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을 일삼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입학·학사 특혜 의혹에 대해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발언하며 많은 이들, 특히 수능과 대학 입시를 앞둔 60만 수험생들에게 분노와 절망감을 안겼다. 수 차례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는 수험생들도 대거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감사 결과 정씨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특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정씨는 졸업 및 입학 취소 처분을, 관련자들 또한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청담고 재학 당시 성적과 출석 기록을 보면, 현재 학생부 관리 실태가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씨는 고3 수업일수 193일 중 17일만 출석했지만, 체육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고 상위 4%의 학생들이 받는 교과우수상까지 받았다. 심지어 최순실씨가 딸 정씨를 위해 담당 교사를 압박하거나 금품을 건넨 의혹도 모두 사실임이 확인됐다. 보다 못한 동급생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그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학교는 사회인으로 발돋움할 학생들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보여주기는커녕, 돈과 권력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에 교육부의 특별감사 결과는 지성의 상징인 대학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선발된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시점은 체육특기자 원서접수 마감 이후였지만, 입학처장은 위원들에게 정씨를 뽑으라고 강조했다. 이에 위원들은 서류평가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고의로 낮은 점수를 주면서 정씨를 합격시켰다. 정씨로 인해 탈락한 두 명의 학생은 구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입학 이후에도 정씨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공공연히 출석을 인정받았고, 일부 과목은 담당 교수가 대신 과제물을 제출했다. 정씨가 해외 체류 중이었던 기말고사 시험에 정씨의 이름으로 된 답안지도 나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씨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넘어서야 교육부는 감사에 나섰다. 입시 및 학사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을 방치하고,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됐음에도 늑장 대처를 해 온 담당 부처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그마저도 교육부의 감사 결과물은 관련자 처벌에 그치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알려진 교수들은 공교롭게도 상당 금액의 연구비를 수주받았지만, 교육부는 이것이 정씨에 대한 특혜의 대가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올해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가 이대에 배정됐다는 사실은 교육부 또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진행될 ‘최순실 특검’ 수사에서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 뿐 아니라 교육부에 얽힌 의혹까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정씨의 입시 비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어온 학생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미 학교에서부터 부정부패를 겪어온 이들에게, 기성세대는 과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미래를 이끌어 가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번 사태는 정씨와 관련자들에 대한 단죄 뿐 아니라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