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y go low, we go high!”

류한수(정경경제·11)

26만 명이 모였거나 125만 명이 모였거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5천 만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한 목소리로 정권의 퇴진과 그 부역자들의 처벌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들’ 즉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그 부역자들은 이미 더 내려갈 곳이 없을 만큼 타락해 있고 한 달 동안 시민들은 ‘그들’에 맞서왔다. 3주간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에 참가하면서 느낀 것은 무작정 청와대로 행진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이었다. 평화적인 행진으로 청와대에 도달하겠다는 발상이 이상적인 것이 돼버린 오늘, 우리는 몇 사람이 모였고, 광장이 얼마나 깨끗했고, 시위가 얼마나 평화적이었는지 등의 사실들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우리는 매주 똑같이 청와대로, 그저 청와대로 향하는 행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어야 한다.
이번주 내내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행해왔던 태도를 보면 100만 명이 청와대 앞이 아니라 그들의 면전에서 외쳐도 결코 퇴진할 뜻이 없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들이 90%에 달하는 이상 박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써 자격을 상실했다 말할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행동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공식적으로 내려놓은 이후의 행동이다. 바로 박 대통령, 최순실 그리고 그 부역자들을 색출하고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위행렬은 검찰청과 국회를 향해야 한다. 이미 완전히 마비되어 신정왕국수준으로 떨어진 행정부로 행진할 것이 아니라 그를 감시하고 견제했어야 할 사법부와 입법부로 행진해야 한다. 그곳에서 입에 발린 거짓말로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한다는 사법부에, 그저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계산에 매몰된 입법부에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항의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아 그 대리자격으로 삼권분립에 따라 상호견제를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기본원칙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책임을 묻고 분노해야 한다. 박근혜, 최순실이라는 아이콘에 눈이 멀어 무엇이 진정 근본적인 문제인지 간과하는 우를 범한다면 같은 부패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고, 종국에는 천천히 끓여지는 개구리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시 진정 죽어버릴 것이다.
삼권의 분립과 민주주의 그리고 능력과 실력에 따른 공정한 평가라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무너뜨린 책임을 비단 대통령과 그 비선실세 몇 사람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 입법, 사법, 행정 곳곳에 포진한 그 부역자들을 철저히 색출하고 엄단할 때 진정한 사태의 수습과 대한민국의 내일이 있다. 따라서 행정부의 수반이 있는 청와대를 향한 행진 대신 국회와 검찰청 앞으로의 행진이 양은냄비가 아니라 뚝배기처럼 오래도록 끓어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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