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법과 처벌을 통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이해조 (정외·13)

어느 날 국회의원과 판사, 경찰, 그리고 기자가 한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과연 계산은 누가 했을까? 항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에 의하면, 정답은 바로 식당주인이다. 이런 종류의 농담을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는 현실에 대한 자조와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이라는 단어로 통상 포장된 한국 특유의 온정주의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 공적인 영역에서 기존의 작은 선물이라는 뜻을 벗어나 교사에게 주는 뇌물이 된 ‘촌지’라는 단어를 비롯해, ‘관피아’, ‘벤츠검사’, ‘조희팔 경찰’, ‘스폰서검사’ 등등의 수많은 부정적인 신조어들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에 대한 소식은 국가 전반의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2016년 9월 28일을 기점으로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은 이런 사회적인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직자, 공기업 직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공무원 수행사인과 그의 배우자까지 대상이 되는 이 법안은 혈연, 지연, 학연 및 청탁이 통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취지로 제정되었다. 제안, 통과, 시행 과정을 거치는 동안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과 ‘포괄적 대상’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너무나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법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회색지대로 불리는 위법과 합법의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들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법이라는 것은 올바른 방향만 가지고 있다면, 고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부정부패에 너무나도 오랜 기간 시달려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태평성대로 알고 있는 조선시대 초기인 15세기조차 매관매직과 청탁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 뇌물로 인해 착복당하는 백성들은 많았고, 심지어는 관직이나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왕의 유모, 고관의 노비들도 뇌물을 받고 그 권세를 톡톡히 누렸다. 뇌물에 관련된 엄격한 법이 있었지만 그나마도 왕의 측근들은 그 법을 피해가기 일쑤였다. 김영란법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오히려 적용 사례와 대상을 더 명확히 하고, 확대하는 동시에, 위반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다.

 2016년 부패 인식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OECD 34개국 중 27위를 차지하면서 ‘열등반’에 속해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부패인식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덴마크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청렴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주한 덴마크 대사인 토마스 리만의 말에 따르면, 덴마크도 처음부터 이런 ‘청렴의 나라’는 아니었다. 그는 “200년 전 국왕이 최측근이던 재무장관의 비리를 가차 없이 수사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하면서 부패 척결 분위기가 싹텄다”고 말하며, “비리는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므로 부패를 뿌리 뽑으려면 정치적 결단과 끊임없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법과 법의 집행, 그리고 처벌이 엄중하지 않다면 부패의 뿌리는 결코 뽑힐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제는 물 한 잔도 김영란법 때문에 못 얻어 마시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그 물 한 잔에도 부정한 의도가 있다면, 그 누구도 그 물잔을 받아들지 말기를 바란다.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형평성에 맞는 법의 형태가 되려면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취지만은 국민에게 선한 것이 틀림없다. 김영란법은 ‘소수의 누군가’에겐 매정한 법일 수 있지만 국민 대다수에게는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 공정하고 깨끗한 문화와 사회를 안겨줄 것이다.

 명절 때마다 국회 의원회관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쌓이던 선물을 바라보던 국민들 중 그것이 대가 없이 주고받는 순수한 호의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5천만의 일상과 문화를 바꿀 김영란법, 그 법의 엄격한 집행으로 우리는 사회 전반에 걸쳐 정의롭고 공정한 문화를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훗날, 문화가 법을 앞서는 그날, 이 법이 유명무실해질 그런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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