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고장에 학생들 갇히는 사고 잇따라

법적의무사항인 국민안전처 신고도 하지 않아

한편 엘리베이터 전문가들은 부실공사 의혹 제기해

학교 본부 “안정화 기간일 뿐” “앞으로 신고하겠다”

 

국제캠 송도2학사 엘리베이터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일, 학생들이 15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학생 사회에서는 엘리베이터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도2학사 엘리베이터의 잇따른 고장으로 인해 학생들은 그동안 꾸준히 안전 문제를 제기해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신문의 취재 결과, 학교 본부가 그동안 법적 의무사항에 따라 엘리베이터의 고장 기록을 국민안전처 산하 한국승강기공단의 장에게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7일,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16학번 공식 그룹'에 올라온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의 모습. 사진제공 한경훈(정외·16) 제공>

송도2학사 엘리베이터, 학생들의 안전은 어디로?

 

지난 7일 저녁 8시경,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16학번 공식 그룹’에 한경훈(정외·16)씨가 ‘송도2학사 D동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서 갇혔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씨를 비롯한 4명의 학생들은 송도2학사 D동 35호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안에 있던 모든 학생들이 15분간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전원 구조됐으나, 국제캠 내 불안감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 김나영(언홍영·16)씨는 “국제캠 내 엘리베이터 관련 부실공사 논란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 사고로 이어지니 겁이 난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국제캠 종합행정센터 시설지원팀 한승훈 직원은 “메인 T-케이블 단선으로 발생한 사고”라며 “실제로 추락 사고는 아니었지만 엘리베이터가 갑작스럽게 멈추면서 학생들이 추락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직원은 “사고 당시 비상벨 호출을 받고 당직자가 먼저 와서 학생들을 안심시킨 후 15분 뒤 승강기 안전 관리자가 직접 구출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고 후 현재 해당 엘리베이터는 보수 작업을 마친 상태다.

 

국제캠 엘리베이터 고장,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문제

일각에선 “공사가 초반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

 

그러나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인한 학생들의 안전 위협은 국제캠의 고질적인 문제다. 학교 본부에서 제시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승강기 고장/점검 내역’에 따르면 송도2학사의 엘리베이터의 고장은 9월에 19건, 10월에 12건으로 꾸준히 발생해 왔다. 특히 7일 사고가 있었던 D동 35호기의 경우 9,10월 두 달 사이 9건이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에 따르면 “9월 13일에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멈추지 않고 1층보다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당시 학교 본부는 9월 24일에 예정돼 있는 정밀검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고장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도2학사 엘리베이터의 잦은 고장에 대해 한 직원은 “엘리베이터의 경우 3년에서 5년의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며 “송도2학사의 경우 2014년에 신축돼 아직 안정화 단계에 있어 고장이 나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 직원은 “안전 점검에서 파악할 수 없는 문제점들로 인해 종종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제캠 엘리베이터의 공사가 초반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년의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경력을 갖고 있는 엘리베이터 시공·보수업체 관계자 B씨는 “보통 설치 이후 3달을 안정기라고 보며 안정화 단계가 3년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B씨는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는 절대 흔하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밀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다른 엘리베이터 보수업체 관계자 C씨 또한 “설치 시 모든 조건을 제대로 갖췄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메인 T-케이블 단선 또한 쉽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설지원팀의 한 직원은 “송도학사의 경우 학생들이 24시간 거주하다보니 일반 아파트보다 엘리베이터의 이용 빈도가 훨씬 높다”며 “이용 빈도가 훨씬 높아 아무래도 소모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장이 나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 학교 본부…

학교 본부 “몰랐다, 앞으로 하겠다”

담당 유지·보수업체는 “알고 있었으나 미처 하지 못했다”

 

한편, 우리신문사의 취재 결과 학교 본부는 국민안전처가 지시하는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 제16의4에 따르면 승강기 내에 이용자가 갇히는 등의 중대한 고장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민안전처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7일 사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갇힘 사고가 발생했던 송도2학사 35호기 엘리베이터의 고장이력은 국민안전처의 국가승강기정보센터 사이트 어디에도 올라와있지 않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 관계자는 “「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 에 의하면 이용자가 갇히는 중대한 고장이 발생한 경우 공단의 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확인해본 결과 국제캠 엘리베이터 고장과 관련된 신고는 전혀 보고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학교 본부와 국제캠 담당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업체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고장 신고 여부에 대해 시설지원팀의 한씨는 “지금까지 해당 내용을 잘 알지 못해 통보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1년간 국제캠 엘리베이터의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삼정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고장 후 점검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미처 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해당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학교 본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학교 본부와 유지보수업체는 모두 앞으로는 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 본부는 지난 10일, 7일 고장 건에 대해 신고를 마쳤다고 전했다.

 

송도2학사의 엘리베이터 문제에 대해 정화평(경제·15)씨는 “학교 본부가 얼마나 주기적으로 학교 시설들을 점검하는지, 어떤 수리가 이뤄졌는지, 무슨 원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는지 등을 학생들은 알지 못한다”며 “학교 본부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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