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만 급급한 성과급(急)여제

▲차지현 (정경경제·14)

 

지난 9월 8일, 미국 4대 은행인 웰스파고가 2011년부터 고객 명의를 도용해 200만 개의 허위 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40만 달러를 빼돌린 것이 밝혀졌다. 이에, 웰스파고는 벌금 1억 8000만 달러와 고객 환급 비용 500만 달러를 물게 됐으며, 가짜 계좌 개설에 가담한 5천300여명의 직원들이 해고되었다. 웰스파고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 과연 처음부터 웰스파고의 직원들의 윤리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웰스파고는 지난 2007년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가 취임한 이후 실적 압박이 대폭 강화됐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교차판매 실적을 투자자에게 과시해왔고, 은행원들은 교차판매 실적 달성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이에 따라 웰스파고의 주가는 계속 올라 지난 2015년 세계 최고 시가총액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영업 실적을 강요하는 성과주의 속에서 직원들은 불법 행위를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고, 지나친 성과주의가 결국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성과연봉제의 사전적 정의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주는 제도’다. 즉, 근속 연수가 긴 직원을 승진이나 임금 등에 우대하는 연공서열제와는 반대로, 개인의 역량과 업무에 대한 기여도가 평가의 주된 특징이 된다. 실적 기여도와 상관없이 경력만으로 연봉을 챙기는 무임승차를 없애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 속에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성과연봉제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웰스파고의 사태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평가 자체가 성과에만 집중되는 것은 자칫 개인과 조직 전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과연봉제는 성과만능주의, 근로의욕 상실, 측정 기준의 모호함 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성과만능주의로 이어지기 쉽다. 직원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불법 행위를 저질러서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심지어는 평가자에만 잘 보이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지기도 한다. 성과를 내기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태도가 윤리의식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두 번째,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성과연봉제는 상대평가다. 누군가는 반드시 감봉을 당하거나 해고를 당하게 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성과를 측정하려는 평가 항목에 맞는 업무만 하게 된다.  더불어 이러한 경쟁 구조 속에 처한 구성원들은 협업을 하는데 있어서 자신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기 쉽다. 협업보다는 경쟁을 부추기면서, 일을 하고자 하는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세 번째, 성과를 측정하는 평가 방법이 객관적이지 않다. 성과연봉제는 과거의 단순 분업 사회와 같이 성과가 객관적인 수치로 나오는 업무에 최적화돼 있다. 반면에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같은 항목은 어떻게 순위를 매겨야 할까. 성과가 어떤 지표로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지 모호한 상태에서의 성과연봉제의 도입은 직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한편,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DC 상원 청문회에서 웰스파고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는 성과연봉제의 폐단을 인정하고 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경영자문 회사 ‘맥킨지앤컴퍼니’ 또한 성과연봉제는 이미 실패한 제도라고 발표했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노조원 갈등은 진행 중이다. 공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또 다른 폐해를 낳을 수 있다. 세계의 기업들이 왜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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