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김영란법, 법안 시행의 본질을 생각하자

▲유민희 (정보통계·13)

김영란법 시행의 첫 신고 대상이 학생으로부터 캔커피를 받은 교수로 밝혀지며 교육계에 파장이 일었다. 사제지간에 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세상이 너무 각박해진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주를 이루었고, 부패한 한국 사회에서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이제 대학 내에서 공공연히 존재했던 성적 정정 요청과 결석계도 부정 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고, 대학원․회사 추천서 청탁 시 선물 제공도 직무 연관성으로 법에 저촉될 수 있다. 과연 이 상황들이 야박하기만 한 처사일까?

 현재 김영란법에서는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의 선물을 금품수수로 간주한다. 대학 내에서 직무 연관성을 따지는 것은 학생들의 성적 및 추천과 궁극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고, 회사․대학원에 추천하는 데에 있어서 학생의 성적과 같은 공정한 지표 이외의 것들이 평가와 추천의 요소로 작용하면 안 된다는 것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교수로서 학생에게 막상 선물을 받게 되면, 선물을 해준 학생을 평소보다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또한 학생의 성의를 무시하기도 힘들다. 물론 모든 교수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법안을 제정할 때도 모든 정치인, 공무원들을 비리와 부패의 대상으로 가정하고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필자는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 잘하는’ 성격이 아니다. 청탁을 할 때에 화술도 좋지 못하다. 그러나 대학 생활 4년 동안 나에게도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릴 일이 있었고, 면담을 할 일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청탁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간소한 선물을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음료수라도 드렸던 것이다. 나는 교수님께 가며 ‘빈손으로 가면 좀 그런가?’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무엇인가 속보이는 것을 들고 간다는 것이 꺼림칙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모두 성의 표시로 교수님께 무엇인가를 드렸고, 나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예의없는 학생이 된 것 같아 죄송했고, 한편으로는 추천서가 걱정되며 괜히 씁쓸했다.

 대학 내이기 때문에 음료수 한캔, 작은 선물이 정과 감사함의 표시로 용인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뉴스를 보며 정치인들과 그들 사이에서의 부정 청탁과 비리를 비난한다. 하지만 수수되는 금품의 규모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더 좋은 것’을 바라며 건네는 데에 동기가 있다는 점은 대학 내의 청탁과 본질적으로 같다. 추천서를 부탁드릴 때 작은 무언가라도 가져가야 한다는 관행을 따르던 학생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청탁 문화에 익숙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익숙해진 문화와 관행은 사회로까지 이어진다. 대학 내에서부터 작은 부정 청탁이 근절되어야 팽배해져가는 부정부패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대학 내에서는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그 정을 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법안이 시행된 취지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 법안이 시행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정 문화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고, 뿌리깊은 부정 청탁 문화와 부패를 근절하자는 것이다. 현재 법에서는 학생이 면담 차 가져온 음료수 한 병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법은 정 문화와 감사함의 표시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영란법의 본질은 ‘부정’ 청탁 문화를 없애자는 데에 있다. 부정한 청탁이 없는 청렴한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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