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심소영 기자 (국제관계·14)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흔히 흥행에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한국 영화들을 살펴보자. 우선 떠오르는 것은 ‘대중은 개, 돼지’라는 명대사를 남긴 『내부자들』, 다양한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한국전쟁의 참상과 함께 당시 주요 인물들을 다룬 『인천상륙작전』 등 주로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영화들이 당시 사회를 제대로 조망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볼 만하다.

최근 영화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는 말이 ‘국뽕’이다. 국뽕이란 국가의 자부심에 심취해 무조건적으로 국가를 지지하려는 성향을 나타내는 용어로,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사실 국뽕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는 대중문화 그것도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미디어다. 최근 대표적인 국뽕 영화로 불렸던 영화는 지난 7월에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은 맥아더 장군으로 보인다. 특히 맥아더 장군의 “참호에 홀로 남은 소년병을 보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나라를 지켜주기로 결심했다”는 대사를 보면 맥아더 장군이 마치 한국을 살린 아버지처럼 미화된다고 느껴진다. 관객의 입장에서 ‘맥아더 영웅 만들기 전략’은 포탄과 총소리에 묻혀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이 잊을 쯤이 되면 시퀀스가 전환돼 이 전략은 사실상 영화의 맥락에서 함께하고 있다. 이런 국뽕 영화들의 전략은 눈을 사로잡는 ‘적당한 액션’과 대중의 눈물을 쥐어짜는 ‘감정에의 호소’로 보인다.

영화는 영화일 뿐. 사실상 대부분은 대중들은 영화를 진실이든 거짓이든 딱히 상관없는 ‘오락거리’로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오락거리’에는 사회 모습이 여실히 투영되고 있으며, 이를 단지 한 때의 즐거움으로 치부하기에는 영화가 대중의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 물론 대중의 비판적인 시각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우매하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사회라는 집단 속에 갇힌 대중은 때때로 본인의 신념보다는 집단의 판단을 쉽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영화라는 매체는 스크린과 관객 사이에 거름망이 없는 상태로 관객이 영화를 있는 그대로 접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우매한 대중’들은 영화를 보면서 진실과 거짓을 편달할 겨를이 없다. 이 때 국뽕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할까. 국뽕 영화는 내가 국뽕 영화라고 광고하지 않는다. 단지 영화 속에서 영웅을 설정함으로 우리가 이렇게 위대한 나라라는 것을 은근히 강조할 뿐이다. 여기에 영화의 시작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문장이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등장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모든 한국 영화가 음흉하다는 것도 모든 대중이 신념이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영화가 정치적으로 대중을 매료시키는 매체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제작할 때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는 제작자만이 정확히 알겠지만, 목적이 뭐든 관객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 삶에 지친 일반인들에게 값싼 취미로 여겨지는 것이 영화다. 이제라도 시간을 쪼개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에게 진짜 영화다운 영화를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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