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부검 요구, 사망진단서에 외압 의혹 제기돼

지난 9월 30일 저녁 6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故백남기 농민 빈소의 모습. 이날 빈소는 백씨를 추모하기 위한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부가 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고 백남기 농민 시신 부검과 서울대학교 병원(아래 서울대 병원)의 사망진단서에 관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공권력에 스러진 
백남기 농민의 317일… 그 후

지난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은 쌀값 폭락이 지속되자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경찰은 집회 해제를 위해 물대포를 발포했고, 이를 집중적으로 맞은 백씨는 중태에 빠져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 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백남기대책위)를 꾸렸고,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에도 317일이 지난 9월 25일, 백씨는 서울대 병원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한편 백씨의 사망 직후 경찰은 ‘사망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이는 그 다음날인 26일 법원에 의해 기각됐으나 경찰은 이를 재신청했고, 법원은 28일 이례적으로 조건부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제시한 조건부 영장 내역은 총 4가지로 ▲유족이 원할 시 부검 장소를 서울대 병원으로 변경할 것 ▲유족 최대 2명, 변호사 1명의 부검 참관 허용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부검 과정과 관련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 해당된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권현준 사무국장은 “유족들의 반대에도 부검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이는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더욱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전했다. 
이러한 공권력의 부검 요구에 백남기대책위는 공식 명칭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아래 백남기투쟁본부)로 바꾸는 등 조직을 개편하고 범국민적인 서명운동과 집회 개최를 시행 중이다.
이에 백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는 매일 저녁 7시 백씨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오승재(19)씨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해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국가 폭력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반드시 속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의혹 제기돼

한편 백남기투쟁본부는 지난 9월 30일 오후 6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투쟁본부측은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등 작성 교부 지침」에 따르면 사망의 원인에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은 기록할 수 없다”며 “그런데 왜 서울대병원 에서는 백씨의 사망 원인을 ‘심폐정지’로 기재한 것인가”라며 서울대 병원의 사망진단서 내용에 반발했다.
이외에도 백남기투쟁본부는 ▲백씨의 죽음이 ‘병사’로 분류된 것 ▲백씨 집도의 신경외과 백선하 과장의 의견 소견서 작성 거부 ▲서울대 병원이 백씨의 위독 상황을 경찰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지난 7월 17일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한 이유 등을 서울대 병원 측에 질의했다.
같은 자리에서 신경외과 서울시립동부병원 김경일 전 원장은 “이번 사망진단서 작성을 3년차 레지던트가 진료부원장과 함께 사망 원인을 ‘병사’로 처리한 것이 밝혀졌다”며 “정작 책임자가 이 사망진단서를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 전 원장은 “서울대병원 측은 백씨의 사망을 ‘원인 미상’으로 표기할 경우 유가족을, ‘외인사’로 표기할 경우 외부세력과의 관계를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고민 끝에 사망 원인을 ‘병사’로 처리해 중립을 지키고자 했을 것”이라고 사망진단서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백씨 변호인단장인 이정일 변호사 또한 “사인이 분명한 사건임에도 법원은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이행 동의 조건을 내세웠다”며 “결국 유가족들이 백씨의 부검을 결정해야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에 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서울대 의과대 학생 102명 또한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해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대한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성명서에는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한다’며 ‘사망을 ‘병사’로 분류하는 등의 오류가 단순한 실수인지, 그렇다면 왜 시정할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서울대병원에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한 해명과 사망진단서 수정을 촉구했다.
한편 백남기투쟁본부는 지난 1일 3시 대학로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개최됐다. 이번 집회에서 백남기투쟁본부측은 “정권은 명백한 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병사’라 왜곡했고, 기각된 부검 영장을 또 청구해 부검을 시도하고자 했다”며 “살인 정권을 몰아내고 책임자를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가폭력에 대한 국민들의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조속한 진상 규명과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한선회 기자  
thiisun01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