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온고지신의 태도 필요해

▲김원봉 (사환시·16)

 유교 문화권의 특징으로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제도적 형태는 바로 제사이다. 특히 명절이 되면 집안 식구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모습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흔히들 추석이나 설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언급된다. 그만큼 제사는 오랫동안 하나의 형식으로써 오랫동안 자리잡아 온 것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들의 생활권이 넓어짐에 따라 과거 대부분 친척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던 것과는 달리 지역 곳곳에 흩어져 거주하는, 이른바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명절이 되어도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 그렇게 되면 제사를 지내는 것 또한 힘들어진다. 실제로 업무로 인해 명절을 쇠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가정들은 명절에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흔히 뉴스에서 보도되는 바, 명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짐작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그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 법제화되지도 않은 제사를 위해 그들 나름대로의방식으로 법정 공휴일을 보내는 것을 제한할 근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왔고 우리 세대 바로 전 세대까지도 중요시되던 제도가 급속도로 사멸될 가능성을 보이는 지금, 우리는 제사의 유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 옛날 조령에 대한 외경심으로 조상을 추모하는 행사로 시작된 제사는 오늘날 쉽게 만나기 어려운 친족들을 만나 화합을 도모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개개인의 뿌리는 바로 가족들에 있기 때문에 거시적으로는 대단한 의의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요즘 친척 간 불화가 매우 잦은 모습을 보면 과연 제사의 순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는 제사를 모시는 절차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교적 관례를 꼭 따라야 하는 의무도 없거니와,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사를 통해 얻게 되는 친목 도모와 같은 부가적 가치들 또한 굳이 제사가 아닌 다른 형태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전통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다는 것은 연쇄적으로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불거지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제사의 의의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덕목이다. 자신의 근원을 찾고 지키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으며, 그만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집안마다 나름대로의 개정을 통해 이러한 정신만큼은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민족 고유의 얼을 간직하게 됨과 동시에 상전벽해의 대한민국에서 옛 전통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올바른 온고지신을 행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