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 젠더여, 들고 일어나라

▶미국 미주리주에서 트렌스젠더의 여성화장실 사용권을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어, 나 넌젠더(None gender)*랑 연애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애인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게 될 수도 있다. 애인을 남자 또는 여자를 의미하는 섹스(sex, 생물학적 성)가 아닌 젠더(gender, 사회적 성)로 정의하는 것이다. 살짝 귀찮을 수 있겠지만, 내 애인의 특징을 누구보다도 잘 설명할 수 있다. 동성애 논쟁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고 여러분은 섹스에 달라붙어 있는 온갖 성차별적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섹스보다 ‘젠더’!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젠더’는 태어날 때 생물학적으로 남녀의 판별이 어려운 상태의 사람, 즉 중성(中性)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여성인권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페미니스트들은 섹스를 넘어 후천적으로 남녀를 규정짓는 틀을 비판하는 의미로 ‘젠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이는 성적 정체성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트랜스젠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The 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QIT)의 행동경제학자 스티븐 와이트(Stephen Whyte)는 33개 젠더구분을 제시했다. 개중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났고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특정 섹스로 태어났어도 스스로를 다른 섹스, 또는 여러 섹스의 복합체로 규정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어떤 섹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난 여잔데 성격은 남자 같아’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이제 ‘난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야’라고 말해도 되는 것이다. 
젠더는 지금 성평등 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 사실 오랫동안 그래왔다. 우리는 그간 섹스라는 틀 속에서 성차별적 편견들과 싸워야만 했다. 여성혐오 또는 역차별 논쟁이 종결되기는커녕 늘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도 같은 갈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용어를 사용하면 우리는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서로를 판단할 수 있다. 섹스에 꼬리표마냥 붙어있는 성적 정체성들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 이제 ‘원래 그렇다’느니, ‘당연하다’느니 핑계는 모두 집어치우고 맨몸으로 서로를 마주할 때다. ‘여자니까’ 또는 ‘남자니까’의 핑계가 통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넌젠더(None gender) :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에서 정의한 33개 젠더 중 하나로, 스스로를 그 어떤 젠더로도 정의하지 않는 사람.
**트랜스젠더(Transgender) :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의하는 사람, 또는 그 반대.
 

장혜진 기자 
jini14392@yonsei.ac.kr
<자료사진 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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