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중립내각 구성, 과연 올바른 해결책인가

▲송연호 (정외·12)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소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깊은 분노와 실망감을 안겨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이 그 해법으로 제안되었고, 이제는 이것이 마치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법인 양 치부되고 있다. 이 대안은, 대통령이 사적 친분이 있는 민간인에게 국정 운영의 상당부분을 의존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현 사태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무능력에서 비롯되었다는 판단하에 대통령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국회가 국무총리를 임명하여 국정을 주도케 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대통령을 대신하는 총리의 존재는 언뜻 시국 정상화의 해법으로 보여지나, 자세히 보면 이는 몇가지 큰 한계를 지닌다.

  우선,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은 그 자체가 위헌성을 내포하여 정당성을 결여한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대통령중심제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제86조 2항 후단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야 한다는 권한의 한계를 지닌다. 거국중립내각 제안자들은 여기서 대통령이 전권을 위임하는 명을 내리면 된다는 논리를 펴지만, 전권을 위임하는 것은 헌법이 전제하는 ‘대통령의 명’ 의 범주 자체를 벗어나는 것이다. 결국 전권위임의 명을 제86조상 대통령의 명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는 자의적 해석이며, 이에 개헌이 선행되지 않은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은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

또한, 이미 헌법적 틀 내에서 충분히 대안을 마련해놓고 있기에 굳이 헌법의 틀을 벗어난 중립내각을 구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현재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여론이 강한데, 대통령의 하야로 인한 궐위시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는 내용의 헌법 제71조와 재선거를 규정한 제68조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국무총리는 어디까지나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 자여야 하는 것이고 국회는 국무총리에 대한 동의권만 가질 뿐 임명권은 없다. 충분히 기존의 제도 내에 대안을 마련해두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국회가 총리를 임명한다는 초헌법적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책임있는 국회의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만든 법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립내각의 구성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현실을 보면, 정당간 분열이 극심하여 합의보다는 수나 세력의 우위로 한쪽의 입장을 관철시켜 법안을 통과시키는 행태가 만연해왔다. 이러한 행태를 고려했을 때, 결국 그들이 말하는 중립내각 구성의 첫 단추인 총리의 지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임이 예상된다. 나아가, 내각제를 시행해본 기억이 제2공화국의 단기간밖에 없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과연 남은 1년 4개월의 임기 동안 이를 제대로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도 우려스럽다. 만약 이 단기간에 내각제를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한 뒤엔 어떻게 할 것인가?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할 것인지 혹은 개헌의 수순을 밟을 것인지 등 임기종료 후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대통령의 권한을 무력화시킨 뒤 국회의 자의대로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분노 해소와 국정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든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기 어렵다. 국가안위를 좌우하는 중대한 정치적 사안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대안은 적어도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서 올바른 정치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거론되는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은 근본적이고도 중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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