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노동’이라는 단어에 쉽게 거부감을 가지곤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부터 집안일까지 노동은 사실상 우리의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가치이다. 이에 우리신문에서는 연세인의 노동인식 조사를 통해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노동 관련 현안, 기본적인 노동지식, 가사노동, 육아노동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노동 관련 이슈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설문지는 총 26개 문항으로, ▲경제활동 ▲가사·육아노동 ▲노동지식 ▲노동 관련 현안으로 나눠 구성했다. 이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명규 연구위원과 윤자호 연구원의 검토를 받아 내용을 보강했다.
인식조사는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총 9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성별은 여성이 50.65%, 남성이 49.35%였다. 본 조사의 신뢰수준은 95%이며 표본오차는 ±3.10%p이다.

* 무의미한 표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문항마다 표본수가 달라졌음을 알려드립니다.
* 복수응답 문항들은 ‘응답자수’가 아닌 ‘응답 개수’를 총 표본으로 설정했습니다.
* 모든 %는 소수 아래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소수 아래 둘째 자리까지 표시했습니다.


경제활동 인식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연세인은 어떻게 대처할까? ‘참는다’고 답한 연세인은 18.10%를 차지했다. 천승재(지템·12)씨는 “과외대행업체를 통해 과외를 했었는데 한 달 치 과외비를 받지 못했다”며 “굳이 일을 크게 만들기 싫었고 신고를 하거나 항의를 한다 해도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경험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대학교 A씨는 지난 2월, 신촌 ㅅ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사장으로부터 ‘나를 징그럽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안아봐도 되겠냐’라는 언행을 들었을 뿐 아니라 사장이 갑자기 껴안고 손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이 없는 날 ‘자신이 해줄 것이 있다’며 가게에 오라는 등의 말을 해 바로 다음 날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며 불편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 질문에 대한 기타 답변으로는 ▲사업주 마음대로 스케줄 변경 ▲4대 보험 미가입 ▲불필요한 추가 업무 등이 있었다.

‘경제활동 중 교육기간 혹은 수습기간에 급여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920명 중 75명(8.15%)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현재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사용자는 교육기간 및 수습기간에도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최저임금법」시행령에 따르면, 수습사원에게는 최소 최저임금의 90%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헬조선’을 넘어 해외취업을 통해 우리나라를 떠나고자 ‘탈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연세인의 ‘탈조선’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C씨는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경우 수평적인 직장문화, 한국보다 높은 보수 등을 기대할 수 있어 한국에서 취업하는 것 보다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조사에 대해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귀하의 미래 일자리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대해 강현아(신소재·14)씨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기는 하지만 막상 일자리를 얻은 후 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하면 고민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세종대 경영학과 김혜진 교수는 “노동조합은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며 “노동조합의 가입대상에 속하기만 한다면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조합의 활동으로 얻는 이익에 무임승차가 가능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관심이 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사/육아 노동인식
 

지난 2014년에 발표된 통계청의 「성별 및 맞벌이 여부별 가사노동시간」에 따르면 가사노동시간이 여성의 경우 194시간, 남성의 경우 40시간으로 조사 됐다. 또 통계청이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일ㆍ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맞벌이 가정에서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40분, 부인은 3시간 14분(194분)으로 집계됐다. 박시영(철학·15)씨는 이에 대해 “실제로 맞벌이 부부일 경우 가사분담 비율이 더 불공평하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며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가정의 일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씨는 “남성이 직장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기를 꺼리는 인식 자체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 홍승아 실장은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기보다도 제도 시행에서의 문제가 있다”며 “기업은 근로자의 출산, 육아휴직을 비용부담, 인력결원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의 유무가 앞으로 직업선택에 영향을 주는가?’의 5점 척도 질문에 여자의 경우 4.24, 남자의 경우 3.75의 척도를 보였다. 또 ‘귀하는 미래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할 의향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대해 여자는 4.28, 반면 남자의 경우 3.80의 척도를 나타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란 5점 척도 질문에 대해서 여자의 경우 1.85, 남자의 경우 2.08의 척도를 보여 상대적으로 여자가 현재의 육아휴직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이와 같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에 대한 사안에 여자의 경우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연구센터 마경희 연구위원은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인식하고 직장을 선택한다고 해석했다. 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성별고정관념에 문제가 있다”며 “조직문화나 부부간의 역할분담에서 육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주로 여성에게 부여된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 비해 많은 여성이 출산/육아와 무관하게 경제활동을 하지만 출산/육아에 대한 남성의 책임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마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는 여학생들의 직업선택을 제약하거나, 직업선택에서의 성별 분리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한편, 우리대학교 이모(물리치료·11)씨는 “현재 취업준비 중인데 내가 남자라 그런지 직장선택 시 육아휴직을 고려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직장이면 좋겠지만 직장 선택에 있어서 결정적 요소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노동 지식
 

