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김가원 (언홍영·13)

지난 12일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세종대왕 동상을 둘러싸고 율곡로까지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 찬 풍경을 뉴스와 SNS를 통해 보면서 이 정도면 정말 내려오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집회 현장에는 100만이 모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국회의원 딸의 대학 부정 입학 비리, 거대 기업의 정경유착과 대통령과 그 측근의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돌아오는 것은 ‘모든 것은 검찰에서 성실히 답하겠습니다.’라는 의미 없는 말뿐. 이 모든 것이 거짓말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자각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와 임무에 대해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 엉뚱한 데 가 있는 것도 전부 현실이다.

그래서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마음들 100만이 모였다. 모이지 못한 마음들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테다. 100만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약 50분의 1이다. 절대로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미 무너졌다는 것과 무려 100만이나 모였음에도 뻔뻔하게 지속하는 현재 상황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50만이 모이든 100만이 모이든,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100만 명이 모였는데도 그네들은 사실은 23만이네, 26만이네 하며 실제로는 100만이 아니라고 폄훼하기에 바쁘다. 그들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알겠다’면서도 며칠 만에 ‘다시 모일 집회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누구보다 빠르게 태세를 변환하는 이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말들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향해 분노하고 무엇을 위해 모이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방향은 아주 명확하고 분명하다. 서로의 처한 처지는 각각 다르지만, 아래로부터 위를 향하는 이 방향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면서, 이 삶을 지탱하는 울타리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누구는 촛불을 들고, 누구는 펜을 들고, 누구는 마이크를 잡고.

지난 17일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지 변한다”고 말했다. 누구의 바람이 누구의 불을 끌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촛불이 단지 ‘후’ 불어서 꺼지는 불인 줄로만 아는 이들의 생각이 틀렸음이 곧 증명되기를 바란다. 그저 비정상의 물결 속에서 정상을 염원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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