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끝까지 파행으로 치달을 모양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적 의회 운영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약 일주일 만에 정상화됐지만 상임위마다 정치 공방에 매몰돼 민생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4.13 총선 후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바뀐 것은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고, 답답한 정치판을 개혁해 달라는 국민의 염원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여당과 야당은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실망을 안겼다. 야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단독으로 강행했고, 대통령은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며 여야의 대립을 부추겼다. 여당은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야당을 편드는 발언을 했고, 의사일정과 관해 국회법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국정감사 거부를 선언했다. 단식 중인 당 대표가 국정감사 복귀를 요청했지만 당 내부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며 복귀를 거부하고, 야당으로만 이뤄진 국정감사가 열리기도 했다. 아무리 타당한 명분이라도 국정감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과 책무를 내팽겨치는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였다.

지난 4일 국정감사가 가까스로 정상화됐지만 상임위마다 정치 공방이 가열되며 정작 주요 현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지난 7일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얽힌 권력실세 개입 의혹을 들며 최순실씨와 차은택 광고감독에 대한 증인 채택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반발한 여당은 회의 도중에 집단으로 퇴장하는 등 철통 방어로 응수했다. 대화와 상생으로 국회를 이끌어가겠다던 여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민에 대한 고민과 안타까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교문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8도 교육감과 교직원들은 주요 논의는 시작도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다시 열린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의 탓을 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질의응답 중 황당한 질문과 꼬리잡기 식의 비난이 이어지며 엄정해야 할 국정감사가 희화화되고 있다. 여당 의원이 교육감에게 황당한 질문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교육감은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다소 엇나간 발언을 했다. 해당 의원은 교육감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퇴하라’고 하면서 오히려 호통을 쳤다. 이 사실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일자 해당 의원은 상대 교육감을 비난하고 정작 본인의 실수에 대해서는 변명만 늘어놓아 비난을 사고 있다. 각종 민생 현안 뿐 아니라 지진과 태풍 피해까지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이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민심은 더 이상 냉랭해질 여지도 없어진 채로, 국회가 진행하는 국정감사를 코미디 보듯이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가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에 처했다. 북 핵 위협이 도사리고 있지만 5차 핵실험 이후 국회는 규탄 결의안을 낸 것 외에는 한 일도 없다. 정부는 사드 배치를 발표했지만 배치 지역도 못 정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1%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 받고 있으며, 한진해운 등 국가 전략 산업들이 공중에서 분해되고 있다. 여야가 남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만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각종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안모색에 힘써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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