 콘텐츠의 경우에는 추가로 제작을 하더라도 드는 비용이 0에 가깝기 때문에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당신의 시간과 공간을 산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텔레비전으로 영상물을 보면 한 영상물 당 지불하는 비용이 거의 없지만, 그 후행 창구(IPTV·인터넷 다운로드사이트)에서는 소비자에게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왜 텔레비전이 IPTV나 인터넷 다운로드사이트보다 선행 창구일까?
답은 텔레비전으로 영상물을 보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따른다는 데에 있다. 다른 창구들과 달리 텔레비전은 영상물을 감상하는 시간대를 소비자가 고를 수 없다. 또한 소비자는 어디에서 볼지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떤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해당 편성시간에만 시청이 가능하다. 따라서 텔레비전이 비교적 선행 창구에 속하는 것은 영상물을 감상하는 ‘비용’이 소비자의 돈에 한정되지 않고 그들의 시간과 공간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는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사용해 영상물을 본다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창구 효과는 소비자들이 같은 영상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시간·공간·돈 중에서 어떤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 또한 창구 효과를 통해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영화관의 신작 영화와 텔레비전의 특선 영화 중에서 당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은 무엇인가.

*한계비용: 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

글 박혜지 기자
pphhjj6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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