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진정한 힘

▲엄환용 (인예철학·15)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정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더 나은 사회의 형성이라는 조건 아래에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정치인에게 양도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즉, 선거로 선출된 모든 정치인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항상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근본적으로 국민의 대리인으로서의 본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비선실세 최순실의 대리인이었다. 박 대통령이 민주정치의 본질을 처참히 훼손한 것이다.

사실 비선실세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만하다. 그런데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얻더라도, 최종 결정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대통령이 직접 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이번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국정이 전문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일개 민간인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정치적 본분을 전혀 지키지 않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그를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과 지금은 분명한 실질적 국정공백 상태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거국중립내각이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대안은 아마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일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일단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대통령은 공석이 되므로 헌법에 따라 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를 박 대통령이 임명했고 실제로 대통령의 수족에 불과했다는 점을 볼 때, 국민들은 이 체제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쟁점에서 자유로운 거국중립내각은 필수적이다.

거국내각의 총리는 행정권, 인사권 등을 비롯한 실질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국정공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헌법상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존재한다. 헌법 86조에 국무총리는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의 『썰전』에서 유시민 씨가 언급했듯이, 대통령이 총리에게 권한을 전적으로 양도하겠다고 선언하면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의 공석 등으로 직무수행 불가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쓰고 있다. 지금 지지율 5%라는 수치가 보여주듯이 국민들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므로 대통령직은 실질적으로 공석과 다름없으므로 총리의 국정대행은 헌법상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각이 구성된 이후,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하고 조기대선이 치러져야한다. 거국중립내각을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없이 그에 준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 대리인의 자리를,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할지라도, 유지해선 안 된다. 이후에는 조기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대통령제 국가이며,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정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즉, 거국중립내각은 본래의 정상적인 대통령제 민주주의로 돌아가기 위한 임시적 방편일 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진리의 진정한 힘이란 그것이 어둠에 계속 묻히더라도, 태양 아래로 끄집어내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고 얘기했다. 여태까지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 과정의 연속이었다. 누군가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역할이라고만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밀이 이야기한 사람은 바로 국민이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시기보다 우리의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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