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공동기획단 ‘와이낫페미’를 만나다

▶▶ 우측부터 ‘문우’ 편집장 남예지(국문·14)씨, ‘앨리스’ 회장 홍현재(문화인류·14)씨, ‘와이낫페미’ 공동기획단원 김현준(국문·16)씨

이번 학기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새로운 페미니즘 공론장이 생겼다. ‘단기 실천단’으로 계획된 ‘와이낫페미’는 이번 한 학기동안 페미니즘과 관련해 몰래카메라 피해 사례 수집, 다산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의 간담회, 남톡방 사건 입장문 게재, 강의실 내 혐오발언 고발 등의 공동행동을 진행해 왔다. 기존에 있던 페미니즘 학회 및 동아리와는 달리 페미니즘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것을 넘어 ‘공동행동’을 추진하고자 하는 ‘와이낫페미’의 김현준(국문·16)·남예지(국문·14)·홍현재(문화인류·14)씨를 만나봤다.

Q. ‘와이낫페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홍: 우리대학교 문과대 페미니즘 학회 ‘앨리스’와 문과대 자치언론 ‘문우’, 그리고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함께 모여 기획한 페미니즘 공동기획단이다.

Q. ‘와이낫페미’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동행동 기획단을 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남: 이름을 짓기 전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홍보문을 게재했을 때 신고를 받아 글이 삭제되는 것을 목격하며, 학내에 페미니즘 활동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반(反)페미니스트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답답함을 느꼈다. 이에 ‘요즘 세상에 페미니스트가 아닌 게 이상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와이낫페미’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또한 우리대학교의 다른 페미니스트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공동행동을 기획하고자 공동행동 기획단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

홍: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내에 만연한 페미니즘 혐오를 타개하고, 실천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

Q. ‘와이낫페미’의 기조는 무엇인가?
홍: ‘와이낫페미’의 기조는 ▲현실 폭로 ▲지식 ▲희망과 용기다. 먼저 현재의 여성주의 담론은 ‘메갈리아’의 정당성에 관한 토론에 편중돼 있다. 때문에 여성들의 현실이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여성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현실 폭로’를 하려고 했다. 두 번째로 성폭력을 조장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 번째 기조를 ‘지식’으로 정했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보는 경험을 안겨주고 싶어 세 번째 기조를 ‘희망과 용기’로 정했다.

Q. ‘와이낫페미’의 활동이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홍: 대학사회 안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를 한다는 것은 대학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학생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고, 앞으로 우리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와이낫페미’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안들에 관심을 갖게 하고,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을 짚어주고자 한다.

Q. 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 30일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 낙태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치 않는 임신’일 것이다. 미혼의 경우에는 사회적인 시선 또는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낙태를 결심할 수도 있고, 기혼이라고 해도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낙태죄’만을 고집한다면 낙태를 위한 불법시술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국가에서는 ‘낙태죄’에 대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는 여성들을 ‘출산기계’로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Q. 앞으로 ‘와이낫페미’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남: 사실 ‘와이낫페미’는 ‘단기 실천단’으로 한 학기 동안만 활동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내년에는 원래 소속돼 있던 페미니즘 단체로 돌아가 각자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와이낫페미’가 1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기를 꾸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와이낫페미’ 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활동에 집중할 것이며, 더 많은 학생들이 떳떳하게 페미니스트라고 외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Q. 와이낫페미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김: ‘와이낫페미’에서 활동하는 단원들이 총 16명이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모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혐오의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빈민 등의 약자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결국, 페미니즘은 그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글 이예지 기자 
angiel@yonsei.ac.kr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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