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포집기술, CCS는 무엇인가

작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해 유엔회원국에서는 선진국 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 준비해 왔다. 현재 파리기후협정을 비준한 유엔 회원국은 193개국 중 60개국으로 협정 발효를 위한 최소 충족조건인 55개국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비준동의안이 지난 11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통과함에 따라 오는 12월 3일 발효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파리협약 이후 지속적으로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미래창조과학부(아래 미래부)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2030년 BAU*대비 37%달성’을 위해 ‘탄소저감분야의 차세대 원천기술개발’에 올해 5백68억 원을 투자했다. 또 정부에서는 10대 핵심기술 개발에 연간 4천8백33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그 10대 기술 중 하나가 바로 탄소포집기술(아래 CCS)이다.
 

탄소포집기술(CCS)란?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기술에 대한 개요도

CCS 기술은 연간 1백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최근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오직 발전만을 위해 화석연료를 닥치는 대로 사용했고 그 결과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넘치게 됐다. 탄소포집기술은 인간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계속되던 탄소배출에 관한 문제를 그들이 원래 있던 땅속으로 되돌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를 바로 산업에 대입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하지만 CCS 기술은 현재의 화석연료 사용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CCS 기술은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로 쉽게 말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본래 석유회사가 더 많은 양의 석유를 채취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에서 비롯됐다. 우리대학교 한원식 교수(이과대·지질유체/이산화탄소지중저장)는 “석유는 원래 여러 개의 기체화합물이라 압력이 떨어지면 가스로 바뀐다”며 “석유를 채취할 때 이산화탄소를 넣어주면 석유의 점성도를 떨어뜨리고 부피를 크게 만들어 석유를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쓰였던 기술이 이제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기술로 쓰이게 됐다. 예전에는 단지 더 많은 석유를 뽑아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넣었다면 이 기술은 이제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한 기술로 대체돼 쓰이고 있다. 즉, 같은 원리로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CCS 기술이 많이 사용되는 곳은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대규모 산업, 플랜트로 주로 화력발전, 가스와 석유를 생산하는 산업 그리고 시멘트, 철, 제지용 펄프를 생산하는 제조업 공장이다.
CCS 기술은 크게 포집, 수송, 저장의 세 단계를 거쳐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저장 가능한, 안전하고 깊은 암석층에 저장하게 된다. 이를 단계적으로 보면, 우선 포집단계에서는 대규모 플랜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배기가스로부터 분리한다. 이렇게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압축돼 파이프라인이나 트럭, 선박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 저장되는 장소로 옮겨진다. 보통 수송방법은 ‘얼마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이동시킬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규모로 옮겨질 경우 트럭이나 선박을 이용하고, 대규모의 양을 이동시킬 계획이라면 파이프라인을 이용한다.
수송된 이산화탄소는 안전한 지하 심부의 암석층에 저장된다. 한 교수는 땅속에 저장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성질에 대해 “보통 온도가 섭씨 31.1도보다 크고 압력이 7MPa보다 크면 이산화탄소가 더 이상 가스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초임계상태**로 변한다”며 “초임계상태가 되면 가스일 때 보다 밀도가 높아져 물의 밀도와 가까워진다”라고 답했다. 초임계상태로 변한 이산화탄소는 일반 대기 상태일 때 보다 밀도가 높아져 땅속에 흐르는 염수에 대해 부력이 적어진다. 따라서 위로 떠오르려는 힘이 줄게 되고 결국 땅속에 저장된다. 하지만 여전히 물보다는 가벼워 올라가려는 성질이 남아있어서, 땅 위에 안전한 덮개암층이 존재하고 공극***이 많은 지질구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극 내에 모세관압**** 때문에 공극으로 포획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움직이지 않고 영구적으로 저장될 수 있다. 이후 시간이 더 지나면서 일부 이산화탄소는 물에 용해되기도 하는데, 이는 이후 암석과의 지화학 반응을 일으켜 광물로 침전되기도 한다. 광물은 한번 침전되면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광물침전을 통해 이산화탄소는 영구적으로 저장된다.
 

