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통해 요구안 학교 본부에 전달해

▶▶지난 9월 29일 열린 ‘교육권 공동행동’에서 레고 의제 총괄 권하늬(사복·14)씨가 발언하고있다.

지난 9월 28일 낮 3시, 우리대학교 신촌캠 백양로삼거리에서 ‘무너진 연세인 교육권 다시 세우기 레고’(아래 레고)가 주최하는 ‘연세인 교육 공동행동’(아래 교육권 공동행동)이 열렸다. 이날 열린 교육권 공동행동에서 레고는 80여 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학교 본부에 요구안 및 손편지를 전달했다.

레고는 지난 8월 3일, 연세인의 교육권 개선을 위해 문과대, 이과대, 공과대, 생명대, 신과대, 사과대, 교육대, 글로벌인재학부 학생회의 대표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학교 본부에 ▲강의 평가 익명성 보장 ▲교내 인권 센터 신설 등을 요구했고, 컴퓨터학과의 요구안이었던 졸업설계 사전 수강신청 제도를 요구해 해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입학금폐지운동본부’에 참여했으며, 지난 9월 22일에는 서울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대학 평가정책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하기도 했다.

레고는 이번 공동행동을 지난 9월 26일 22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레고의 단장 사과대 학생회장 송하람(문화인류·14)씨는 “원래 단과대에서 중앙으로 뻗어 나가는 교육권 활동을 하려 했고, 학생들의 결석계 발부 등 공동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중앙 단위에서만 보장해 줄 수 있으므로 중운위에 안을 상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부총학생회장 유상빈(간호·12)씨는 “보통 단체를 구성할 때 중운위로부터 인준을 받고 활동을 시작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레고의 경우 이미 단체 기획을 모두 마친 후 공동행동에 대해서만 인준안을 상정했기 때문에 인준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유씨는 “레고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동행동이라는 방식이 중운위 차원에서 인준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레고가 제시한 교육권 관련 요구안은 크게 중앙 의제 23개와 각 단과대의 요구에 해당하는 기층 의제 31개로 이뤄졌다. 중앙 의제로는 ▲재수강 3회 제한 ▲시험지 열람권 보장 ▲국제캠 장애 학생 이동권 보장 ▲셔틀버스 확충 등을 제시했다. 각 기층 의제로는 문과대의 경우 ▲원어 강의의 절대평가 적용 ▲외국어 수업의 분반화, 사과대의 경우 ▲자치 활동 보장 및 공간 확보 ▲수업 부족 해결 등이 있다. 이과대는 ▲무분별한 영어 강의 개설 문제 ▲전공 과목의 비정상적 시간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공동행동에서 문과대 학생회장 정해민(철학·14)씨는 “학생들은 학교의 교육 당사자인 동시에 주체”라며 “학교 본부는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학교 본부에 요구안 및 손편지를 전달한 뒤 송씨는 “학교 본부가 중간고사 이전에 요구안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며 “답변이 오는 대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행동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여러 안건을 한 번에 요구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안정현(국문·15)씨는 “핵심 주제 없이 너무 많은 의제를 한꺼번에 요구해 학교 본부가 이를 다 검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씨는 “당장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요구안들도 공론화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주로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주도하던 교육권 공동행동을 단과대 학생회의 연합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총학은 ‘잃었던 연세 교육권 따라잡기, Catch Up!’(아래 <Catch Up!>)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권 활동을 따로 진행해 왔다. 이에 송씨는 “어떤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총학이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느냐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며 “레고는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대학교의 교육 의제를 파헤치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씨는 “교육제도나 학사지도와 관련된 문제를 단과대 단위에서 목소리를 낸 점이 좋았다”며 “단과대만의 내용을 중앙에서 아우르기 힘든 만큼 총학의 부족한 점을 보안해 줬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Catch UP!>에서 제시한 협의안 ▲재수강 3회 제한 ▲제2외국어 절대평가 ▲신촌캠 HE 개설 ▲시험 성적 입력 마감제 및 열람권 보장제 ▲신촌캠-국캠 셔틀버스 증차는 여전히 학교 본부와 협상 중에 있다. 박씨는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다음 선본까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인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권 활동에 있어 총학이 공동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박씨는 “학교 본부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기에 공동행동 방식보다는 학교 본부와 지속적으로 면담해 나가는 방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글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사진 박은우 기자 
silver_ra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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