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포르노’,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리는 단어다. 음식과 포르노*를 결합한 이 용어는 영국의 언론인 로잘린 카워드(Rosaline Coward)가 1984년『여성의 욕망(Female Desire)』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어떻게 흔하디흔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음식’이 성(性)과 연관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쿡방’, ‘먹방’의 현상을 통해 푸드포르노란 과연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무조건 맛있게!

언제부터였을까? 미디어에선 각종 쿡방, 먹방이 성황이다. 여러 셰프들이 나와 짧은 시간 안에 요리하고 출연진들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송이 있는가 하면, 매 화마다 음식 주제를 선정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방송, 또 여러 맛집을 소개하며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먹방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SNS에는 때깔 좋은 음식 사진이 즐비하고, ‘먹스타그램’이라는 단어까지 생길 만큼 음식 사진을 하나의 자기표현 방식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 최근엔 아프리카 TV에서 BJ들이 과할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끈다. 단순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방송들은 연예인들에게 억지로 먹는 것을 강요하고 시청자들이 그걸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가학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음식 방송이 포르노와 견줄 만큼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됐던 JTBC 예능 『잘 먹는 소녀들』은 날씬한 걸그룹 멤버들이 음식을 ‘예쁘게’, ‘섹시하게’, ‘많이’ 먹는 모습을 경쟁적으로 보여줘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이 예능은 과도한 클로즈업과 걸그룹 중심의 방향성을 수정해 남녀불문의 ‘청춘스타’들이 자신의 추억이 깃든 음식을 소개하는 토크쇼 『잘 먹겠습니다』로 개편해 방영 중이다. 더 이상 음식은 식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식욕을 자극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JTBC 예능 『잘 먹는 소녀들』에서 먹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여자 아이돌.

‘음식쾌락’의 비밀

손가락을 쪽쪽 빨며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연예인들. 이들은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우린 언제부터 남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게 됐을까?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난 2015년 12월, ‘음식쾌락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강연에서 이 현상에 대한 힌트를 건넸다. 바로 ‘음식쾌락’이라는 개념이다. 황씨에 따르면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먹는 단계에서부터, 맛을 음미해 ‘쾌락’을 느끼는 단계, 또 직접 음식을 먹지 않아도 그 맛을 떠올려 ‘맛있겠다’고 느끼는 쾌락만이 남은 단계로까지 발전했고, 바로 이 점이 현시대 먹방과 쿡방의 인기비결이 됐다고 한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맛을 느끼지 않더라도 음식관련 콘텐츠를 보고, 듣고, 또 떠올리는 것만으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방본능’ 덕분이다. 황씨는 “음식쾌락 역시 모방본능을 통해 복사될 수 있다”며 “특히 친근하고 친밀한 대상으로부터 더 잘 복사된다”고 전했다. 즉, 최근 유행하는 먹방과 쿡방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친근한 1인 방송 BJ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 현상이 각박한 사회 속에서 음식을 통해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허무함을 음식을 통한 즐거움으로 푼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도 JTBC 드라마『또! 오해영』 속 대사 ‘음식만큼 싸게 잘 먹히는 것. 음식보다 더 위로가 되는 게 있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 바가 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공허함을 식욕 충족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절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먹방을 보며 뜻하지 않은 거짓 배고픔을 느끼고 음식을 통해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얻는 행복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행복일까? 

이미 해외에선 보여주기 식의 식사를 지양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선 음식 촬영을 금지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선 셰프의 허락 없이 음식 촬영을 해 SNS에 올리면 수백만 원까지 벌금이 가능하며, 프랑스에선 촬영 자체를 금지하는 문구가 붙어있기도 하다. 요리는 셰프의 창작물이며, 음식을 단순한 미식이 아닌 보여주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은 셰프의 노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이제는 음식을 ‘소비’할 때가 아니라 ‘감상’할 때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진정한 의미의 ‘식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포르노(porno): 인간의 성적(性的) 행위를 묘사한 소설, 영화, 사진, 그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자료사진 JTBC 예능 『잘 먹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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