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 ‘남톡방 성폭력 사건’ 공론화는 “의미 있다”

‘당선 무효’와 ‘당선 무효 취소’의 번복이 이어진 총여 선거 논란 이후 4월 말 임기를 시작한 27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잇다>는 지난 6개월 간 활동을 이어왔다. 총여는 크게 ▲여성인권 신장 ▲반성폭력 ▲소수자 인권 ▲생활복지 ▲국제캠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었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5일 동안 우리대학교 신촌‧국제캠 1012명(신뢰도 95%, 오차범위 ±3.1%p)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신문사는 총여의 지난 임기를 돌아보고자한다.

절치부심 총여, 그러나 공약이행력 부족해

총여의 활동을 매우 미흡(1점)부터 매우 훌륭(5점)까지 5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여성인권 2.89점 ▲반성폭력 2.90점 ▲소수자 인권 2.81점 ▲생활복지 2.84점 ▲국제캠 2.7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총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수치다.

 우선 ‘총여학생회가 시행한 공약 중 가장 잘했다고 평가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총 응답자의 27.33%(214명, 총 응답자 783명)가 ‘여성인권 신장’ 분야의 공약들을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다. 해당 분야에서 총여는 ▲‘세상을 다시 보는 페미니즘 vol.2’ 방학 중 페미니즘 세미나 개최(아래 방중 페미니즘 세미나 개최)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킹 ▲‘총여학생회에서 대신 전해드립니다(아래 총여대전)’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총여학생회장 김남희씨(국문·13)씨는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킹의 경우에는 아카이빙을 해놓은 상태”라며 “필요한 학내 페미니즘 단체에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약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총여대전에 대해 김씨는 “공약 자체가 신고 접수를 토대로 직접 총여가 찾아가 해결하는 방식”이라며 “예민한 사항이라 이행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약대로 이행했다”고 말했다. 방중 세미나 개최의 경우 짧은 임기 기간 문제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학기 중 페미니즘 포럼을 큰 규모로 개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반성폭력’ 분야의 경우 ▲성평등센터 상담원 확충 요구 ▲성인지교육 내실화 등이 있다. 신촌캠 성평등센터 상담원은 확충됐으며, 성인지교육 내실화 공약은 성평등센터와 협조해 성평등교육 강사의 자질을 점검하는 식으로 이행했다.

‘소수자 인권 보호’ 분야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세미나 개최 ▲외국인 학생을 위한 중국어·영어 상담 진행 등이 있다. 해당 분야 공약들과 관련해 김씨는 “성소수자 세미나의 일환으로 학생들과 퀴어 영화 관람 뒤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 네트워크’ 소속 변호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진행했고, 중국어·영어 상담 진행의 경우 학생들의 지원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총 응답자의 25.93%(203명, 총 응답자 783명)는 ‘생활복지’ 분야의 공약들을 ‘여성인권’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잘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생활복지’ 분야에서 총여는 ▲대안 생리대 공동구매 ▲자궁경부암 백신 저가 제공 ▲여자 휴게실 비품 관리 및 운영 ▲남자 휴게실 확대 운영 요구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 중 김씨는 “생리대 공동구매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여자휴게실 비품 관리 및 운영 공약은 중앙운영위원의 협조를 받아 이행했다”며 “대안 생리대 공구와 같은 공약은 학생들의 참여율이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백신 저가 제공 공약의 경우 업체와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으며, 남자휴게실 확대 운영 요구 또한 이행되지 않았다.

 한편 ‘총여학생회가 시행한 공약 중 가장 미흡했다고 평가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총 응답자의 28.04%(212명, 총 응답자 756명)가 ‘국제캠’ 분야의 공약들을 꼽았다. 총여는 ▲국제캠퍼스 소모임 개설 ▲국제캠퍼스 성평등센터 요구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씨는 “국제캠에서 상설 소모임은 힘들 것이라 판단해 무비 나잇과 같은 일회성 모임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국제캠 성평등센터 요구는 우리대학교 성평등센터 인원 부족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차승연(의예·16)씨는 “국제캠의 학생들을 위한 공약들도 보다 더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1학기 선거 당시 ‘신임’ 표를 던졌지만 구체적으로 내건 공약들조차 이행되지 않은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반적인 공약이행률에 있어 김씨는 “다음 주 중으로 공약이행률을 집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뜨거운 감자, ‘남톡방 성폭력 사건’ 대처

설문조사에서 총여의 ‘남톡방 성폭력 사건’ 대처에 대해 매우 불만족(1점)부터 매우 만족(5점)까지 5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평균 3.02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1일 총여는 남톡방 성폭력 사건 내용을 폭로하는 자보를 게시했으며, 10월 8일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신현솔(사회·16)씨는 “학내사회에서 묵인돼오던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학내사회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설문조사 주관식 의견에 ‘단톡방 공개와 함께 입장문을 걸고 신속히 대응했어야 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에 대해 김남희씨는 “제보자와의 수차례 걸친 회의를 통해 입장공개 방식을 정한 것”이라며 “일정 기간을 두고 입장문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론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보 미흡은 고스란히 참여 부족으로 이어져…
여전히 숙제 남은 총여

총여가 공약 자체에 대한 홍보에 소홀했다는 점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내는 목소리였다. 설문조사 결과, 주요 공약 중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안다고 답한 공약은 ▲‘방중 페미니즘 세미나 개최’ 16.90%(171명, 총 응답자 1천 12명), 가장 적게 안다고 답한 공약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중국어‧영어 상담 진행’ 4.94%(50명)였다. 철학과에 재학 중인 임씨는 “총학에 비하면 총여는 확실히 공약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며 “총여 공약에 대해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은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을 통해 ‘무슨 활동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활동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홍보가 부족했다’ 등의 의견도 남겼다.

 소통부분에서는 ‘보통’이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39.9%로 긍정적인 평가 15.84%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7대 총여학생회가 학우들과 얼마나 소통을 잘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미흡’ 11.68%(115명, 총 응답자 985명) ▲‘미흡’ 28.22%(278명) ▲‘보통’ 44.26%(436명) ▲‘훌륭’ 13.71%(135명) ▲‘매우 훌륭’ 2.13%(21명)이라고 답했다. 현재 총여가 개설한 소통창구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전부다. 김씨는 “추가적으로 총여 측에서 수시로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등 여러 학내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면서 소통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런 총여의 홍보와 소통 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공약들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해 파기됐기 때문이다. 총여가 선본 당시 제시한 ▲총여학생회칙 제정 기반 마련 ▲외국인 학생을 위한 중국어·영어 상담 진행 공약 등은 학생들의 참여 미달로 이행되지 못했다. 총여학생회칙의 경우 지난 10월 10일까지 회칙 제정위원을 마련했지만 충분한 인원이 모이지 않아 자동 폐기 됐으며, 총여는 이를 다음 총여에게 인수인계한다는 방침이다. 김씨는 “학기 중 남톡방 성폭력 사건 등 총여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연이어 터졌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시간상 한 학기 만에 모든 공약을 이행하려다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다음 총여는 에브리타임 게시판 등의 보다 다양한 홍보‧소통 창구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28대 총여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노원일 기자
bodobono11@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