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근로자복지센터의 활동가들을 만나다

“근로계약서를 분명 썼는데 저는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괜히 찍힐까봐 달라고 못 하고 그냥 넘어갔죠.”


신촌 일대를 포함하는 서대문구에는 수많은 청년노동자가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부당대우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넘어간다.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 지난 2011년 개관한 서대문구근로자복지센터(아래 센터)는 청년노동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센터의 노동복지팀 김연진 팀장, 청년아르바이트권리지킴이(아래 알바지킴이) 김광호씨(22), 박근운씨(38)를 만나봤다.

▶▶ 왼쪽부터 박근운씨(38), 김광호씨(22), 김연진 팀장

Q. 센터의 설립 및 운영 기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A. 지난 2011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 설치 운영 조례」에 의해 센터가 설립됐다. 센터는 서대문구 관내 취약계층 노동자 권익 보호 및 복지 증진을 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중소 영세업체 종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적 목표로 한다.

Q. 센터에서 진행하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는가?
A. 지역사회 내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고충 상담 및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선 노무사가 센터에 상주하면서 각종 부당·위법 사례에 대해 무료로 노동법률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피해 정도가 심한 노동자의 경우 권리 구제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 역시 센터에서 4개월간의 준비를 통해 진행하는 주요 사업이다. 이외에도 사업장 실태조사를 위한 노동인권감시단인 알바지킴이,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건강관리처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Q. 영화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
A. 서대문구 노동자들의 삶이 녹아든 지역영화제를 목표로 한다. 해마다 이슈가 되는 노동문제를 다루며, 올해는 ‘깨어난 침묵’이라는 주제로 영화제가 진행됐다. 또한 영화 상영 이후 연사를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하종강 교수와 은수미 전 국회의원 등의 연사를 초청했다. 영화를 통해 노동자의 삶을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지역 주민과 함께 노동인권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싶다.

Q.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노동문화 형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것은?
A. 상시로 학교·단체의 신청을 받아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한다. 많은 노사갈등이 사용자도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몰라서 발생한다. 학창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노동자의 의무 및 권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동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청소년 교육은 이 맥락에서 진행된다. 학생들이 사회로 나오기 이전에 기본적인 노동자의 의무와 노동권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 노동자에게 그들의 권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작년에는 경비노동자가 그 대상이었다. 센터에서는 관내의 600명이 넘는 경비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부당한 노동처우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래서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설명회를 개최해 보호받아야 하는 노동권에 대해 교육했다. 현재는 후속사업으로 경비노동자 소규모 모임들을 진행한다. 이러한 활동이 모여 관내 바람직한 노동문화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Q. 센터에서 운영하는 알바지킴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린다.
A. 서대문구에는 청년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이 매우 많아 사용자의 부당행위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알바지킴이는 청년노동자의 노동권을 알리고 보장하는 활동을 한다. 청년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알린다. 이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들에는 ‘바른사업장 만들기’라는 안내문을 보낸다. 올해에는 조금 더 영향력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연세대학교와 신촌 일대에서는 지난 6월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10월에는 노동인권 홍보 위주의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Q. 청년들이 근로기준법을 알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상황을 개선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중요하다. 청년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노동권과 노동력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일례로 업무상 사고를 자신의 실수로 치부해 산업재해 처리를 요구하지 않거나, 받아야 하는 주휴수당이나 연장수당 등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은 헌법으로 보장되는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노동자 본인이 사용자와 동등한 주체라는 점을 기억하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알바지킴이의 캠페인 역시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다양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관심이 부족하다. 센터의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들에 청년노동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오늘도 서대문구 곳곳에서 청년노동자들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상황을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동은 먹고사는 일과 직결되며, 노동권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권리’다. 서대문근로자복지센터의 활동들과 함께 노동자와 청년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받는 서대문구를 기대해본다.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
☎ (02) 395-0720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484 (홍은1동 48-84) 유진상가 2층
홈페이지: www.sdmworker.org
 


글·사진 주은혜 기자
gracech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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