우리나라의 CCS 기술에 대한 정책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CCS 기술은 오는 2050년 세계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7%를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CCS 기술의 보급을 위해 대규모 실증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아래 해양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는 CCS를 통해 2020년까지 1백 만 톤급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 이후 2030년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의 10%에 해당하는 연간 3천 200만 톤까지도 처리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해양지중저장 저장소지도

이에 해양부에서는 CCS 기술개발을 위해 국내 전 해역을 조사해 이산화탄소 저장이 가능한 저장구조에 대한 지도를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지도를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고, 세계적으로는 미국, 노르웨이,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지도는 해양 지층의 지질구조를 분석해 이산화탄소 저장 가능한 후보지를 파악하는 데 이용된다. 우리나라에의 경우 동해 울릉분지, 서해 군산분지, 남해 제주분지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해 안전한 저장부지로 확인됐다. 한 교수는 “저장 단계에서 기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땅 속 1km 지하에 이산화탄소를 넣어야하는 만큼, 오히려 1km아래의 구조를 명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CCS 기술과 관련한 몇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산업통산자원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포항분지 중규모 해상  지중저장 실증 프로젝트’이다. 포항 앞 바다인 영일만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박길택(지템·석박사통합8학기)씨는 “해당 프로젝트는 육지에서 150m 떨어진 곳에 플랫폼을 만들어 주입정에서 약 700m~1000m 깊이를 뚫고 이산화탄소를 약 100톤 정도를 저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하는 파일럿 규모의 프로젝트는 대규모 저장을 할 수 있는 저장소에 관한 탐사와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먼저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성공할 경우 연간 1백 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이산화탄소가 저장된다고 하더라도 저장하는 곳의 환경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지표로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에 있어서 환경영향과 위해성에 관한 사전 검토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땅속에 저장한 이산화탄소가 누출됐을 때 이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과 누출된 이산화탄소가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테크닉을 연구 중이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찬영(지템·석사2학기)씨는 “연구의 목적은 이산화탄소 저장에 실패에 대비해 이산화탄소가 대량 누출 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데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씨는 “실험은 땅 속에 5~10m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누출시키고 그 위에 심어놓은 식물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교수는 “이산화탄소 자체는 유해하지 않지만 대규모로 누출될 경우 유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맘모스마운틴은 화산지대인데 화산근처에서 이산화탄소가 갑자기 누출돼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지난 1986년 카메룬 북서부에 위치한 니오스 호수 인근 주민 1천7백 명이 갑자기 죽고 3천5백 마리의 가축도 몰살당했는데, 그 이유 역시 이산화탄소 때문이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던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양의 퇴사물이 호수로 들어갔다. 그 결과 호수 상층과 하층의 물이 갑자기 섞이며 과포화 상태의 하층의 물이 위로 올라왔다. 이에 물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압력이 낮아져 끓어오르게 됐고, 산등성을 타고 내려와 마을을 덮친 것이다.
 

CCS 및 탄소저감 기술의 한계
트럼프의 당선이 미치는 영향은?

CCS 기술의 한계점은 단지 지하에 이산화탄소를 다시 저장할 뿐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2016년 기후변화대응 기술혁신’의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정부에서는 단순히 CCS 기술과 같은 탄소저감을 위한 기술적인 방안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분야까지 확대해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도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 나아가서는 더욱 안전한 방법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 교수는 “만약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지 않고 바로 고체 상태로 만든다고 하면 굳이 땅 속에 몇 백만 톤을 저장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탄소저감 기술 발전에 있어 기술적인 한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탄소저감에 관한 문제에서 정책적인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1월 9일 미국 제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 트럼프가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 중에는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비판과 더불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 2013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살펴보면 미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17%를 차지할 만큼 탄소배출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파리기후협약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이태동 교수(사과대·국제관계/환경-에너지정치)는 “미국의 외교정책은 지도자가 바뀔 때 기조가 바뀌기도 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는 편”이라며 “파리협약에서 유엔국가의 50%이상이 참여해 협약 지분 요건이 충족 됐고, 이미 지난 11월 5일 파리협정 비준동의안이 발효된 상태이기 때문에 파리기후협약이 무너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석유 중심의 경제를 내세우기 때문에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탄소저감분야 기술 개발에 있어 미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은 본래 암석층에 존재하던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꺼내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들이 현재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재 대기에 존재해야 할 양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는 본래 지구 내부에 잠들어 있던 것들인 셈이다. 따라서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지하의 안전한 암석층에 넣는다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변화는 개별 국가나 개인 차원에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움켜쥔 이익을 내려놓고, 전 지구적인 노력과 행동을 결합할 때, 비로소 변해버린 기후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지구대기에 넘쳐나는 탄소를 없애기 위한 커다란 물결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BAU(Business As Usual):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
**초임계상태: 일정한 고온과 고압의 한계를 넘어선 상태에 도달해 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시점의 유체. 분자의 밀도는 액체에 가깝지만 점성도는 낮아 기체에 가까운 성질을 가짐.
***공극: 토양 입자 사이의 틈을 말하며 입자의 크기가 고를수록 입자 사이의 틈이 많아 공극이 커짐.
****모세관압: 토양입자와 물 사이의 분자 인력에 의해 침투된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중력수를 모세관 공극으로 흡인해 밑으로 하향하는 중력수를 감소시킬 때 작용하는 압력.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자료사진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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