1번 문항은 연세인이 ‘노동 3권’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노동 3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하며 이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 전체 응답자(926명) 중 11.99%의 학생들만이 노동 3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단결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하여 단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단체교섭권은 근로자의 단체(노동조합)가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관하여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단체행동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해 사용자에 대항해 단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단체행동권의 행사 방법에는 파업, 태업 등이 있을 수 있다.
2번 문항은 2016년 현재의 시간 당 최저임금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 문제였다. 2016년 현재의 시간 당 최저임금은 6천30원이다. 전체 응답자(926명) 중 47.62%의 학생들이 문제를 맞혔다.
3번 문항은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례를 찾는 문제였다. 전체 응답자(926명) 중 9.18%의 학생들만이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정확히 찾아냈다. 선택지 ①의 경우 ‘작년 기준 최저임금을 적용해 급여를 준 사업자’는「최저임금법」 제28조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선택지 ②에 나온 사업자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및 변경 시 서면 형태로 근로계약를 작성하고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했다. 선택지 ⑤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54조를 위반했다. 
 

노동 관련 현안에 대한 인식
 

위 문항은 무노조 경영에 대한 연세인의 인식을 알아보는 질문이었다. 무노조 경영은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경영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한다.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의 51.08%는 ‘보통’이라 답했으며, 부정적 인식은 긍정적 인식에 비해 우세했다. 전체 응답자(924명) 중 31.81%가 무노조 경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였고, 17.10%가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위 문항의 경우, ‘내년 최저임금(2017년 기준 6천470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전체 응답자(910명)의 26.04%가 ‘적절하다’, 72.42%가 ‘높아져야 한다’, 1.53%가 ‘낮아져야 한다’고 답했다. 박아현(글로벌행정·14)씨는 “대학생으로서 현재 최저시급으로는 일상생활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최저생활기준 등을 고려해 최저시급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진 교수는 “과거 대학생들은 용돈벌이를 위해 노동을 했지만, 오늘날은 다르다”며 “졸업 유예 등 으로 인해 재학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노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는 것이다.
 

위 문항의 경우, 임금피크제에 대한 연세인의 인식을 알아보는 질문이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제도로, 기본적으로는 정년보장 또는 정년연장과 임금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는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 제도와 함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노동 정책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313개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완료됐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연세인의 인식이 갈렸다. 전체 응답자(924명) 중 21.97%가 임금피크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밝혔고, 28.79%가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또한 49.24% 가 ‘보통’이라고 답해 중립적인 인식을 보였다.
 

다음 문항은 현재 노동시장의 젠더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이었다. 1점부터 5점까지 척도형 질문이었으며, 1점에 가까울수록 ‘노동시장에 젠더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5점에 가까울수록 ‘노동시장에 젠더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이 문항에서는 노동시장의 젠더 불평등에 대한 남녀의 서로 다른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의 젠더불평등에 대해서, 여성 응답자(468명)의 인식은 평균 4.22로 나온 반면 남성 응답자(456명)의 인식은 평균 3.64로 나왔다.
우리대학교 김씨는 위 결과에 대해 “백인이 느끼는 인종차별과 흑인이 느끼는 인종차별을 비교할 수 없듯, 남자는 자신이 누리는 특혜를 당연시하고 상대적으로 젠더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부분에서 젠더불평등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문항(복수 응답 가능)을 살펴보면, 전체 응답수(2074개)의 29.56%가 ‘② 승진·업무배치 등 인사’에 있어서 젠더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③ 성차별적 언행 및 성희롱’, ‘① 취업’ 등에서 젠더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답변도 각각 26.42%, 19.19%로 뒤를 이었다. 연세중앙 사회과학 연구회 ‘목하회’ 회장 조성연(경영·15)씨는 “이른바 전문직, 고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이와 대비되게 많은 여성들이 비정규직과 저임금으로 대변되는 2차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며“2차 노동시장으로 몰린 여성들은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고 이에 대한 주목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세춘추 사회부 공동취재단
주은혜 기자

gracechoo@yonsei.ac.kr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박혜지 기
pphhjj66@yonsei.ac.kr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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