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대자보를 만든 우리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정겨운씨를 만나다

▲ 참여형 대자보를 만든 디자인예술학부 학생회장 정겨운씨(시각디자인·12)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혼란스러워진 지금, 대학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전국 각지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문제를 새롭게 표현한 우리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의 대자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화제의 대자보를 만든 디자인예술학부 학생회장 정겨운(시디·12)씨를 만났다.


Q.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만나게 돼 반갑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디자인예술학부 제8대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시각디자인 12학번 정겨운이다.

Q. 최근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의 대자보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라 불리는 사건으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는 분노의 국민대통합이 이뤄졌다. 대학가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디자인예술학부 학생회에서도 학생들이 국가적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 줄 촉매제를 고민하게 됐다. 그 결과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이색 대자보’가 만들어져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있는 것 같다.
 

▲ 기존의 대자보(왼쪽)와 학생들이 직접 그리고 있는 모습

Q. 앞서 말한 이색대자보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 부탁한다.
A. 민주주의를 가리고 있는 장막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벗겨내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중앙에 위치해 있고 대자보 하단에는 “여러분들의 손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잘못된 민주주의가 벗겨질 수 있길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기재했다.

Q. 그렇다면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대자보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A.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지금 잘못된 민주주의로 덮여 있고,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를 벗겨내야 함을 전달하고자 했다. 학생들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주기를 바랐다. 처음엔 다른 분들처럼 글로 써볼까 했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글이 아닌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보자’ 생각한 게 지금의 대자보 형태를 띠게 됐다.

Q. 지금 대자보가 처음 게시했던 사진과는 달리 줄을 당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다채로워졌는데 직접 그린 것인가?
A. 아마 처음 줄을 당기고 있던 수에 비해 늘어난 사람 수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몇 명은 기존에 그려놓은 것이지만 그 이외의 것들은 대자보를 본 사람들이 그린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부분에 초점을 좀 더 두고 싶었다. 제작 과정 중 ‘참여형 대자보’를 생각하게 됐고, 대자보 옆에 볼펜을 둬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형태의 대자보가 만들어졌다. 학생들 개인이 직접 행동함으로써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Q. 그렇다면 평소 정치적인 관심이 있었는지, 현 세태에서 대학생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특별히 지지하는 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도 방송이 시끄러워 알아보는 중에 상황의 심각성을 느껴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현 세태에서는 대학생의 역할로 국한시키기 보다는 모든 이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방관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Q. 여러 언론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칭찬을 받았는데, 요즘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A.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닌데, 생각지도 못한 분들에게 큰 관심과 좋은 평을 받으니 처음엔 적응 못 할 정도로 정말 당황스러웠다. 내 실력은 내가 잘 아는데 너무 거품인 것 같은 느낌. 기성언론과 유명하신 분들 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분들에게 칭찬을 받아 감사했다. 특히 그 중에는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계신 몇몇 분들이 ‘같은 디자이너로서 자랑스럽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에서 나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로서 알려지는 첫 발을 내딛었는데, 향후 어떤 진로계획을 갖고 있는가?
A. 거품이 빠지기 전에, 그 자리를 실력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무엇이든지 딱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잘 알고, 잘 하는 방법으로 열심히 움직인다면, 결국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우리 모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전경

지난 10월 정씨의 ‘참여형 대자보’는 사회문제를 예술로 표현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지난 11일, 그의 대자보는 세종문화회관 앞 전광판에 붙여졌다. 이는 그를 우리대학교의 이름과 함께 많은 사람들, 온 국민 앞에서 디자이너로서 첫 발을 내딛게 했다. 많은 관심과 주목에도 그는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새로운 작품을 통해 우리와 소통할 정씨가 기대된다.


 

글, 사진 이영준 수습기자
이혜인 수습기자
하은진 수습기자

chunchusocio@naver.com
<사진제공 정겨운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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